<뉴스앤조이>가 빠른 속도로 교계에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이정훈 교수의 강연 내용을 검증합니다. 첫 번째 기사에서는 과거 교회를 배척했다고 주장하는 이정훈 교수의 이력을 살펴봅니다. 이후 이정훈 교수가 말하는 젠더 이데올로기가 무엇인지, 그 논리는 얼마나 타당한지 다룹니다. 마지막으로는 한국교회가 이정훈 교수에게 열광하는 이유를 보도할 계획입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울산대 법학과 이정훈 교수는 최근 교계에서 핫한 인물이다. 한국교회를 포함해 전 세계 한인 교회가 그의 극적인 회심 이야기와 한국 개신교 위기론에 열광한다.

이정훈 교수는 흥미로운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한때 "교회를 배척했던 자"였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군종 장교(군승)로 복무했고, 법명은 '원각'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이 "수행뿐 아니라 한국교회를 공격했다"고 말한다. 개신교를 비판하기 위해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 설립을 기획하고, 미션스쿨에서 예배나 성경 공부를 하지 못하게 하거나 공직자가 선교 활동을 할 수 없도록 관련 법안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교회를 배척했던 그가 갑자기 회심한 일화는 유명하다. 2007년, 교회를 비판하기 위해 한 기독교 방송에서 설교를 듣다가 심경에 변화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2017년 9월 13일 울산서현교회(이성택 목사)에서 '동성애와 이데올로기'라는 주제로 강의하던 중 이렇게 말했다.

"어떤 목사님이 설교를 하는데, 평상시처럼 조롱하고 싶어서 '너나 잘하세요'라고 말하려고 했다가 갑자기 혀가 딱 굳어 버렸다. 그때 상황을 표현하면 '번개 맞았다'가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물리적인 번개를 맞은 게 아니라 나를 완전히 사로잡는 강력한 힘 때문에 혀가 굳어 버리고 그대로 바닥에 엎드렸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 '나는 죽었구나'였다."

마치 그리스도인들을 핍박하러 가다가 다메섹 도상에서 눈이 멀고 회심한 바울처럼, 교회를 공격하다가 혀가 굳고 극적으로 기독교인이 된 그의 이야기에 많은 사람이 감동했다. 그는 실제 2007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있는 한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

이정훈 교수는 사람들에게 현대판 바울로 불린다. 그는 회심 전 교회를 배척하는 데 앞장섰다고 주장한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차별금지법 반대하며 교계 등판
국내외 교회와 주요 교단서
유명 강사로 활약

2007년 말 기독교인이 됐다는 이정훈 교수는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했다. 교계 언론에서 그의 이름이 보이기 시작한 건 2017년 4월부터다. 이 교수는 4월 14일 자유와인권연구소·애드보켓코리아가 주최한 '표현의자유와 혐오 표현'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석했다. 그는 이날 혐오 표현을 규제하는 차별금지법이 표현의자유를 위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가 본격적으로 교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같은 해 9월 그의 간증이 담긴 동영상이 유튜브에서 화제를 일으키면서부터다. 9월 13일, 울산서현교회에서 '동성애와 이데올로기'를 주제로 강의한 이 영상은, 유튜브에 복사본 10여 편이 추가로 게시될 정도로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받았다. 한 복사본 영상은 조회 수가 40만을 넘겼다.

이후 이 교수는 한국교회가 각종 집회에 초대하는 명사가 되었다.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는 2017년 11월 10일 특별 새벽 부흥회 설교자로 이정훈 교수를 초청했다.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는 올해 3월 4일 이 교수를 불러 '교회가 나라의 심장이다'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오륜교회(김은호 목사)는 4월 27일 주최한 2018년 원데이 다니엘 기도회에서 이 교수를 강사로 세웠다.

올해 5월, 목사·장로 3000여 명이 참석하는 국내 최대 교단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이승희 총회장) 목사 장로 기도회에서도, 이정훈 교수는 소강석 목사와 김승규 장로(전 국정원장)와 어깨를 맞대고 저녁 집회 강사로 나섰다. 여름에는 북미와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의 한인 교회에서 순회 집회를 열었다.

이정훈 교수는 저술·강연 등 다양한 활동으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올해 1월, <교회 해체와 젠더 이데올로기>(킹덤북스)를 출간하고, 4월에는 '엘정책연구원'이라는 기관을 만들었다. 유튜브에 '엘정책연구원'이라는 계정을 만들어, 교회·신학대 등에서 했던 강연을 일반 시민이 볼 수 있게 했다. 12월부터는 PLI(Political Leadership Institute)라는 온·오프라인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미국 복음주의 신앙인이 어떻게 헌법을 지켜 냈는지, 시민단체를 어떻게 구성하고 싸워야 하는지 전략과 기술을 교육할 계획이라고 했다.

엘정책연구원이라는 기관까지 만들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엘정책연구원 홈페이지 갈무리

이정훈 교수가 1~2년 만에 사람들에게 높은 인기를 끄는 건, 단순히 현대판 바울이라고 불리는 그의 극적인 회심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한국교회 위기론'을 설파한다. 한국교회가 위기 상황이라는 것이야 인정하지 않을 사람이 드물지만, 이 교수의 강의는 조금 다르다. 이 교수는 법철학자라는 신분으로, 여러 유럽 철학과 사상, 역사적 사건을 언급하며 대중을 설득한다.

언뜻 보면 혼란한 시대에 기독교인이 경각심을 높이고 올바른 신앙을 갖자는 말로 들리지만, 강연 내용을 자세히 들어 보면 그의 전제는 음모론에 가깝다. 그는 신좌파 세력이 젠더 이데올로기로 무장해 교회와 나라를 파괴하려 한다고 경고한다. 이들이 인권을 내세우며 요구하는 차별금지법, 학생 인권조례 등이 실제로 제정되면, 교회가 힘을 잃고 나중에는 사회가 붕괴할 것이라는 주장도 펼친다. <한겨레>는 올해 9월 보도에서 이정훈 교수를 가짜 뉴스 유포자로 지목한 바 있다.

기독교 공격한 과거 이력, 일부 과장
종자연 대표 "이 교수, 연구위원에 불과
특정 종교 비방·옹호 단체 아냐"

기독교식 음모론은 이전부터 있었다.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 종북 간첩 등 한국교회를 공격하고 대한민국과 전 세계를 위협하는 '어떤 세력'에 대한 위기론은, 잊을 만하면 고개를 들었다. 불과 4년 전, 전쟁설에 속아 집과 교회를 팔고 해외로 도피한 목사와 교인도 있다. <뉴스앤조이>는 빠른 속도로 교계에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이정훈 교수의 강의 내용을 검증할 필요를 느꼈다.

먼저 이정훈 교수의 강연을 살펴보기 전, 교회를 공격했다고 하는 그의 이력을 점검하려 한다. 그가 과거 몸담았던 단체 관계자들은 이 교수가 사실을 일부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해, 이 교수의 이력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동성애와 이데올로기' 강연에서, 이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종자연이라는 곳이 있다. 한국교회를 전략적으로 공격하는 단체다. 사실, 대광고를 법적으로 공격했던 강의석 군을 기점으로 종자연이 만들어진다. 그때 종자연을 만들도록 기획하고 설계했던 사람이 나고, 대광고 소송의 사실상 전략가도 나였다."

올해 9월 28일 여의도침례교회에서도 비슷하게 말했다.

"종자연이 만들어질 때부터 참여했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한국에서 교회가 없어지는 그날을 위해서 열심히 뛰었다. 고속도로에 'JESUS LOVES YOU'라는 간판을 위헌이라는 이유로 철거하도록 만들었다. 2008년에는 기독교인들이 공적 영역에서 선교하면 처벌할 수 있는 법안(종교편향방지법)을 기획하기도 했다."

종자연 관계자들은 이정훈 교수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종자연 창립 멤버이자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류상태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종자연이 2004년 대광고 강의석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건 사실이다. 고려은단의 'JESUS LOVES YOU' 간판 철거를 이정훈 교수가 기획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교수가 종자연 설립에 관여했다는 말은 거짓이다. 그는 2006년 말, 창립 멤버 김 아무개 변호사의 후임으로 채용된 연구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류상태 목사는 종자연이 한국교회를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주장은 음해라고 했다. 그는 "종자연은 이름 그대로 개인의 종교의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앞서 대광고 사건이나 고려은단 간판 철거 역시 개신교를 공격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다. 개신교뿐 아니라 불교나 가톨릭 등 다른 종교을 상대로 비판이나 소송을 진행한 적도 있다. 특정 종교를 비방하거나 대변하기 위해 만든 기관이 아니다"고 말했다.

당시 대광고에서 예배를 거부하며 소송을 제기했던 강의석 씨도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종자연 소속 김 아무개 변호사가 소송을 도와줬던 건 사실이지만, 이정훈이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강의석 사건' 해석 오락가락
간증에서는 '교회 공격'
논문에서는 '약자 권리 보호'

일명 '대광고 강의석 사건'에 대한 이정훈 교수의 해석은 흥미롭다. 이 교수는 지난 1~2년 사이 교회 강연에서, 대광고 사건이 미션스쿨에서 예배나 성경 공부를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종자연의 기획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07년 회심을 계기로 옛 과오를 회개했다고 밝힌다.

하지만 그는 회심 이후에도 여전히 대광고 사건에서 강의석 씨를 지지하는 입장을 취한 바 있다. 이 교수는 2010년 <법철학연구 제13권>(한국법철학회)에 실린 논문 '한국 법체계에서 자유주의의 의의: 종교의자유를 중심으로'에서 강의석 사건을 조명한다.

그는 "교육받을 권리가 있는 원고(강의석)가 학교에서 제적당하고, 단식투쟁 등을 거쳐 학교에 복귀했던 점 등을 생각해 보면, 법리 해석과 무관하게 피고 학원(대광고)은 비교육적 행태에 대한 도덕적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본다. 피고 학원은 (중략) 전학을 권유하는 등, 비교육적·불법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고 썼다.

그는 강의석 사건을 이렇게 평한다. "한 집단 내에서 이미 우월한 지위를 점한 세력의 강요 등 권리침해 행위로부터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그 권리 보장의 중요성이 도덕적 지위를 갖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중략) 집단의 이익이나 통합을 위해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희생될 수 있다는 내용의 정의관은 다수의 입장을 소수자와 약자에게 강요하여 권리를 침해할 위험성을 내포하게 된다."

많은 개신교인이 이정훈 교수의 강연에 열광한다. 사진은 11월 22일 장신대 파로스 포럼 모습. 뉴스앤조이 박요셉

다음 기사에서는 본격적으로 이정훈 교수의 한국교회 위기론을 살펴볼 계획이다. 이 교수의 주장은 그가 쓴 책 <교회 해체와 젠더 이데올로기>에 자세히 나온다. 제목 그대로 젠더 이데올로기가 교회를 해체하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려 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창세기 3장에서 아담과 하와를 꾀어낸 뱀의 목소리가 다양한 사상으로 계승되어 오늘날 젠더 이데올로기라는 이름으로 한국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뉴스앤조이>는 이정훈 교수의 이력과 강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을 듣기 위해 엘정책연구원에 질문지를 보냈지만, 그는 인터뷰 요청을 정중히 사양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는 보도 후라도 이 교수가 인터뷰에 응답한다면, 그에 따라 성실히 보도할 계획이다.

※ 기사 정정: <뉴스앤조이>는 이정훈 교수가 부산 수영구에 있는 한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확인한 결과, 이 교수는 경기도 일산 소재 한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해당 내용을 정정했음을 알립니다. (2018년 12월 12일 오후 13시 15분 현재)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