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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내 밥그릇 아냐" 은퇴 앞두고 분립한 목사

[인터뷰] 큰빛교회 박영득 목사 "시대 못 읽는 한국교회, 세습하고 반동성애 운동"

이용필 기자   기사승인 2018.12.06  18:5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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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평내에 있는 큰빛교회. 28주년을 맞은 교회는 올해 11월 분립 예배를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교회도 세상도 커지려 하는 시대에 작아짐을 선택한 교회가 있다. 경기도 남양주 평내에 있는 큰빛교회(박영득 목사)는 어른·아이 합쳐 1500명이 출석한다. 올해 28주년을 맞은 큰빛교회는 11월 11일 분립 예배를 드렸다. 분립한 하늘정원큰빛교회에는 교인 100여 명이 옮겨 갔다.

분립은 이 교회를 개척한 박영득 목사가 주도했다. 10년 전부터 준비했다. 후배 목회자들 임지를 확보해 주고, 건강한 교회가 되기 위해 추진했다. 박 목사는 내년 1월 큰빛교회 후임자가 정해지면 하늘정원큰빛교회로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 2년 정도 시무하다가 조기 은퇴(65세)할 예정이다.

가만있으면 원로목사가 되고 그에 걸맞은 대우와 혜택을 받을 텐데, 제 발로 걷어차 버렸다. 12월 5일 남양주 평내에서 박영득 목사를 만나 그 이유를 들어 보았다.

욕심 막고자 '65세 은퇴' 내규 만들어
"교회가 목사 '밥그릇' 위해 존재하면 안 돼,
교인 500명 넘어가니 이름도 못 외워"

서울장신대와 장신대 신학대학원을 나온 박영득 목사는 1990년 경기도 구리에 큰빛교회를 세웠다. 지금과 달리 부흥하는 시대였고 교인들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박 목사는 목회 초반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65세 조기 은퇴 △교인 등록 강요 금지 △헌금 순서 폐지 등이었다.

"내규를 처음 만들 때 담임목사 연령을 65세로 정했다. 그렇게 안 하면 65세에 은퇴를 못할 것 같았다. 실제로 나이가 드니까 욕심이 하나둘 생기더라. 끝까지(70세) 해 보고 싶은 마음도 들고, 원로목사가 돼 하나라도 더 챙기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왜 목사들이 은퇴할 때 몇 억씩 전별금을 받아 가는지도 이해가 됐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하나라도 더 챙기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교회는 목사를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된다. 목사가 교회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교회가 목사의 밥그릇이 되면 안 된다."

박영득 목사는 큰 교회 목사 같지 않게 자유로웠다. 구수한 비속어(?)를 섞어 가며 이야기했다. 굳이 교회를 분립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박 목사는 10년 전부터 분립을 고민해 왔다고 말했다. 바울이 고린도교회를 향해 "복음으로 낳았다"고 말했듯이, 교회는 복음을 낳고 기르는 곳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몸집을 불리는 것보다 또 다른 교회를 세우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초대형 교회 말고도 중형 교회도 분립할 수 있다는 모델을 보여 주고 싶었다. 교회가 분립할수록 건강해지리라 믿는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교회가 분립하면 갈 곳 없는 목회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목사가) 큰 교회 자리 하나 차지하고 있는 것보다 여러 자리를 만드는 게 낫지 않겠는가.

교회 분립은 교인들에게도 이득이다. 어느 날 대형 마트에서 한 교인을 만났는데, 이름을 모르겠더라. 500명이 넘어가니까 이름을 도통 외우지 못했다. 목자가 양의 이름도 모르는 게 말이 되는가. 교인들을 위해서도 분립하는 게 낫다."

10년 전부터 분립을 준비해 왔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박 목사는 장로와 교인들을 꾸준히 설득했다. 하늘정원큰빛교회는 기존 교회가 운영해 온 대안 학교를 인수해 들어갔다. 돈도 필요했다. 박 목사는 "분립하니까 돈이 더 든다. 생각하지 못한 변수였다"고 말했다. 다행히 재정 부분은 조금씩 해결해 가고 있다.

10년간 분립을 준비해 온 박영득 목사. 후배 목회자와 교인들을 위해 교회를 분립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꿈에서도 세습 생각한 적 없어
교회의 영적 성장, 내 최고 행복 될 것
한국교회 위기지만 대안도 있어"

큰빛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 소속이다. 예장통합은 세습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명성교회(김하나 목사) 세습을 통해 드러난, 교회 대물림을 지지하는 교단 소속 목회자도 상당수다. 이들의 주장을 듣고 있으면, 세습금지법에 작은 틈만 보여도 언제든지 세습을 감행할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박영득 목사 아들도 목회자다. 혹시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줄 생각을 해 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박 목사는 "꿈에서도 생각해 본 적 없다. 아들도 세습을 거부한다. 나는 후임으로 훌륭한 목사님이 오면 그만이다. 내가 은퇴한 뒤에도 우리 교회가 영적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다. 그것이 내 최고의 행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습 이야기가 나오자 박영득 목사의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박 목사는 2013년 예장통합 98회 총회에서 세습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발언도 했다. 당시 박 목사는, 세습은 영적 근친상간에 해당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공교롭게도 총회가 열린 장소는 명성교회였다. 당시 총대들은 박수를 보내며 환영했다. 예장통합은 84% 찬성으로 세습금지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박영득 목사는 한국교회 안에서 논란이 되는 '세습'과 '반동성애 운동'을 지적하며 두 사안 모두 시대를 읽지 못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둘 다 잘못됐다는 것이다.

"교회는 시대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 그러려면 시대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시대를 읽으려면 공부하는 방법밖에 없다. 각종 책을 읽고 정치·문화·경제 등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야 한다. 그래야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시대를 읽지 못하는 대표적인 예가 '교회 세습'과 '동성애'다. 옛날에는 교회가 세습해도 상관없었다. 지금은 사회가 세습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하면 안 된다. 한국교회가 앞장서 진행하는 동성애 반대 운동도 마찬가지다. '당신들은 죄인이다', '동성애 하면 지옥 간다'고 손가락질하고 있다. 이런 비난을 듣고도 교회에 나올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때로는 가만히 두는 것도 방안이다. 동성애에 대한 문제는 세상도 잘 알고 있다. 교회가 지금처럼 격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

일각에서는 동성애 때문에 유럽과 미국 교회가 망했다고 주장한다. 단언컨대, 기독교 역사상 세상의 잘못으로 기독교가 망한 사례는 없다. 교회가 잘못해서 망했으면 모를까. 교회가 동성애 때문에 망했다는 주장은 책임 회피이자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누가 '개독교'를 만들었나. 교회가 잘못해서 개독교가 나온 것 아닌가.

시대를 읽지 못하는 건 신학교도 마찬가지다. 장로회신학대학교(임성빈 총장)만 해도 그렇다. 학교가 무지개 퍼포먼스에 참여한 학생들을 징계했는데, 이건 무조건 학교 잘못이다. 학교는 학생들을 보호해야 한다. 학생들이 동성애를 지지한 것도 아니다. 학교가 교단 눈치 보느라 시대에 역행하는 결정을 내렸다. 학교는 곧 죽어도 학생들을 보호해야 한다. 안타깝다."

큰빛교회에서 분립한 하늘정원큰빛교회는 대안 학교를 인수했다. 현재 100여 명이 다니고 있다. 사진 제공 하늘정원큰빛교회

많은 사람이 한국교회 위기를 말한다. 다음 세대가 줄고 있다고 우려한다. 대안은 없을까. 10년을 내다보고 목회해 온 박영득 목사는 '자유'를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자유는 방종이 아니라 '복음주의'에 가까웠다.

"2000년 기독교 역사 이래 문제가 없었던 적은 없다. 시대를 읽어야 한다. 철저히 복음주의·성경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반면 삶은 자유해야 한다. 흑백논리, 이분법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안 된다. (교인은) 교회 일만큼이나 세상일도 열심히 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이 세상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면 된다. 그거면 된다. 자꾸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고, 어울려 살면서 본을 보이면 된다.

한국교회가 위기라고들 하는데, 굳이 대안을 꼽자면 노인 세대에 있다고 본다. 외로움에 직면한 노인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감동을 준다면, 그들이 교회로 몰려들 것이다. 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대안도 있다. 해법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확실한 건 대안이 있다. 좌절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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