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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재난 지역 들어가 평화 만드는 개척자들

[인터뷰] 국제 구호단체 개척자들 류복희 사역팀장

이향림   기사승인 2018.12.06  19: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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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 28일 술라웨시 지진 사태 이후 도로가 막혀 전기와 물 공급이 안 되는 산속 마을로 들어간 류복희 사역팀장(맨 오른쪽 아래). 류 팀장과 지진으로 고립된 마을 아이들이 서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 개척자들

'개척자들'에서 2019년부터 1년간 함께할 볼런티어(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 개척자들은 어떤 단체인지, 볼런티어는 어떤 활동을 하는지 류복희 사역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 개척자들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개척자들은 분쟁 지역, 재난 지역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함께 있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단체다. 주로 평화 복무와 평화 캠프를 진행한다. 청년들을 모집해 평화 캠프는 한 달 정도, 평화 복무는 1~2년 파견한다.

- 평화 캠프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는가.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에 들어가는 것은 어렵다. 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됐거나, 분쟁이 일어날 것 같은 곳, 심각한 재난을 당한 곳에 긴급하게 조사팀을 보낸다. 더 많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찾는다.

이를테면 2000년 티모르 분쟁 이후 바로 들어가 재건 캠프를 진행했다. 티모르가 유엔의 도움을 받아 독립 투표로 독립한 것은 축하할 일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독립에 반대한 인도네시아 사람들(민병대, 시민군)이 철수하면서 거리의 집들을 많이 태워 버렸다. 전쟁이 끝나고 파괴까지 하고 가서 재건이 중요했다. 한 지역을 지정해 집을 지어 주는 일을 했다.

난민촌 같은 경우, 아이들이 방치돼 있어서 아이들을 위한 평화 학교를 2주간, 길게는 1달 정도 진행한다. 당시 티모르에서는 80명 정도가 모였다. 지역에 따라 10명을 모집하기도 하고 80명을 모집하기도 한다.

우리가 캠프를 진행했던 곳은 보통 분쟁이 있었던 지역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캠프를 할 때 화해하는 프로그램을 넣는다. 분쟁을 겪은 아이들 사이에는 증오, 미움, 타인을 향한 불신 등이 팽배해서 화해할 수 있도록 포커스를 두고 커리큘럼을 짜서 '평화 캠프'라는 말을 사용한다.

2013년 지진이 일어났던 인도네시아 아체. 도서관을 짓는 평화 캠프를 진행했다. 사진 제공 개척자들

- '평화 복무'라는 말도 생소하다.

'월드 서비스'라는 말이 더 친근할 수 있겠다. 전쟁을 하는 군대를 대신해서 봉사하는 개념이다. 세상을 향한 섬김이다. 기간은 평화 캠프와 달리 1~2년이다. 평화 캠프를 했던 지역에 장기간 남아서 캠프를 마무리하고, 계속 지역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과거에 파키스탄에서 5년, 아프가니스탄에서 7년, 티모르에서 10년, 인도네시아 아체에서 14년 정도 관계를 맺어 왔다.

현재는 현지 청년들과 함께 현지 공동체를 만들었다. 현지 오피스가 생기는 것이다. 평화 복무를 하는 볼런티어는 개척자들에서 길게 1~2년 활동하다가 현지 오피스가 생기면, 그것을 책임지는 한국인 현장 매니저가 된다.

- 볼런티어의 기준은?

나이·성별·학업 등 일반적 기준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활동하는 현장은 녹록지 않다. 한국 개척자들 오피스라 할 수 있는 '샘터'조차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의식주 문제가 큰데, 기꺼이 고생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이 일을 지속할 수 있다. 이를 '자기 비움'이라고 한다.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도 필요하다.

호봉제가 없다.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 주지만 생활은 책임지지 않는다. 활동비 정도만 지급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이를 '열정페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점은, 우리 단체 안에서 어느 누구도 그들의 열정을 뺏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볼런티어들이 2018년 교육을 받기 위해 사드 배치 철회 평화운동을 하는 성주에 갔다. 사진 제공 개척자들

- 볼런티어 기간이 지나고도 개척자들 활동에 참여할 수 있나.

참여할 수 있다. 볼런티어로 일정 기간 보낸 후 스태프가 되는데, 다만 현재 스태프들과 서로 합의가 되어야 한다. 볼런티어는 1년 정도 활동하며, 개척자들 정신이나 원칙에 따라 굳이 살지 않아도 된다. 스태프가 되려면, 개척자들 신조·규정·정신에 따라 산다고 결심해야 한다.

- '개척자들 정신'이 무엇인가.

개척자들에는 10가지 신조가 있다. 우리는 24시간 파견 대기조다. 그렇게 동의하고 그렇게 살기로 결심하는 것이 개척자들 정신이다. 신조의 기초는 창립 멤버 송강호 간사가 만들었고, 다른 스태프들도 동의했다. 송강호 간사는 교회 전도사이자 나를 포함한 초기 스태프 모두의 스승이었다. 첫 번째 볼런티어도 송강호 간사의 학교 강의를 듣고 왔다. 나도 ACTS 학생이었을 때 교육학 강의를 듣다가 알게 됐다. 그때는 개척자들이 아니었고, 기도 모임이 있었다.

- 어떤 기도 모임이었나.

처음은 일주일에 1번 외국에서 고생하는 선교사들을 위해 기도하는 모임이었다. 그러다 필리핀 피나투보화산이 폭발했을 때, 그곳을 방문해 지역을 위해 기도했다. 이후 세상을 위해 기도할 곳이 필요하다 생각해, 1998년 송강호 간사가 독일에서 공부한 후 돌아와 "기도를 행동으로 옮겨야 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송강호 간사는 1999년 티모르를 갔다 오고, 2000년 개척자들을 세워 신조를 만들어 볼런티어를 모집했다.

- 어떤 마음으로 기도 모임에 참석했나.

송강호 간사 말이 진정성 있게 들렸다. 꿈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신탁을 받았다고 하더라.(웃음) 지평선에서 마른 볏짚들이 불에 타면서 자기에게 다가왔는데, 그렇게 불에 타듯이 젊은이들이 일어나 세상을 위해 헌신하는 꿈을 꿨다며, 우리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21세에 그 이야기를 들었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25세부터 기도 모임에 참석했다. 내가 88학번이니까 1992년에 참여한 것이다.

- 기독교인만 볼런티어로 참여할 수 있는가.

아니다. 처음 시작한 사람들은 기독교인이었다. 기독교가 가르치듯 자기 부인, 자기희생을 통해 타인을 구원한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따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자기를 희생해 타인을 섬기는 사람들은 다 동료라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인류애적 마음을 지닌 사람은 누구나 일할 수 있다.

지금 일하는 사람들 중에도 종교가 없는 사람들, 불교인, 무슬림이 있다. 인류애로 함께한다. 몸으로 실천하는 이타적 삶에 동의하기에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함께 일할 수 있다.

술라웨시 지진 피해 지역 모습. 사진 제공 개척자들

- 개척자들에서 주로 어떤 활동을 해 왔나.

처음에는 티모르,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사전 조사를 했다. 그렇게 해 보니, 길어도 1년 안에는 한국에 돌아오게 되더라. 2005년 아체의 경우, 쓰나미 때문에 들어갔고 오피스를 만들 때까지는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로 고아가 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었다. 빨리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세월이 흘러 12년 정도 거주했고, 아이들이 자라고 현지 친구들이 생겨 인수인계하고 재작년에 한국에 돌아왔다. 지금도 1년에 1~2번은 들른다.

- 어떤 마음으로 개척자들 활동을 이어 가고 있는가.

대단한 결심으로 시작한 활동은 아니다. 개척자들 활동은, 세상을 살아가며 따라야 할 구체적 신앙의 길을 보여 줬다. 그래서 시작했다. 그것이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그래서 다른 생각하지 않고, 풀리지 않는 숙제를 계속 푸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대의가 있는 사람들이 변하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개인의 삶에 묻혀 버리거나, 또 다른 명예욕 혹은 권력욕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겉으로는 대인배인데 속은 그러지 못하고, 대의 또한 권력이 돼 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 경계에서 항상 개척자들은 안 되는 길, 더 고생스러운 길, 십자가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계속할 수 있었다. 동료들이 계속 남아 있지 않았다면, 그리스도를 좇는 다른 길을 가고 있지 않을까.

- 개척자들은 다른 국제 구호단체와 어떤 차별점이 있나.

개척자들은 위험하거나 병에 걸릴 수 있는 지역에서도 누군가 평화 활동을 하겠다고 말하면 수용한다. 이는 단체로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류복희 사역팀장이 밝게 웃으면서 최근 재밌게 본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이향림

- 미래의 볼런티어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우리는 우리 이야기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어떻게 만드는지는 우리 자신에게 달렸다. 여러분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드는 데 개척자들이 한 부분을 담당할 수 있지 않을까. 여러분의 이야기를 써라. 여러분의 러브 스토리를 써라. 최근에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재밌게 봤다. "It is my history, it is my love story"라는 말이 나온다. 사실 나도 예전부터 생각한 말이기는 하다(웃음).

예전에 <나의 이야기>라는 책도 감명 깊게 봤다. 책에서 보니, 피폐하게 살다가도 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더라. "나의 이야기를 써라"는 말을 항상 생각하며 살았다.

외부 기고는 <뉴스앤조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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