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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큰 예배당은…

[르포] 매달 첫 주일 '세월호 교회', 희생자를 기억한다는 것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8.12.03  13: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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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세월호 미수습자 권재근 씨는 형제가 많은 가정에서 태어났다.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다. 평생 공장과 농장을 전전한 권 씨는 나이 마흔을 넘겨 한윤지 씨와 결혼했다. 아들 혁규 군과 딸 지연 양을 두었다. 권 씨는 제주도에 있는 지인의 권유로 귀농을 결심하고 그동안 모은 돈으로 땅을 구입했다. 2014년 4월 16일은 네 식구가 부푼 꿈을 안고 이사를 하는 날이었다. 참사 속에서 구조된 이는 당시 5세 지연 양뿐이었다.

진도군교회연합회 고 문명수 목사는 세월호가 침몰하자 교인들과 함께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을 찾았다. 부스를 설치하고 각종 생필품과 식품을 나누어 주었다. 매일 세월호 가족을 위해 기도하는 헌신적인 목사였다. 단원고 학생과 같은 또래 자녀가 있어 참사가 남 일 같지 않았다. 잠결에 "아이들을 찾으러 가야 한다"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문 목사는 2014년 4월 말부터 스트레스와 과로로 건강이 악화하기 시작해 10월 3일 세상을 떠났다.

12월 첫 일요일, 안산 416생명안전공원이 들어설 부지에서 세월호 예배가 열렸다. 이번 달은 일반인 희생자와 아이들 곁으로 먼저 간 세월호 활동가들을 기억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일반인 희생자·미수습자 42명, 세월호 활동가 8명, 순직한 소방대원 5명의 이름을 한 사람씩 소리 내어 불렀다. 세월호 예배에서 가장 엄숙하고 무거운 시간이다.

매달 첫째 주 일요일, 세월호 가족과 기독교인들은 화랑유원지에서 예배를 한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말도 잘하고 마음도 따뜻해 어머니가 많이 의지했던 아들 신호성."
"부드럽고 친절한 성품으로 약한 친구들에게 힘이 되어 주었던 배려의 아이콘 김재훈."
"아이들에게 '걱정하지 마.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라고 말하며 망설임 없이 4층으로 뛰어 내려간 최혜정."
"290여 명의 실종자를 수습했지만, 정부에 버림을 받고 동료 죽음까지 책임져야 했던 세월호 잠수사 김관홍."

'희생자'라는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누군가에게는 별처럼 빛나는 소중한 가족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아비규환에서 자신들의 생명을 구해 준 영웅이었다. 세월호 가족들과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생명을 다해 지킨 이도 있었다.

이날 예배에서 사회를 맡은 창현 엄마는 신영복 교수의 <변방을 찾아서>(돌베개) 한 부분을 낭독했다.

"오늘 내가 지울 수 없는 생각은 비록 그것이 역사의 꽃이 된다고 하더라도 모든 죽음은 거대한 상실이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우리가 두고두고 통한의 아픔으로 메워야 할 거대한 함몰이 아닐 수 없다. (중략)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창현 엄마의 낭독을 들으며 희생자들 이름을 부르는 행위가 지닌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별이 된 이들의 부재를 직면하는 동시에, 생명보다 소중한 건 없다는 진리를 가슴속에 새기는 일이었다. 물질과 성공, 속도와 효율만 강조했던 모습을 반성하고, 이 사회를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는 사회로 바꾸겠다고 다짐하는 일이었다. 세월호 가족들과 그리스도인들은 매달 이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사람들은 예배 시작 전, 기도하는 심정으로 미조성 부지를 한 바퀴 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창현 엄마는 신영복의 글을 읽었다.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세월호 예배에는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사람이 참석한다. 올해 5월 예배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참석자 수가 20명 안팎이었는데, 매달 참석자가 늘고 있다. 이날은 80여 명이 모였다. 광교산울교회(이문식 목사), 화정교회(박인환 목사), 새맘교회 교인들이 함께했다. 서울, 인천, 일산 등 인근 도시에서 대중교통을 타고 온 개인 참석자도 있었다.

예배가 끝나면 사람들은 삼삼오오 들판 위에 모여 앉아 식사를 한다. 메뉴는 보통 김밥 한 줄이다. 교회나 기관이 매달 돌아가며 저녁을 담당한다. 가끔 과일이나 과자가 함께 나오는 날도 있다. 이날은 광교산울교회 차례였다. 이들은 날씨가 추워질 것을 대비해 특별히 배춧국을 준비했다. 창현 엄마는 예배 후 가족들과 참석자들이 나누는 저녁 식사를 "광야의 식탁"이라고 불렀다.

누가 시키거나 강요하지 않았는데 그리스도인들은 '세월호'라는 이름 아래 한 교회를 이루고 있다. 이를 두고 정경일 원장(새길기독사회문화원)은 11월 11일 새길교회 주일예배에서 "세월호 가족이 2000년 전 예수 그리스도 교회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보여 주고 있다.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기억하기 위해 공동체를 이룬 초대교회처럼, 가족들은 사랑하는 아이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기억과 진실의 교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예은 엄마는 11월 30일 '세월호 가족과 동행 그룹 간담회'에서 "매번 놀라운 은혜를 경험한다. 미조성 부지에 앉아서 예배를 하고 있으면 단원고가 보이고 분향소 자리도 보이고, 가끔은 우리 아이들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요하고 넓은 화랑유원지를 가리켜 '세상에서 제일 큰 예배당'이라고 표현했다.

가족들은 한겨울에도 야외에서 생명안전공원 부지를 바라보며 예배할 계획이다. 이미 4년 넘게 팽목항과 국회, 청와대 앞에서 풍찬노숙을 경험했던 이들이다. 바깥에서 1시간 예배하는 일쯤은 끄떡없다.

예배가 끌날 무렵이면 화랑유원지에 땅거미가 진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세월호 예배에서 올리는 기도는 매번 같다. 벌써 4년 반 넘게, 대한민국이 생명을 중시하고 안전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기 위해 진상을 규명하고, 생명안전공원을 만들어 참사를 기억한다. 그것이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이 되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가족들과 그리스도인들은 지금도 기억하고 간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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