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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정권 9년이 반동성애 진영 인큐베이터"

인천 퀴어 축제 사태로 본 개신교 동성애 반대 역사·논리

장명성 기자   기사승인 2018.11.29  14: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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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지난 9월 열린 인천 퀴어 문화 축제는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은 행사 전날 밤부터 퀴어 축제 행사장에서 '밤샘 기도회'를 열었다. 이른 아침 행사장으로 들어가던 주최 측 차량은 검은 옷차림에 검은 마스크를 쓴 청년들에게 가로막혔다. 누가 세워 놓았는지 알 수 없는 대형 버스가 진입로를 막고 있기도 했다. 신고된 집회를 '불법 집회'라고 말하며 "집에 가"라고 외치는 개신교인들은 갈수록 늘어 갔다. 반대 측의 불법 집회가 열리면 해산시켜 주겠다던 경찰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인천 퀴어 축제 비상대책위원회에 소속돼 행사를 준비했던 라떼 활동가는 11월 28일 중앙대학교 인권센터와 중앙대 총학생회 성평등위원회가 주최한 '인천 퀴어 축제 사태로 바라본 혐오 세력의 지형' 강연에서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그날 느꼈던 공포감·무력감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천 퀴어 문화 축제 이후 열린 '인천 퀴어 문화 축제 혐오 범죄 규탄 집회'에서도 반동성애 개신교인들의 반대는 계속됐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전명구 감독회장) 목사이기도 한 라떼 활동가는 최근 극에 달한 개신교의 동성애 반대 양상을, 반동성애 단체들의 성장 과정을 통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2007년 결성된 에스더기도운동본부(에스더·이용희 대표)를 반동성애 운동의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스더는 2007년 정부 주도로 발의된 차별금지법 제정을 저지하기 위해 '동성애입법반대국민연합'을 결성했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전부터 있었지만, '연합'이라는 이름으로 개신교 단체들이 모여서 조직적인 반대 집회·시위·기도회 등을 시작하게 된 것은 동성애입법반대국민연합 조직 이후라고 했다.

라떼 활동가는 "당시 반동성애 단체들이 '동성애자의 양심 고백'이라는 글을 배포한 것이 가장 큰 악행이라고 생각한다. 4대 일간지에 실리고, 만화로까지 발행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럴 만한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보수 개신교의 극렬한 반대로 차별금지법 제정이 무산됐고, 정권까지 바뀌게 됐다. 라떼 활동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이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다. 현재까지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개신교 기반 반동성애 단체들이 두 정부를 지나며 폭발적으로 생겨났다"고 했다.

라떼 활동가가 설명한 개신교 기반 반동성애 단체 목록.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9년 사이 '바른', '학부모', '가정' 등 용어를 사용하는 반동성애 단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라떼 활동가는 "소속 인원은 그대로지만 대표만 바꾸거나 단체 이름만 바꾼 유사 단체가 많았다. 기자회견을 열면 오는 사람은 10명 남짓인데, 참여한 단체는 20개가 넘는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동성애대책협의회(한동협) 결성이 개신교 주요 교단들까지 반동성애 운동에 끌어들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산발적으로 반동성애 운동을 하던 의기 넘치는 단체들을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가 모았다. 반동성애 단체 대표뿐 아니라 주요 교단 총무, 사무총장도 불러 모아 교단도 소속시켰다. 반동성애 운동을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어 낸 것"이라고 말했다.

라떼 활동가는 "한동협 결성 이후 주요 교단들이 교단법에 반동성애 조항을 넣기 시작했고, 신학교에서도 동성애자의 입학을 제한하거나 차별하는 규칙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끼리끼리 움직이던 반동성애 단체와 교단이 한곳에 모이게 되니, 그 후부터 교인들도 '교회 다니면 동성애 반대해야지'라고 생각하게 됐다. 크리스천의 정체성과 반동성애를 동일시하게 된 것이다. 이는 굉장히 위험하고 성경 가르침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이 말할 수 없이 꼼꼼하고 집요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차별금지법, 생활동반자법 제정이나 군형법 92조 6항 폐지 등 동성애와 조금이라도 관련 있다고 보이면 무엇이든 달려들고 갖은 수단을 써서 반대한다. 교과서나 성교육 표준안, 방송·영화까지 손을 대지 않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개신교인들은 혐오 범죄 규탄 집회 참가자들의 행진을 막기 위해 무리를 짓고 누워 도로를 점거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인천 퀴어 축제 현장에 있었던 성소수자 및 지지자들의 경험을 조사해 이들의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밝혀냈던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김승섭 교수 연구팀 주승섭 연구원은,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의 반대 논리를 조사 결과로 반박했다.

설문 응답자 309명 중 대부분은 20~30대였지만, 10대도 23%나 됐다. 주승섭 연구원은 1/4에 이르는 10대 비율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이 결과는 성 정체성을 탐구하는 청소년과 그를 지지하는 청소년이 많이 있고, 여건이 되는 대로 퀴어 축제와 같은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혐오 세력들이 '아이들에게 해롭다'는 이유로 퀴어 축제를 반대하는데, 유대감을 형성하고 정보를 얻기 위해 축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10대에게 혐오를 전시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무엇이 더 해로울까."

인천 퀴어 축제 당시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은 "집에 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주승섭 연구원은 "사실 설문 응답자 중 36%는 인천 거주자였다. 집 앞에 마실 나온 셈 치고 행사에 참여한 분들도 있었을 텐데, '집에 가'라는 이야기가 얼마나 당황스러웠겠나. 이러한 구호는 자기 주변에 퀴어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말했다.

주승섭 연구원은 물리적인 폭력과 혐오 발언 등으로 당시 참가자들이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크게 입었다며, 이 같은 직접적 차별이 해소되기 위해서라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제도를 만든다고 혐오가 한순간에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인천 퀴어 축제에서 그 제도마저 없을 때 사람들이 어떤 폭력에 노출될 수 있는지 목격했다. 기초적이더라도 이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이 필요하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28일 열린 '인천 퀴어 축제 사태로 바라본 혐오 세력의 지형' 강연에는 2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 제공 중앙대 총학생회 성평등위원회

강의 이후 진행된 자유 토론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개신교 내 인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이야기했다. 한 참가자는 "동성애를 극렬히 반대하고 퀴어 축제 같은 집회까지 막으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인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나"라고 물었다. 또 다른 참가자가 "지인 중 당시 반대 집회에 나갔던 사람이 있다. '왜 갔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교회에서 '당연히 가야 한다'면서 막무가내로 조직해서 나가니까 이런 사람들이 생긴다. 이 같은 일이 계속된다면 교회 내에도 미세한 균열이 생기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라떼 활동가는 지금까지 동성애 혐오를 조장해 온 교단에 책임이 있고, 개교회에 퍼져 있는 혐오를 없애기 위해 세뇌 해소 수준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들의 인식을 바꾸는 일을 조급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인천 퀴어 축제 당시 대치하고 있던 반동성애 진영 아주머니 한 분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그래도 몸은 아껴야지. 그래도 살아야지'라고 하더라. 내가 받아들인 그 의미는 아닐 수 있지만, 꽤 위로를 얻었다. 우리는 끝까지, 보란 듯이 살아남아야 한다. 그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너무 무리하지 말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부터 조금씩 '일상의 균열'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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