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감리교신학대학교(김진두 총장) 성소수자 인권 모임 '무지개감신'이 11월 27일 감신대 중강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9일 교내에서 열리는 이요나 목사(홀리라이프)의 '탈동성애' 강연과 이를 개최할 수 있도록 장소를 대여한 학교 당국을 비판했다. 이들은 학교 측이 강연을 취소하고, 교내에 만연한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무지개감신은 지난 11월 15일, 이요나 목사의 탈동성애 강연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강연 장소 대여를 담당하는 학생경건처에 항의 방문했다. '전환 치료'가 가능하다는 이 목사의 강연을 허가한 학교 측 결정이 "성소수자에 대한 심각한 폭력"이라고 규탄했지만, 경건처는 "경건처장과 교수들이 회의를 거쳐 허가한 행사"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강연 취소가 어렵다는 입장을 확인한 후, 무지개감신은 역으로 성소수자 전환 치료의 위험성을 알리는 영화 상영회와 인권 포럼을 기획해 장소 대여를 신청했다. 학교는 하루 만에 '불허' 통보했다. "교단이 동성애를 반대하고 있고, 감신대는 교단 소속 학교이기 때문에 방침을 따라야 한다"는 이유였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이요나 목사의 유사 강연을 불허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감리회 퀴어함께 김신애 목사는 전환 치료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그는 "성소수자를 '비정상'으로 바라보는 차별적 시선이 이요나 목사에 의해 강화되고 있다. 성소수자들이 그의 사역을 접하면서 '치료될 수 있다'는 잘못된 희망을 품게 되고, '내가 비정상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사랑하니까 반대한다'는 기괴한 구호로 가해지는 폭력이다"고 말했다.

감신대 이수현 총여학생회장은 '교단법'이라는 명분으로 학생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학교가 부끄럽다고 했다. 이 회장은 "학문의 자율성이 대체 언제부터 교단법 아래 있었는지 모르겠다. 소수자 인권 문제는 일반대학은 물론이고 여러 신학교에서 이미 깊게 다뤄지고 있다. 하지만 감신대는 '교회가 허락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강연을 불허했다. 사회 현실과 다른 학교 모습에 통감한다"고 말했다.

무지개감신은 기자회견문에서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사의 사이비적 치료 행위는 학술 강연으로 수용됐지만, 교회가 배척해 온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와 환대, 목회적 적용을 논하는 강연은 교단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불허됐다. 학교 내에 만연한 성소수자 혐오를 그대로 드러내는 지점"이라고 했다.

타인의 삶을 재단하며 죽음으로 몰아가는 전환 치료를 근절하는 데 앞장서야 할 신학교가, 이에 동조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무지개감신은 "신학교는 생명을 살리고 영혼을 돌보는 주체를 키우는 공간이다. 교회 지도자를 양성하는 신학교가 먼저 책임감을 가지고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을 몰아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이요나 목사의 유사 강연을 불허하라", "경건처장은 학생 권리 탄압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 "차별과 혐오는 폭력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총장실에서 장성배 학생경건처장(왼쪽 첫 번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기자회견 참석자들. 뉴스앤조이 장명성

기자회견이 끝난 후, 무지개감신은 김진두 총장에게 기자회견문과 요구서를 전달하기 위해 총장실로 찾았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김 총장에게 요구서를 전달하고 내용을 설명하던 중 마침 장성배 경건처장이 나타났다. 다른 문제로 총장실을 찾은 것이었지만, 그는 "총장님과 함께 이야기하자"는 학생들 요청을 받아들이고 이야기를 나눴다.

"탈동성애 강연만 허가하고 성소수자 인권 세미나를 불허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무지개감신 측 질문에, 장성배 처장은 "성소수자 인권 세미나가 열린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아마 직원이 내 취지를 이해하고 대변해 준 것 같다.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는 교단에서 동의가 안 되고 있으니, 관련 집회가 열린다면 교단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 적은 있다"고 답했다.

장 처장은 이요나 목사 강연을 여는 '성서해석학연구모임'에는 지도 교수가 있어서 허가했다고 말했다. 지도 교수에게 강연에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알렸고, '책임질 수 있다면 진행하고 그렇지 않다면 안 해도 괜찮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고 했다.

동성애에 대한 교단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강연을 허가할 수 없다는 장 처장의 발언에, 기자회견에 참여한 한 교단 목사는 "그렇다면 감신대에서는 대체 어떤 세미나를 열 수 있는가. 교수님은 경계를 넘는 담론을 만들어야 하는 '선교학' 교수 아닌가. 공부하는 학생들이라면 당연히 이런 문제를 깊게 논의하고 세미나를 열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이 학교 장소 쓰는 데 이렇게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무지개감신은 장성배 처장에게 "사람을 나락으로 내모는 전환 치료, 탈동성애 강연을 어떻게 허가할 수 있나. 학교가 사람 죽이는 세미나를 연다는 게 창피하다. 우리 강연은 허가하지 않더라도, 이요나 목사 강연은 꼭 불허해 달라"고 요구했다.

장 처장은 "성서해석학연구모임 지도 교수와 직접 연락해 분명한 의지를 듣고, 책임을 못 지겠다고 하면 행사를 진행하지 않도록 하겠다. 이 사태를 통해 동성애·성소수자 문제를 선교학적으로 연구하고, 교단과 학교가 논의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무지개감신 백인혁 학생은 "우리는 우리 연구와 주장을 계속해 가겠다. 지금 주장도 충분히 학교가 승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0분 넘게 이어진 토론은 양측의 이견만 확인한 채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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