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아들 목사의 '그루밍 성폭력' 의혹을 덮으려 한 김영남 목사가 담임하는 인천새소망교회가 교단을 탈퇴했다. 김영남 목사 부자를 엄벌에 처하겠다고 밝혔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이승희 총회장) 서인천노회(최석우 노회장)는, 아들 김 목사를 사직 처리하는 데 그쳤다.

인천새소망교회는 11월 25일 공동의회를 열어, 교단을 탈퇴하기로 결의했다. 참석자 120여 명 중 90% 이상이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다루기로 예정했던 김영남 목사의 퇴직금 지급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예장합동 헌법 정치 제21조 '의회'를 보면, 공동의회는 "개회할 날짜·장소와 의안議案을 1주일 전 교회에 광고 혹은 통지"해야 한다고 나온다. 인천새소망교회는 전 주에 공동의회를 공지하지 않았다. 4일 전인 11월 21일 당회를 열어 공동의회 소집을 결정하고 교인들에게 알렸다. 헌법이 명시한 소집 통지 기한을 어긴 것이다.

A 장로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회의할 때 김영남 목사에게 헌법이 명시한 규정을 설명하며 최소 7일 전에 통지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러자 김 목사는 '상회上會 지시가 있을 경우에는 괜찮다'며 공동의회 소집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헌법에 '상회 지시가 있을 경우 7일 전 통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A 장로는 당시 당회에 서인천노회 최석우 노회장과 이병현 부노회장이 동석했다고 말했다. 노회 중진들이 옆에 있으니, 김영남 목사가 틀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했다. 최 노회장과 이 부노회장은 25일 새소망교회 공동의회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새소망교회가 11월 26일 공동의회를 열어 교단을 탈퇴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인천새소망교회 일부 중직자는 김영남 목사가 교단 탈퇴 후 목회를 계속하려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A 장로는 "담임목사가 이번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임할 것을 약속했는데 마음이 바뀐 것 같다. 이번 공동의회 때 퇴직금 문제를 다루기로 중직자 회의에서 결정했는데, 김 목사가 안건을 상정도 하지 않았다. 목회를 계속하겠다는 표시다"고 말했다.

그는 "30년 동안 곁에서 지켜본 목사님은 교인들에게 말씀에 따라 살라며 엄격하게 가르치는 분이었다. 그런데 정작 본인과 아들 문제 앞에서는 자신이 말한 것과 다르게 행동한다.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중직들에게 상처로 남고 있다"고 말했다.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 측은 김영남 목사가 교단 치리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쓴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D의 부모는 11월 26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최근 사건이 공론화하면서 김영남 목사가 불리한 상황이라는 것을 감지한 것 같다. 법적 책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교묘하게 교단을 탈퇴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인천노회, 권징 없이 사임 수리
"본인이 사임했으니 징계할 수 없어"
교단 탈퇴로 김영남 목사 조사도 무산

서인천노회는 김 아무개 목사의 사임서를 수리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일부 교인은, 최석우 노회장이 인천새소망교회 당회와 공동의회에 참석한 것을 근거로 노회가 교단 탈퇴를 종용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서인천노회는 11월 26일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 김 아무개 목사의 권징 절차를 다루기 위해 임시노회를 소집했다. 경기도 부천시 한 식당에서 열린 임시노회에는 노회원 41명이 참석했다.

최석우 노회장은 김 아무개 목사가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이를 받는 것으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김 목사가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많은 사람에게 공분을 일으키는 비행을 저질렀다며 사직서를 보내왔다. 이를 그대로 처리해 영구히 목회 사역을 할 수 없도록 하자"고 했다.

이에 박재철 목사(주원교회)는 "사직서를 받는 것으로 끝낼 수 없다. 죄가 있으면 응당 그에 합당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 사직은 책임 회피다"고 항의했다. 그러나 대다수 노회원이 노회장 의견에 동의하면서 김 아무개 목사는 사직 처리됐다.

서인천노회는 이날 그루밍 성폭력 사건을 덮으려고 했던 김영남 목사에 대한 조사위원회 구성도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인천새소망교회가 교단을 탈퇴해 이 논의는 없던 일로 하기로 결의했다.

최석우 노회장은 임시노회 이후 취재진에게, 김 아무개 목사가 더 이상 목회를 할 수 없게 됐으니 문제는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사직과 면직은 다르지 않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나"라는 질문에, 그는 "본인이 이미 사임했는데 어떻게 다루나. 이제 목회할 수 없으니 결과는 같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최석우 노회장과 이병현 부노회장이 인천새소망교회 당회와 공동의회에 모두 참석한 것을 두고, 서인천노회가 인천새소망교회 교단 탈퇴를 방관 내지 종용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날 "교단 탈퇴를 종용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최 노회장은 "내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나. 참관만 하러 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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