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네덜란드 헤이그시에 있는 베델교회(Bethel Church)는 추방 위기에 몰린 난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10월 26일 오후 1시 30분부터 지금까지 32일째 쉬지 않고 예배하고 있다. 정부의 권위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나그네를 환대한다'는 교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교회에는 아르메니아 출신 난민 탐라지안(Tamrazyan) 가족이 머무르고 있다.

부부와 자녀 셋으로 구성된 이 가정은 아르메니아에서 정치 활동에 따른 살해 위협을 받아 9년 전 네덜란드를 찾았다. 법원에서 탐라지안 가족의 망명 지위를 인정했으나 정부가 이의를 제기해 판결이 뒤집혔고, 이들은 불법 거주자 신세가 됐다. 아르메니아로 돌아갈 수 없었던 탐라지안 가족은 어린이와 함께 5년 이상 거주한 가족에게 합법적 체류를 보장하는 '아동 사면 조약'에 지원했다. 원칙대로라면 체류를 보장받아야 하지만 이것마저 거절당했다.

시에서 운영하는 난민 쉼터에 2년째 머물던 가족은 결국 추방 명령이 떨어진 것을 알게 됐다. 이들은 주변 교회에 도움을 요청했고 베델교회가 이에 응해 10월 25일부터 머물게 된 것이다.

교회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2010년 제정된 국내법을 활용하기로 했다. '출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경찰이 법을 집행하기 위해 종교 기관을 방문하려고 할 때 종교적 의식이 진행되는 시간은 피해야 한다. 예배 시간에는 교회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네덜란드 베델교회는 난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32일째 멈추지 않고 예배 중이다. 베델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탐라지안 가족의 요청을 받은 교회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과 정부의 방침을 존중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이들을 보호하기로 결정했다. 개신교목사협회 테오 헤테마(Theo Hettema) 대표는 <쿼츠>와의 인터뷰에서 "낯선 이에게 문을 열고 환대한다는 교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베델교회 취지에 동의하는 네덜란드 개신교 목사들도 힘을 보탰다. 이들은 예배를 처음 시작한 10월 26일부터 돌아가며 예배를 인도하고 설교하고 있다. 베델교회 교인들은 물론 탐라지안 가족을 지지하는 이들이 교대로 찾아와 예배에 참석했다.

교회는 당분간 예배를 지속하며 탐라지안 가족을 보호할 예정이다. 베델교회는 특히 이른 아침과 늦은 밤 예배에 많이 참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로 주변이 붐비지 않도록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