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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던 청년들이 스스로 '빛'날 수 있도록

'청년실신' 시대에 부채 탕감 운동 나선 교회·단체들

장명성 기자   기사승인 2018.11.23  10: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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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해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청년 실업률과 급증하는 청년 부채는 '청년실신'(실업+신용불량)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오늘날 대한민국 청년들 현실을 고스란히 담은 신조어다. '노오력'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어 왔지만, 과도한 스펙 요구와 높은 취업의 문턱, 높아만 가는 등록금·주거비는 청년들이 처한 엄연한 현실이다.

청년들이 '빚'의 늪에서 헤어나와 각자의 자리에서 '빛'날 수 있도록 경제적 도움은 물론 무너진 삶의 회복까지 함께하는 교회와 단체가 한자리에 모였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희년함께·예수마을교회·서향교회·온누리교회는 11월 22일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청년 부채 해방, 현실 속에서 희년의 길을 찾다'라는 제목의 포럼을 열고, 각 교회·단체의 사례를 통해 부채 탕감 운동의 의미와 과제를 진단했다.

청년 부채 탕감 운동에 힘쓰는 교회·단체들이 11월 22일 연 공동 포럼에는 2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희년 정신'으로 부채 문제 해결
"빚 때문에 느끼는 중압감 상당해
재무 지원과 함께 삶까지 회복시켜야"

2014년부터 '부채 탕감 운동'에 힘써 온 희년함께는, 청년들의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2016년 무이자 은행인 '희년은행'을 조직해 청년 부채 탕감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다. 무이자 저축으로 모인 자본은 청년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우선 투자한다. 단순히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 주는데 그치지 않고, 빚 때문에 무너진 청년들의 삶을 지속 가능하게 회복하는 데 초점을 둔다.

희년은행은 올해 내수동교회(박지웅 목사)와 공동 프로젝트를 실시해 교회 청년들의 부채 문제 해결에 나섰다. 교회 다니는 청년들도 부채 문제를 피해 갈 수 없지만, 교회 내에서 자신의 어려움을 말하기란 쉽지 않다. 희년함께 김덕영 사무처장은 "빚이 있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기는 청년들이 많다. 교회 내 다른 이들과 관계가 깊지 않은 청년들은 고민을 나눌 곳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내수동교회에서 진행된 '부채 탕감 프로젝트'를 통해, 사역자들이 인식하지 못했던 청년들의 부채 문제가 드러났다. 김 사무처장은 "희년은행의 재무 상담·지원과 교회의 목회적 역량이 더해져, 청년들의 삶까지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교회가 청년들의 재무 정보를 가지고, 지속 가능한 회복을 도울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희년함께 김덕영 사무처장은 부채 문제를 부끄럽게 여기는 청년들이 많은 현실에 아쉬움을 표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기윤실 좋은사회운동본부는 2018년 상반기에 '청년 부채 ZERO 캠페인'을 진행했다. 갈수록 심화하는 청년 부채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나태함이나 무분별한 소비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다양한 사회구조와 현상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시작한 캠페인이다.

좋은사회운동본부 설성호 팀장은 청년 부채를 청년 문제의 '끝판왕'으로 표현했다. 그는 "채무자들을 만나고 상담하며 이야기를 들어 보면 '부채가 삶의 모든 걸 다 집어삼키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빚 때문에 느끼는 심리적 중압감이 상당하다. 삶에 대한 의욕과 기대감마저 잃게 하는 문제인데, 고민을 나눌 곳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기윤실은 캠페인을 통해 부채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재무 지원을 하고, 스스로 상환 능력을 가질 수 있게 '재무 교육'과 '공동체 모임'까지 진행했다. 설성호 팀장은 "빚의 고리를 한 번은 끊어 줘야 하기 때문에 금융 지원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돈으로 돕기 이전에, '재무 역량'과 '상환 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기윤실 좋은사회운동본부 설성호 팀장은 한국교회가 청년 부채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단순한 교육·상담만으로 청년들이 스스로 재무 관리를 수월하게 해내지는 못한다. 기윤실은 이 같은 상황을 '공동체 모임'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더바짝모임'(더 바르게 쓰는 짝꿍들의 모임)을 통해 빚 문제를 마주한 청년들이 모여 고민을 나누고 재무 계획을 함께 세우며 서로를 북돋우게 했다. 모임에서 진행된 경제관념 및 재정 관리 교육에서는, 빚을 늘리지 않으면서 스스로 돈을 갚아 나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쳤다.

설성호 팀장은 "이 같은 과정을 3~4개월 거치면서 자신의 재무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재무 감각을 회복하는 청년을 많이 봤다. 늘 돈에 대한 스트레스 속에 있으면서 삶에 대한 기대감을 잃어버렸던 청년들에게, 자신이 꿈꿨던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설 팀장은 한국교회가 '청년 부채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청년 부채 운동은 그저 시민운동이나 사회운동 차원이 아니라, 구약의 '희년 정신'에 기반을 둔 운동이다. '희년'이 구약에 쓰여 있는 화석화한 말씀이 아니라, 이 시대에도 우리 안에서 실행되어야 할 정신임을 믿는다면, 교계 내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향교회는 교회 내 '고엘뱅크'를 설립해 청년들을 돕고 있다. 고엘뱅크 사례를 발표하는 김지섭 은행장. 뉴스앤조이 장명성

청년 위해 기금 마련한 교회들
"행사에 동원할 대상으로 보지 말고
녹록지 않은 현실에 실제적 도움 줘야"

교회 내 청년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고 재무 교육을 하는 교회들도 있다. 서향교회(문지웅 목사)는 교회 내 부설 기구로 '고엘뱅크'를 만들었다. '관계와 생명을 살리는 금융'을 통해 청년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시작된 고엘뱅크는 돈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 상환 일정이 자유로운 무이자·무담보 대출을 시행하고 있다.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도 사회선교부를 중심으로 '부채탈출119' 프로그램을 진행해, 교회 내 부채로 어려움에 처한 교인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고 있다. 매년 전 교인 대상 '재무 교육 세미나'도 진행한다. 사회선교부 경제정의팀 오종규 팀장은 "규모가 큰 교회 중에도 부채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곳은 많지 않다. 온누리교회 사역이 잘 정착한 모범 사례가 되어 다른 교회에도 영향력을 미쳤으면 한다. (교회들이) 돈을 잘 관리하는 일도 우리에게 맡겨진 하나님의 사명이라는 것을 교인들에게 알려 줘야 한다"고 말했다.

예수마을교회 이파람 목사는 "녹록지 않은 청년들 상황에 실제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교회가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예수마을교회(장승익 목사)는 2016년부터 청년을 대상으로 한 '희년 마을 기금'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정관을 만들고, 매달 50만 원이라는 지원 한도도 직접 정했다. 신청자가 많아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하는 일반 기관·단체와 다르게, 청년부 소속이라면 누구나 심사 없이 지원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2년간 진행해 온 기금 사역이지만, 아직도 쉽지는 않다. 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 이파람 목사는 "재원 확보는 항상 쉽지 않은 문제다. 지원하는 비율에 비해 상환 비율이 높지 않다. 급하게 돈이 필요했던 청년들이 바로 직장이 생기지도 않고, 직장이 생겨도 기금을 상환할 만한 여유가 곧바로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부족한 기금을 어떻게 충당할 수 있을지가 기금 운영의 관건이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지금까지 청년들은 교회 일과 행사에 동원돼 힘써야 할 사람으로만 인식됐다. 하지만 이제는 청년들의 현실이 녹록지 않고, 이들이 처한 상황에 실제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교회가 인식해야 한다. 이 인식이 희년 기금과 같은 구체적 도움으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금을 마련해 청년들을 돕는 일이 교회 규모가 커서 재정이 잘 마련돼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우리 교회도 그렇게 큰 교회가 아니다. 기금은 부족할 때마다 바자회나 모금 운동으로 조금씩 채워 나가고 있다. 규모가 크든 작든 교인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청년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부채 탕감 운동을) 일단 시작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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