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목협이 11월 21일 사랑의교회 언약채플에서 창립 20년 감사 예배 및 포럼을 개최했다. 한목협은 이날 한기총·한기연·한교총·교회협 대표를 초청해 통합 및 연합 가능성을 논의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한국교회 '연합·일치·갱신'을 목표로 출범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이성구 대표회장)가 출범 20주년을 맞았다. 1998년 11월 고 옥한흠 목사 주도로 창립된 한목협은 비정치적 기구를 표방하며 교계 연합 기관 통합 등을 추진해 왔으나, 오히려 연합 기관들은 더욱 분열했다.

교계 연합 기구는 1924년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를 모체로 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와 1991년 출범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엄기호 대표회장) 둘 뿐이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한기총이 분열하면서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이동석 대표회장), 교단장들이 공동으로 대표회장을 맡는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까지 생겨난 상황이다.

한목협은 11월 20일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에서 20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한국교회가 어떻게 하면 다시 연합할 수 있을지 모색하는 포럼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전병금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손인웅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박경조 신부(대한성공회), 최성규 목사(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등 진보·보수 성향을 막론하고 많은 목회자가 참석했다.

한완상 박사 "예장·기장 분열,
예수와 그리스도가 분열될 수 있나"
분열 원인은 '냉전 정치 문화'
"끝없이 눈물 흘릴 정도로 회개해야"

한목협은 포럼 발제자로 한완상 박사(전 통일부총리)를 초청했다. 80대 원로는 교단장 및 연합 기관장들 앞에서 "서로를 악마화하고 있다"며 분열을 질책했다.

그는 1953년 대구 서문교회에서 '예장'과 '기장'이 갈라진 장로교단 총회를 기억하고 있었다. "기장은 기독, 즉 크라이스트라는 거고 예장은 예수, 지저스라는 건데, 어떻게 지저스와 크라이스트가 분리될 수 있느냐. 분리한 사람이 부끄러운 사람이다. 1959년 대학 졸업할 때는 예장이 합동과 통합으로 나뉘더라. 정작 교인들은 기장과 예장, 합동과 통합이 무슨 차이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완상 박사는 "소위 '장자 교회'가 분열하니 감리교도, 성결교도, 다 따라 했다. 나쁜 것을 배웠다. 교회 지도자들 정말 회개해야 한다. 눈물을 아무리 흘려도 끝이 없을 정도로 회개해야 한다"고 했다.

한완상 박사는 분열의 원인이 남북으로 분단된 조국의 현실에 있다고 봤다. "남과 북이 72년 동안 서로를 악마화했다. 남북이 분단되니 냉전적 정치 문화가 정착되고, 권력 지배 세력은 이분법적 사고로 서로를 적대시했다. 남쪽은 색깔론을 들고 나오고, 북쪽도 제 나름대로 사상적 잣대로 사람들을 추방했다. 민족 분열이 교회 분열과 뒤엉키니 추악한 사단의 모습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회개하고 평화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라고 당부했다. 한 박사는 "한국교회에는 '삼박자 축복' 메시지가 철철 넘친다. 그것이 아니라 예수께서 가르치신 원수 사랑의 실천이 필요하다. 그래야 한국 '개독교'가 그리스도교로 돌아갈 것이다. 보수가 진보를, 진보가 보수를, 합동이 통합을, 통합이 합동을 서로 악마화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완상 박사는 한국교회 분열이 남북 분단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했다. 서로를 악마화하는 방식으로 분열하고 내부를 결속해 왔다는 것이다. 한 박사는 이를 철저히 회개해야 한다고 질책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한국교회 95% 가입" 발언에 
연합 기관장들 신경전
"그럼 한기총은 5%냐"
한목협 '세습 반대' 성명 비판하기도

한완상 박사가 목사들을 꾸짖다시피 한 발제가 끝나고, 엄기호 대표회장(한기총), 전계헌 대표회장(한교총), 권태진 공동회장(한기연), 이홍정 총무(교회협)가 패널 토의에 나섰다. 한완상 박사의 메시지를 경청한 연합 기관장들은, 한 박사의 요청이 무색해질 만큼 신경전을 벌였다.

한교총과 한기연은 11월 16일 통합 총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고용 승계 등 실무 합의를 하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한교총은 독자 법인 설립을 추진한다고 알려져 '일치'나 '통합'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계헌 회장이 "한교총은 한국교회 교회 중 95%, 교단은 90%가 가입해 있는 상태"라며 '숫자'를 말한 게 화근이 됐다. 전계헌 회장은 한기총과 한기연에 필적할 또 다른 기관을 세우려는 게 아니라고 했지만, 한기총·한기연은 한교총이 숫자로 '힘의 논리'를 내세우려 한다고 비판했다. 권태진 회장은 "그럼 한기연과 한기총은 5%밖에 안 된다는 것이냐"고 되받았다.

엄기호 회장 목소리는 이날 전반적으로 상기돼 있었다. 그는 교단 연합 기구 분열의 책임을 한기총에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과거 불거진 이단 문제 때문에 한기총과 합치지 못한다는 것은 변명이라고 했다. "이단이라고 하던 분들은 다 나가거나 우리가 다 정리했다. 이제 임원회 한 번 더 하면 남은 한 명도 정리된다. 그리고 들어와서 같이 (이단 정리를) 해야 하지 않나. 나는 4개월 대표회장 하려고 1억 5000만 원 썼다. 하고 싶지 않았는데 내가 안 하면 이단이 (대표회장) 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출마했다"며 한기총이 노력하지 않는 게 아니라고 했다.

권태진 목사는 토론 주제에서 잠시 벗어나, 주최 측에 바로잡을 게 있다고 말했다. 한목협은 올해 9월,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 이름으로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날 20주년 기념 영상에 관련 사진이 등장했다. 권 목사는 "합동이나 고신은 이런 거 문제 삼지 않는데, 한목협 전체가 모인 데서 개인적 관점을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시정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 목사가 시무하는 군포제일교회는 그의 아들이 부목사로 일하고 있고, 올해 상반기 갑자기 부교역자 소개란이 홈페이지에서 사라져 세습 의혹을 받고 있다.

권 목사는 한기총과 한기연, 한교총 그리고 교회협까지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정기적으로 모이자고 제안했다. 그는 "기관들이 모여 기도하자. 동성애나 차별금지법 문제로 우리끼리 싸우지 말고, 모여서 함께 정책을 제안하자. 그렇게 해서 마음이 하나가 된 다음 한기총을 중심으로 해서 통합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기총·한교연·한기연 대표들은 통합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신경전을 벌였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함께 패널로 나선 이홍정 총무는 조금 머쓱하게 상황을 지켜봤다. 보수적인 세 연합 기관 대표가 분열 원인을 짚으며 서로 신경전을 벌이자, 사회자 이성구 목사가 일부러 이홍정 총무에게 질문을 건네는 듯한 모습도 연출됐다. 이 목사는 이 총무에게 연합 기관 분열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이홍정 총무는 "냉전적 식민주의 분단 정권에서 교회가 국가권력에 복종해 왔다. 특별히 유신 독재 정권이 교회협과 반대 진영을 분열시키는 획책에 교회가 놀아났다는 생각이 든다. 연합 기구들은 지속적으로 적대적 공생 관계 속에서 서로를 악마화하며 정체성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홍정 총무는 "일치는 하나님의 은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를 가로막는 냉전의 기제를 해체하고 회개하지 않으면 아무리 기구적으로 통합한들 지속해서 분열할 것이다. 마음의 통합을 먼저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장 총회장을 지낸 전병금 목사는 연합 기관장들에게 이해관계를 따지지 말고 연대하라고 주문했다. "민족 통일이 다가오고 있고 북한 선교 문이 열리고 있다. 만일 한국교회가 북한에 선교를 하러 간다면 예장합동·통합·고신 등 여기저기서 제각각 보낼 것인가. 북한 정권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내 생각에는 연합 기관 대표들이 북한 선교 같은 일은 정책적으로 연대해서 하나의 이름으로 일을 하면 좋겠다. 될 수 있는 한 세 기관이 하나의 단체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연합된 보수 기관과 교회협이 협력하면 좋겠다. 더 좋으면 교회협과 (통합한 보수) 기관이 하나 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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