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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행진 막자" 선동 게시물 유포…현장엔 '3명'

글은 하루 만에 삭제…인권 단체 "소수자 운동의 가장 큰 적은 교회" 

장명성 기자   기사승인 2018.11.18  11: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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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11월 20일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Transgender Day of Remembrance·TDoR)이다. 인권 단체 트랜스해방전선(김겨울 대표)이 이를 기념해 17일 집회를 예고하자, 이를 저지하자는 게시물이 페이스북에 유통됐다. 이 글은 온갖 혐오 표현으로 점철돼 있었다. 

'이바울'이라는 이름의 계정은 11월 16일 페이스북에, 17일 열릴 추모 집회와 행진을 방해하고 저지할 인원을 모집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번 주 토요일 4시에 트랜스젠더 가증한 무리가 행진을 시도하려고 한다. 맞불 집회에 오는 분 중 행진을 못 하도록 차량을 저지하거나 차량 밑으로 들어가실 분들은 손을 다치지 않게 두꺼운 목장갑을 챙겨 와 달라"고 썼다. 지난 10월 인천 퀴어 축제 혐오 범죄 규탄 집회 당시, 행진 차량을 저지하려다 손가락에 상처를 입은 청년들을 언급했다.

같은 편임을 알 수 있게 '빨간 옷'을 입고 오라는 구체적인 지시도 있었다.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트랜스해방전선 측을 막기 위해 "깃발을 빼앗아 부러트릴 수 있게 키 큰 형제님들이 선두에 서야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가증스러운 게이와 트랜스젠더 무리가 박멸되는 날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반동성애기독시민연합 대표 주요셉 목사와 함께 싸우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주요셉 목사의 소셜미디어나 반동성애 단체들 커뮤니티에서는 트랜스젠더 집회 관련 글을 찾을 수 없었다.

'이바울'의 페이스북 자기소개 글과 삭제된 맞불 집회 인원 모집 게시물. 사진 출처 페이스북

트랜스해방전선은 이날 녹사평역 이태원 광장에서 예정대로 집회를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현장에 직접 나타나거나 행진을 가로막은 교인들은 없었다. 집회가 시작된 직후 건너편에 '차별금지법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통성으로 기도하는 사람 3명이 있었다. 이들은 행사 시작 후 1시간이 되지 않아 자리를 떴다. 주최 측과의 충돌은 없었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도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을 의식하고 있었다. 주최 측 관계자는 "소셜미디어에 떠도는 반대 집회 인원 모집 글을 봤다. 혹시 나타날까 봐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언대에 선 참가자들은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을 '혐오 세력'이라고 부르며 "소수자 운동의 가장 큰 적은 교회"라고 말하기도 했다.

집회 장소 건너편에 모여 통성기도를 하고 있는 사람들. 뉴스앤조이 장명성

집회에서는 트랜스젠더 당사자와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앞장서는 이들이 발언했다.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트랜스젠더부모모임 라라 씨는 "트랜스젠더들은 보험도 적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막대한 수술 비용을 감당해야 하고, 수술한다 해도 신분증상 성별과 외모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업과 직장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등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다. 이 같은 수술을 의무화하는 것은 성 정체성에 따른 삶을 영위할 권리와 인간 존엄성에 대한 침해"라고 말했다.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도 연대 발언을 했다. 임 목사는 "우리는 모두 죽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고사나 자연사도 아니고,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만으로 죽임당한다는 것은 명백히 혐오 때문이다.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고 말했다. 

목회하며 만난 트랜스젠더 개신교인들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임보라 목사는 가족들에게 커밍아웃하고 성전환 수술과 성별 정정까지 마쳐도 사회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트랜스젠더들을 많이 봤다고 했다. 교회에 다닌다고 해도 언제 내쫓길지 모르는 불안감을 지니고 교회 생활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했다. 임 목사가 "이런 폐해를 바꾸자고 이야기하기 위해서 여기 모인 거 아닌가. 바꿀 준비가 돼 있느냐. 바꿀 용기가 있느냐"고 묻자, 참석자들은 함성과 박수로 화답했다.

임보라 목사는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만으로 죽임당한다는 것은 혐오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연대 발언, 공연 등으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본 행사 이후에는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50m가 넘는 줄을 이루고, 이태원 광장이 위치한 녹사평역에서 출발해 이태원역-한강진역을 거쳐 다시 이태원 광장으로 돌아왔다. 참석자들은 "그만 죽여라, 우리도 살고 싶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혐오 범죄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1시간가량 행진했다.

이바울의 게시물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그의 계정 정보에는 '인천 새문안교회에서 근무함',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했음' 등의 정보도 함께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삭제됐다.

집회에 참여한 150여 명은 왕복 2.7km 거리를 행진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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