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이 말씀이 나에게 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성경 구절을 오늘의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QT(Quiet Time)나 말씀 묵상 중에 이따금씩 부딪히는 질문이다. 스캇 맥나이트 교수(노던침례신학교 신약학)의 <파란 앵무새>와 정성국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신약학)의 <묵상과 해석>은 성경 읽기와 말씀 묵상의 본질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둘 다 '성경 읽기 운동'에 힘쓰고 있는 성서유니온선교회에서 출간됐다.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예화를 많이 수록하고 있고 대중적으로 잘 풀어 썼다. 성경 해석이 어디서 출발하고,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파란 앵무새 – 오늘, 우리를 위한 성경 읽기>는 스캇 맥나이트의 다른 책이 그렇듯, 독자에게 친숙한 언어로 오늘날 '성경 읽기'에 필요한 핵심 내용을 잘 설명한다. 특히 오늘날 관점에서 낯설고 불편한 성경 구절을 어떻게 읽고 적용할 것인지에 포인트를 두고 있다. 부제 '오늘, 우리를 위한 성경 읽기'가 말해 주듯, 우리가 성경을 어떻게 읽고 있는지, 성경 읽기 방법에 대해 질문하고 생각할 것을 촉구한다. 2009년 같은 제목으로 초판이 번역 출간한 바 있는데, 여기에 부록을 추가한 개정판을 다시 번역해서 내놨다.

<묵상과 해석 – 예수 이야기에 뿌리내리기>는 정성국 교수가 2016년부터 '큐티를 위한 해석학적 변명'이라는 제목으로 <매일성경>에 연재한 글을 수정·보완해 엮은 것이다.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읽기, 얄팍하고 가벼운 적용, 인스턴트 해석 등 QT를 향해 쏟아지는 비판적 시선이 적지 않다. 이 책은 성경 해석의 역사를 고찰하면서 QT를 비판적 시선으로만 보는 것이 합당한가 질문을 던진다. QT를 비롯해 말씀 묵상을 할 때 일어나는 해석 현상을 분석하고, 맥락과 다르게 성경 구절을 해석하더라도 그 해석을 의미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를 살핀다.

<파란 앵무새>와 <묵상과 해석>.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성경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우리 시대에 맞게,

우리 방식으로 살아 내야

신약성경만 하더라도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2000년의 시간 차가 있다. 성경이 쓰인 당시와의 시간 차를 떠올리면 까마득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2000년 전 글을 그대로 오늘날 현실에 적용하는 것은 무모하고 위험한 일이다. 성경을 읽는 목적은 단순히 읽는 것뿐만 아니라 삶으로 살아 내는 일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파란 앵무새>는 '이야기', '귀 기울이기', '분별하기'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어떻게 성경을 읽고 묵상할 것인지를 다룬다. '그러면 우리는 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가 이 책이 내내 붙잡고 있는 질문이다.

<파란 앵무새>는 '오늘, 우리를 위한 성경 읽기'를 다루는 책 제목으로는 다소 뜬금없어 보이기도 한다. 이 제목은 비유다. 성경 속 낯설고 불편한 구절을 참새 무리 사이에 들어온 파란 앵무새에 비유한 것이다. 2007년 여름, 저자는 참새들을 관찰하다가 우연찮게 참새 무리에 찾아온 파란 앵무새를 발견한다. 처음에 참새들은 파란 앵무새의 울음소리와 날갯짓에 겁을 먹지만 점차 한 무리인 것처럼 익숙해진다. 친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낯선 파란 앵무새에게 놀랄 때도 있지만, 참새는 참새답게 파란 앵무새는 파란 앵무새답게 지내게 된다.

저자는 오늘날 현실에 비춰 봤을 때, 질문거리를 안겨 주는 성경 구절인 '파란 앵무새 구절'을 어떻게 다루고 반응할 것인지가 모든 기독교인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말한다. 성경을 문자 그대로 적용하는 것만 능사는 아니다. 낙태·진화·동성애 등과 관련한 구절이 대표적인 '파란 앵무새 구절'이라고 할 수 있는데, 파란 앵무새를 쫓아낼 수는 없다. 어떻게 어울릴 것인지가 문제다.

저자는 우선 성경을 '이야기'로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람에 따라 성경을 율법을 모아 놓은 책으로만 보기도 하고, 축복과 약속의 말씀이 가득한 책으로만 보기도 한다. 바울과 같은 대가의 눈을 통해서만 성경 전체를 읽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이 강조하듯, 성경은 여러 책 모음집이다. 저자는 성경을 '위키피디아'에 비유하며, '위키 이야기'라고 정의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에 놓고 전개되는 이야기라는 사실을 전제하고 이 말씀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귀를 기울이며 분별해야 한다는 말이다.

오늘날 맥락에서 말씀을 읽는다면, 성경 구절을 어느 정도 취사선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예수도 그랬고 바울도 그랬다. 언어는 특정한 상황과 목적 등 형성된 맥락과 떨어질 수 없기 때문에 특정 이야기를 현대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물론 그렇다고 자기 마음대로 성경 구절을 취사선택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어떻게 분별해서 취사선택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귀 기울이기'를 통해 성경 속 '이야기'가 하는 말에 깊이 주목해야 한다.

1세기 삶을 21세기에 그대로 되살려 읽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질문을 용납하지 않고 전통을 통해서만 읽는 전통주의적 독법을 고집할 수는 없다. '1세기에 주신 계시의 빛 아래서 21세기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약성경 저자들이 전통과 함께 구약성경을 읽는 방식으로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적응한 것처럼, 오늘날 기독교인이 성경을 읽는 것은 분별을 통해 우리 시대에 맞게 우리 방식으로 살아 내는 것을 의미한다.

교회 전통의 결정을 화석화하고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을 교회에서 쫓아내는 방식으로 성경을 해석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과거 전통을 깊이 존중하되 그것에 궁극적 권위를 부여하지 않고, 성경 전체를 신중히 읽되 우리 시대에 맞는 우리 방식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야 한다.

"성경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은 우리에게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하나님이 말씀하신 대로 살며, 성경 이야기를 우리 시대에 어떻게 살아 낼지 분별하라고 요구하신다. 이 모든 것을 축약하는 한 가지 방법은 모세의 말과, 모세의 말에 대한 이른바 '예수 신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면, 성경의 하나님에게 귀 기울이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살라고 요구하신 것을 살아 내며, 그 이야기를 오늘 우리의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 낼지 분별할 것이다. 물론, 분별하려면 특별한 집중이 필요하다.

나는 이 책에서 우리가 오늘을 살아 내는 방법을 분별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워터 슬라이드 이미지를 사용했다. 우리는 물과 같은 성령의 은혜를 입고 복음 위에 앉아 한편으로는 성경에, 다른 한편으로는 교회의 지혜로운 멘토들의 인도를 받으며(즉 전통과 함께) 미끄러져 내려온다.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와 우리는 우리 시대를 위해 우리의 방식으로 빚어진 복음을 가지고 우리의 세상에 안착하게 된다." (302쪽)

<파란 앵무새> / 스캇 맥나이트 지음 / 전의우 옮김 / 성서유니온선교회 펴냄 / 376쪽 / 1만 7000원.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QT, 어떻게 볼 것인가
해석 방법보다 '해석 프레임'이 중요


더 성숙한 해석 지향해야

QT는 한국교회에 소개된 지 40년이 넘어간다. 지금도 매월 QT 서적이 수십 권씩 쏟아져 나온다. 현재 한국교회에 가장 보편화한 성경 묵상 방식이다. QT는 특정 상황에서 특정 목적으로 특정 사람에게 주어진 말씀을 오늘날 하나님이 주시는 말씀으로 적용하는 방식이기에, 맥락을 배제하고 알레고리적으로 성경 구절을 해석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받기도 한다. 이는 조각조각 본문을 다루는 QT의 불가피한 한계다.

저자가 지적하듯이, 모두가 어느 정도는 알레고리 해석을 하고 있다. 설교에서, 성경 속 상황을 오늘날에 그대로 적용하는 예는 허다하다. 성경 해석 방법을 훈련한 사람들도 이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 성경을 적용하는 행위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단 성경 구절의 본래 의미를 붙잡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성경을 읽기 위해 신학책과 주석서를 보거나 성경 사전을 참고하고 성경이 쓰인 시대 배경을 학습하는 일은 의미가 있지만, 메시지를 쓴 장본인이 살아 있지 않은 이상 메시지의 본의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얼마큼 학습을 해야 올바른 해석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이는 결국 전문가여야 어느 정도 제대로 된 해석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로 이어지는데, '해석 전문가 집단의 엘리트주의'라는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렵다. 모든 사람 손에 성경을 들려 준 종교개혁 정신과도 맞지 않다. 한 사람이 성경을 해석할 때 끼어드는 요소는 상당히 많다. 이는 전문가도 다르지 않다. 그 사람의 성향과 동기, 신앙과 신학, 사회경제적 관점, 배경 지식, 소속 공동체의 성격 등이다. 이와 같은 선이해와 주관성을 피할 수는 없다. '올바른 선이해'와 '건전한 주관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읽기의 프레임과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디트리히 본회퍼, C.S. 루이스 등 여러 인물의 성경 묵상 사례를 제시한다. 본회퍼는 1939년 '성경 읽기표'를 따라 말씀을 묵상하다가 "너는 겨울 전에 어서 오라"는 디모데후서 4장 21절 구절을 발견하고는 이를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메시지로 받아들여 독일로 돌아가 히틀러암살단을 조직하게 된다. 디모데에게 보낸 바울의 메시지를 지금 주신 하나님 말씀으로 적용한 것이다. 이와 같은 성경 해석을 자의적이라고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와 유사한 사례는 적지 않다.

사도행전 21장을 보면, 바울이 3차 전도 여행을 마치고 예루살렘을 향하다가 성령의 계시를 받게 되는 상황이 그려진다. 예루살렘으로 가면 유대인들이 바울을 결박해서 이방인에게 넘겨줄 것이라는 예언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제자들과 바울은 이를 다르게 해석한다. 제자들은 계시에 근거해 예루살렘으로 가지 말라고 주장하지만, 바울은 예루살렘으로 올라가 죽게 되더라도 복음을 전하라는 말씀으로 받아들인다. 마음의 동기, 삶의 목적이 해석에 끼치는 영향은 크다. 어떻게 더 성숙한 해석을 할 것인지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신약성경에는 구약성경 구절을 해석해 적용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적용은, 오늘날 기독교인에게 강조되는 역사적-문법적 해석 방법과는 거리가 있다. 갈라디아서에는 바울이 창세기의 사라-하갈 이야기를 알레고리로 해석하는 장면도 나온다. 시대에 따라 해석 방법이 상이하기도 하다. 종교개혁 이전에는 알레고리 해석이 전문가 집단의 대표적 해석 방법이었다.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이와 같은 해석을 완전히 무의미하게 취급할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의미 있는 말씀 묵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해석 방법은 그 시대의 산물이기에 어떤 목적으로 해석을 하느냐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리고 상이한 해석 가운데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해석 프레임'이 존재하는데, 이는 바로 '예수 이야기'다. 부제에 나와 있듯 '예수 이야기에 뿌리내리기'가 관건이다.

"'너는 겨울 전에 어서 오라.'(딤후 4:21) 본회퍼는 예수님의 이야기에 붙잡혀, 일신의 안일보다 하나님의 목적을 보았다. 히틀러의 폭력과 선동이 다스리는 세상 한가운데서, 미래에 임할 하나님나라의 가치와 생명을 앞당겨 보았다. 독일 교회 전체가 히틀러라는 우상에게 절할 때, 이 땅을 치유할 회복 공동체인 교회를 재건하기 위해 성령의 음성에 의존했다. 본회퍼는 디모데의 이야기를 그대로 자신의 이야기로 받았다. 그리고 예수의 이야기로 깊이 뿌리내렸다.

묵상 중에 알레고리를 비롯한 비유적 해석 방법이 선용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해석 방법보다 우선하는 것은 해석의 프레임이다. 본회퍼의 묵상 사례가 보여 주듯이, 예수님의 프레임에 붙잡혀, 본문과 오늘의 현실 속에서 얼마나 진정성 있는 고민과 창의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가 묵상의 본질이다." (310~311쪽)

저자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공동체적 읽기다. '말씀의 식탁'에서는 누구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해석 방법을 잘 몰라서 발생한다기보다 자기 욕망만 충족하는 방향으로 성경을 이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욕망에 따라 성경을 해석하는 방법을 전수하는 공동체도 큰 문제다. 저자가 지적하듯 '성공 프레임'이 아닌 '예수 프레임'이 중요하다. 개인의 성경 해석과 공동체의 성경 해석이 서로 얽히면서 더 성숙한 해석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성경 전체 맥락을 고려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준거점으로 삼아 성경을 읽는 일이 해석 공동체인 교회의 과제라고 지적한다. 더 성숙한 해석을 위해 인간을 향한 이해와 연민, 세상과의 소통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와 같은 해석 작업 가운데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은 해석학적 겸손이다. 공동체적 읽기는 공동체적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

<묵상과 해석 - 예수 이야기에 뿌리내리기> / 정성국 지음 / 성서유니온선교회 펴냄 / 352쪽 / 1만 5000원.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성경 읽기가 '예수 이야기'에 뿌리내려야 한다는 것, 성경 읽기가 '함께 듣기'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 성경을 읽으면서 발생하는 질문들 앞에 정직하게 서야 한다는 것, 성경 읽기가 삶으로 살아 내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 두 책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메시지다.

두 권 모두 예화를 곱씹으며 읽으면 한층 더 이해가 쉬울 수 있다. 말씀 묵상에 관한 예화를 읽으면서 본인의 말씀 묵상을 돌아보는 것도 효과적인 독서 방법이다. 두 책은 말씀을 묵상하는 사람의 자세에 대해 무엇보다 강조하는데, 해석자의 태도와 시선이 해석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둘 다 본문과 관련해 비중 있는 부록을 수록했다. <파란 앵무새>는 본문에서 여성 안수, 여성의 교회 사역과 관련한 구절을 '파란 앵무새 구절' 삼아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이와 관련한 내용과 본인의 '성경 읽기 방식'을 진단하는 내용이 부록으로 실렸다. <묵상과 해석>은 부록에서 '예수 시대 유대인의 성경 읽기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스캇 맥나이트는 어려운 개념을 친숙한 언어로 잘 설명하는 학자다. 일례로 <하나님나라의 비밀>(새물결플러스)에서는 하나님나라 개념의 두 스펙트럼을 '정장 바지'(개인 구원 중시)과 '스키니 진'(사회문제 해결 중시)에 빗대어 설명했다. 물론 한국 정서와 어긋나는 지점이 없지 않다.

<묵상과 해석>에는 각 장마다 '말씀 묵상 중, 비유적 해석은 어디까지 허용되나' 등 다루고자 하는 문제에 대한 중요한 질문이 나온다. 질문과 관련한 중요한 쟁점과 담론을 짚고 논의한 다음 각각의 결론으로 나아간다. 주장들의 논박 과정에 주목하면서 읽으면 좋겠다.

성경은 '함께 듣기'를 위한 책이다. 세심한 듣기보다 경솔한 말하기가 우선되는 교회의 현실을 보게 된다. 오늘날 교회는 성경 말씀에 제대로 귀 기울이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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