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따라가는 여성들> / 평화교회연구소 펴냄 / 55쪽 / 3500원.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25인 25색. 2018년 성탄절을 앞두고 색다른 묵상집이 발간됐다. 평화교회연구소(전남병 소장)는 여성 필진 25명의 시각으로 성서를 해석한 묵상집 <별을 따라가는 여성들>을 펴냈다. '성탄절 묵상집'에는 12월 1일부터 25일까지 하루하루 묵상할 수 있는 글과 기도문이 실려 있다.

필진은 전부 여성이다. 교수·목사·활동가·학생 등 직업도 다양하다. 묵상집은 백소영 교수(강남대 기독교학과)의 '죽음과 죽임을 그칠 메시아를 기다리며'를 시작으로 김신애 목사(인천기독교신문사)의 '블랙 크리스마스'로 끝을 맺는다.

여성들이 작성한 글이다 보니 아무래도 여성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다. '끝까지 함께'를 작성한 동녘교회 앵두나무 학생은 마태복음 28장 5-6절을 두고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여성 청년으로서의 느낌을 써 내려갔다.

"오늘날 여성들은 여전히 차별을 당하며 몰래카메라 때문에 화장실도 불안에 떨며 사용하고, 성범죄를 신고해도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부당한 사회에 맞서 함께 연대하고 싸워 나가고 있지만 크게 변하지 않는 세상에 때로는 지치고 힘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도망치고 포기하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는 언제까지나 여성과 소수자들과 함께해 줄 '예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성과 소수자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오늘도 예수를 기다립니다." (35쪽)

평화교회연구소 전남병 소장(왼쪽)과 이동환 사무국장이 <별을 따라가는 여성들>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색다른 묵상집을 펴낸 평화교회연구소 전남병 소장과 이동환 사무국장을 11월 14일 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났다. 전 소장은 필진의 절반이라도 여성으로 채워 보자는 생각에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 25명의 여성 필자가 해석한 성서 이야기가 실리게 됐다고 했다.

"다른 곳에서 발간한 묵상집을 살펴봤는데 단독 필진이 쓴 것 중에 여성 필자는 없었다. 여러 명이 집필한 것도 여성이 참여한 것은 드물었다. 꼭 한국교회 전체 총대 중 여성 총대 비율을 보는 것 같았다. 이 작은 묵상집 하나도 한국교회 구조를 그대로 담고 있지 않나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아예 필진 전체를 여성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그 의견을 받아 진행했다."

글을 써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섭외했다. 어차피 한 사람이 다 쓸 수 없다면 조금 더 다양한 시각이 담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동환 국장은 "여러 자리에서 다양한 배경을 지닌 여성이 할 수 있는 묵상을 그대로 보여 주는 데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집필을 요구하면서 본문도 정하지 않았다. 여성주의 시각을 글에 담으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동안 똑같이 읽어 온 본문인데 여성의 시각으로 풀어낼 때 다른 의미가 채워진다는 걸 알게 됐다. 예수 탄생 이야기를 보며 마리아를 '미혼모'라 묘사하는 글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책에는 여성들이 보고 느낄 수 있는 지점이 담겨 있다.

"엘리사벳은 고귀한 신분을 가진 여성이었고 마리아는 가난한 목수와 결혼을 약속한 여성이었습니다. 심지어 마리아는 결혼 전에 임신을 한 미혼모로서 당시 큰 죄를 지은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엘리사벳은 그녀를 만나자 곧바로 축복합니다. 이 계급과 신분을 뛰어넘는 여성들의 연대 속에서 오늘 본문인, 성서에서 가장 급진적이고 혁명적이라 알려진 '마리아 찬가'가 이어집니다." (29쪽,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이은재 상임연구원)

"마리아는 혼란스런 마음을 부여잡고 친척 언니가 있는 유대 산골로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 그곳에서 둘은 3개월을 함께 지냈습니다. (중략) 이 3개월을 보내며 숨어 있던 엘리사벳은 당당해졌습니다. 마리아의 마음을 휘감았던 두려운 마음은 완전히 사라지고 마리아에게서는 놀라운 찬가가 터져 나왔습니다. (중략) 올해 대림절에는 숨어 지내는 이들이 따뜻한 햇빛 한 줌과 바람 한 줄기 맞으러 바깥으로 당당히 걸어 나오길 기대합니다." (41쪽, 뇌졸중장애인선교회 손은정 목사)

사전에 본문을 정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책에는 마리아의 찬가가 등장하는 누가복음 1장이 여러 차례 나온다. 그럼에도 같은 해석은 하나도 없다. 전남병 소장은 "여러 갈래의 여성주의 운동이 하나로 모아져 시대를 바꾸는 힘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여러 개의 다른 묵상이 합쳐져 이 시대의 억압받고 차별받는 소수자들의 마리아 찬가로 거듭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별을 따라가는 여성들>에는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이야기가 여러 차례 등장한다. 마리아(맨 오른쪽)가 엘리사벳을 방문한 이야기를 담은 자크 다레의 '방문'.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별을 따라가는 여성들>은 현재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발간한 묵상집은 교회에서 단체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는 아직까지 단체 주문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동환 국장은 주문 신청을 한 사람 대부분이 여성이라고 했다.

"페미니즘이 유행하니까 거기에 편승해 보려고 주제를 이렇게 잡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일부 맞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조금은 다른 성경 해석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지금까지 한국교회 교인들은 대부분 목사의 성경 해석에 익숙한데, 그 해석은 대부분 남성 중심적 관점이다. 이 묵상집으로 조금 다른 해석, 다른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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