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명성교회가 부자 세습을 감행한 지 1년이 됐다. 지난해 11월 12일, 김삼환 원로목사가 명성교회 위임 예배에서 아들 김하나 목사에게 안수할 때, "이 결의는 불법"이라고 외치던 신학생들의 목소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 산하 신학교 신학생들은 줄기차게 세습 반대를 외쳐 왔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7차례에 걸쳐 세습 반대 기도회를 진행했다. 장신대 학생들은 8월 28일 비상 총회를 열고 '동맹휴업'을 결의하기도 했다.

세습 사태는 1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예장통합은 9월 13일 103회 총회에서 명성교회 세습을 용인한 총회 재판국 판결을 받지 않았다. 총회가 판결이 잘못됐다고 지적했음에도 총회 재판국은 두 달 넘게 재심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신학생들은 명성교회 세습 사태 1년을 맞아 특별 강연회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명성교회세습반대를위한신학생연대는 세습 사태 1년을 맞아 11월 16일 장신대에서 특별 강연을 열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를 초청해 '교회의 본질, 교회의 희망'을 주제로 강의를 들었다. 강의실은 장신대뿐 아니라 서울장신대, 영남신대, 호남신대,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에서 온 참석자 50여 명으로 가득 찼다. 이들은 명성교회 세습 사태로 많은 사람이 한국교회에 기대를 저버린 오늘날, 교회가 무엇이고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지 권 교수에게 물었다.

"한국교회 세속적 욕망,
세습 사태로 분출"

권연경 교수는 세습 문제의 핵심은 '돈'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급성장하던 시기를 언급하면서 교회 안팎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밖에서는 경제성장으로 잘살아 보세를 외칠 때, 교회 역시 안에서 십자가 꽂고 잘살아 보세를 외쳤다. 교회가 돈을 섬겼던 것이다."

번영신학을 기저로 깔고 있는 한국교회 세속적 욕망은 대형 교회 세습에서 표출됐다. 권 교수는 세상과 구분되고 분별해야 할 교회가 오히려 세상을 좇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교회가 대형화하면서 대기업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했다. 메가처치는 '브랜드 파워'를 내세운 지교회, 즉 프랜차이즈 교회를 만들었고, 한국에서 유독 심하게 나타나는 대기업 경영 세습도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권 교수는 "다만 이러한 교회들은 서서히 붕괴되고 있다. 앞으로 한국교회는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교회의 본질을 오늘날 어떻게 이룰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연경 교수는 대형 교회 세습 사태의 핵심은 돈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권연경 교수는 에베소서를 소개하며 교회의 본질을 설명했다. 바울이 쓴 다른 서신서와 달리 에베소서에는 보편적인 교회 개념이 등장한다고 했다. 권 교수는 "에베소서는 구원의 시작과 끝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책이다. 구원이라는 드라마에서 하나님 뜻이 무엇인지 소개하고 있다"고 했다. 에베소서가 마치 드라마 대본처럼 그리스도인들에게 교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보여 주고 있다는 것이다.

바울은 에베소서에서 "(하나님이)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바울이 교회에 강조하는 건 '거룩'이다. 하나님에게 드리는 제물로서 깨끗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 교수는 "교회가 '거룩'이라는 본질을 놓치게 된다면 끝이 난다고 바울은 강하게 경고한다. 교회를 크게 그리고 많이 세우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은 거룩한 교회를 세우는 것이다"고 말했다.

바울은 하나님 은혜와 긍휼로 거룩함을 완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권 교수는 조건 없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경험한 바울이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난 것처럼, 많은 교회가 은혜의 복음이 진짜라는 것을 깨달을 때 세속적인 욕망을 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자 추앙하는 영웅숭배주의, 
세습 문제 야기

지난해 11월 12일, 명성교회 위임 예배 모습. 교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삼환 목사가 김하나 목사에게 안수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권연경 교수는 대형 교회 세습 사태 원인 중 하나로 영웅숭배주의를 꼽았다. 교인들이 하나님 대신 특정 지도자를 추앙하기 때문에 세습 문제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그는 "어느 초대형 교회가 창립일을 기념해 운동장에서 대형 집회를 열었다. 지도자를 떠받드는 신도들 모습이 신천지 행사와 무엇이 다를까 생각했다. 그것은 신앙이 아니다. 누군가를 추종함으로써 얻게 되는 문화적 만족감이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신학생들에게 오늘날 한국교회에 만연한 영웅숭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지도자는 교인들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교회와 세상에서 거룩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살 수 있도록 세워 줘야 한다. 권위를 바탕으로 이들을 군림하고 지배하는 방식은 이제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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