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시민단체들이 반복되는 고시원 화재와 관련해 비주택자들의 주거권 및 시설 안전 대책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주거권네트워크·민달팽이유니온·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등은 11월 10일 성명에서 "집이 없어 고시원·쪽방·여인숙 등 주택이 아닌 곳을 거처로 삼는 이들이 안전 대책과 주거 대책 부재로 계속 죽어 가고 있다"고 했다. 

반복되는 참사를 막기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공공 임대주택 예산과 물량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정부가 지난 10월 발표한 주거 지원 대책을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가난해도 인간답고 안전한 집에서 살 수 있는 주거권을 기본적인 권리로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시민단체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일용직 노동자, 주거 빈곤층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보다 촘촘한 사회 안전망과 주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끝으로 이번 화재로 숨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아래는 성명 전문.

고시원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가난해도 인간답고 안전하게 살 권리를 촉구합니다.

어제(11월 9일) 새벽 종로구 관수동에 위치한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7명이 사망했고, 11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자들의 쾌유를 바랍니다.

사상자들 대부분은 일용직 노동자로, 해당 건물 2~3층 고시원과 옥탑에 거주하는 이들이었다고 합니다. 종로소방서는 현장 브리핑에서 출동지령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화재가 이미 심각한 상태였다고 밝혔습니다. 건물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화재가 출입구 쪽에서 시작되어 대피가 어려워 사태가 더욱 심각해진 것입니다. 올해 초 종로5가의 여관에서 발생한 화재도 이와 꼭 닮았습니다. 당시 사상자들도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들로 여관을 거처로 삼아 장기 투숙하던 이들이었습니다. 건물이 화재에 취약한 점도 비슷했습니다. 건물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화재로 출입구가 봉쇄되어 대피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번 화재 사고가 발생한 고시원은 사실상 쪽방과 같이 활용되는 가난한 사람들의 최후의 주거지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쪽방, 여관·여인숙, 고시원, 비닐하우스 등 비주택에 거주하는 가구는 전국 37만 가구에 달하며, 이중 15만 가구가 고시원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소방청 화재 통계 현황에 따르면 올해 화재 사망자 306명 중 96명이 비주택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안정적인 집이 없어 고시원, 쪽방, 여인숙 등 주택이 아닌 곳을 거처로 삼고 있는 이들이 취약한 안전 대책과 주거 대책의 부재로 계속해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종로 여관 화재 이후에도 저렴 주거지의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왔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습니다. 국토부는 지난 10월 주거 환경이 열악한 노후 고시원 등을 매입하여 양질의 주택으로 개선하여 저소득 가구에게 공급하는 공공리모델링 시범 사업과 쪽방촌 인근 매입 임대를 활용한 단체 이주 지원 시범 사업을 내년부터 시범 실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저렴 주거지 거주자 중 매우 일부만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주택 사업으로 실제 노후·불량한 상태의 거주지에 대한 안전 대책과 주거 대책은 아닙니다. 실존하는 저렴 주거지에 대한 별도의 주거 기준과 안전기준 수립·점검이 시급합니다.

또한 건물 화재는 주로 기존 노후 건축물에서 발생하는데, 화재 안전 대책들은 신규 건축물을 기준으로 마련되고 있습니다. 화재 참사가 발생한 고시원도 2009년 다중 이용 시설의 스프링클러 설치 규정이 법제화되기 이전인 2007년부터 영업한 건물이라는 이유로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우리는 건물에 대한 화재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기존 건축물에도 소급 적용하여 안전 관리를 강화할 것을 촉구합니다.

무엇보다 집이 없어 불안정한 거처를 전전해야 하는 이들에게 안정적인 주거를 공급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정부가 지난 10월 발표한 '취약 계층 고령자 주거 지원 방안'에서 시급한 주거 지원이 필요한 가구에게 공공 임대주택을 상시 지원하겠다는 주거 지원 대책은 서둘러 시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2019년도 예산 계획에 충분한 물량 확보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히 신청을 상시적으로만 받겠다는 것은 충분한 대책이 되지 못합니다. 공공 임대주택 예산과 물량을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가난해도 인간답고 안전한 집에서 살 수 있는 주거권은 기본적인 권리로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번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과 같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일용직 노동자, 주거 빈곤층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보다 촘촘한 사회안전망과 주거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빈곤 없는 세상, 집 걱정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시길 빌며, 고시원 화재 사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2018년 11월 9일
고시원 화재 참사 희생자 추모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주거권네트워크, 나눔과미래, 민달팽이유니온, 빈곤사회연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서울세입자협회, 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 동학천도교보국안민실천연대,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세입자협회, 집걱정없는세상,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한국도시연구소, 홈리스행동,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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