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구 목사(오른쪽)가 서울남연회 감독에 취임했다. 성폭력 및 금권 선거 의혹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성폭력과 금권 선거 의혹에 휩싸인 전준구 목사(로고스교회)가 서울남연회 감독 공식 취임했다. 전 목사는 "목회자, 장로, 평신도와 협력해 선을 이루고, 연회를 섬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전명구 감독회장) 서울남연회 감독 이·취임식이 11월 11일 서울 로고스교회에서 열렸다. 표용은 전 감독회장, 김연규 전 서울남연회 감독을 포함 교인 2000여 명이 참석했다. 나경원·이은재 의원(자유한국당)과 이혜훈 의원(바른미래당)도 교회를 찾았다. 이날 행사는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감독 출마와 함께 논란을 빚은 전준구 목사는 감독이 입는 보라색 가운 차림으로 강단에 섰다. 전 목사는 취임사에서 "2009년 로고스교회에 부임한 이후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18명의 장로님이 기도하고 손잡아 줬다. 교인들의 눈물 기도로 지금까지 지낼 수 있었다"고 했다. 또 "하나님의 은혜로 교회가 부흥되고 땅도 많아지고 수양관도 세울 수 있었다. 앞으로도 어려운 일이 있겠지만, 로고스교회와 연회를 섬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자신에게 제기된 성폭력과 금권 선거 의혹에 대해 직접적인 발언은 하지 않았다. 다만 전 목사는 "(외부의) 염려와 걱정에 대해 많이 안다. 더 낮아지고 최선을 다해 꿋꿋이 (감독직을) 감당하겠다. 짧은 기간이지만, 빚진 마음으로 섬기겠다"고 말했다.

감독 취임식을 축하해 주기 위해 강단에 선 인사들은 전준구 목사를 추어올리느라 바빴다. 김연규 전 감독은 "전준구 감독님은 하나님이 세워 주셨으니 하나님이 지켜 주실 것이다. 전준구 감독님을 통해 서울남연회가 상생하고, 복음으로 하나 되길 바란다. 비록 어렵게 출발하지만 끝은 정반대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한구 전 동부연회 감독은 감독에게 '경외심'을 지녀야 한다고 했다. 김 전 감독은 "가톨릭이 교황을 경외하듯이 우리들은 감독에게 경외심을 가져야 한다. 그게 자손 대대 복 받는 길이다. 전준구 목사님이 온 뒤로 로고스교회는 크게 부흥했다. 하나님이 기뻐하실 줄 믿는다"고 했다.

감리회 전국장로회장을 지낸 이강전 장로는 "로고스교회는 서울남연회에서 4번째로 큰 대형 교회이며, 감리회 전체에서 32번째로 크다. 부흥의 역사를 이룬 교회에 박수를 보낸다. 영적 지도자 전준구 감독님을 전심으로 돕겠다"고 했다.

감리회 전국교회학교장 김진열 장로는 "전준구 감독님은 교회학교살리기운동본부 이사장이기도 하다. 다음 세대를 위해 애를 많이 쓰고 계시다. 한 가지 일을 잘하면 열 가지 일도 잘하실 것이다. 감독 취임을 축하드린다"고 했다.

강승진 전 서울연회 감독은 로고스교회 교인들을 칭찬했다. 그는 "어떤 교회는 작은 어려움에도 목회자에게 대항한다. 로고스교회는 그렇지 않다. 눈물 날 정도로 멋지고 자랑스럽다. 아름다운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교인이 목사를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안승철 전 남부연회 감독은 "감리교회는 감독제다. 감독이 넘어지면 우리가 넘어진다. 교인들이 아멘과 기도로 도와 달라. 감독이 망가지면 우리가 망가지는 것이고, 감독이 찢기면 우리가 찢기는 것과 같다"고 했다.

전준구 목사는 2년간 서울남연회를 이끈다. 서울남연회에는 목회자 1000여 명, 장로 2000여 명, 교인 21만 명이 속해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행사 말미 로고스교회 한성일 장로회장이 발언에 나섰다. 한 장로는 "전준구 목사님을 잘 섬기도록 뒷받침하겠다. 목사님은 흐트러짐 없이 교회를 지키고 섬겨 왔다. 그 덕에 건강하고 부흥하는 교회가 됐다"고 했다.

전준구 목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감리회 단체들을 향해서도 발언했다. 한 장로는 "교단 일각에서 비상식적·비이성적으로 일을 하며 마음대로 유언비어를 발표하고 있다. 더 이상 교회를 어지럽히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날 공식 행사 명칭은 '서울남연회 14·15대 감독 이·취임식'이었지만, 정작 이임하는 도준순 목사(세광교회)는 교회 사정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당초 축도를 맡은 전명구 감독회장도 불참했다. 감리회 여성 단체들은 11월 9일 전명구 감독회장의 축도를 반대하며 본부에 항의 방문을 한 바 있다. 

이임식이 생략된 반쪽짜리 서울남연회 이·취임식은 전준구 목사의 축도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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