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린다 우드헤드의 <기독교 - 기독교의 교리, 유형, 역사에 대한 간결한 입문>(시그마프레스)과 칼 하임의 <개신교의 본질 - 루터의 영혼에서 시작된 종교개혁의 핵심>(복있는사람)은 개신교 신앙을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어떤 대상을 효과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두 가지만 꼽자면, 조감도를 보듯이 거리를 두고 폭넓은 개괄을 통해 한 대상이 무엇인지 가늠하는 방법과 상반되는 대상과의 비교를 통해 한 대상의 핵심과 본질에 도달하는 방법을 이야기할 수 있겠다. <기독교>가 전자라면, <개신교의 본질>은 후자이다.

<기독교>는 기독교를 특징과 형태에 따라 '교회적 기독교', '성서적 기독교', '신비적 기독교'로 나눠서 설명하는 간결한 입문서다. 교회 역사를 돌아보면서 가톨릭과 동방정교회 등을 비롯한 각 종파들의 지형도를 간략하게 제시하고, 기독교의 성장과 퇴조 및 전망을 살핀다. <개신교의 본질>은 500년 전 가톨릭에서 갈라져 나온 개신교의 종교개혁 정신과 그 본질이 무엇인지를 짚는다. 개신교가 가톨릭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어떤 요소를 중요시하고 핵심에 두는지, 이를 역사적 측면과 교리적 측면에서 접근하여 '개신교의 본질'을 되새길 수 있도록 돕는다.

칼 하임의 <개신교의 본질>(복있는사람)과 린다 우드헤드의 <기독교>(시그마프레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기독교' 정리하는
효과적 길잡이

누군가 "기독교는 어떤 종교인가" 질문한다면,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간단하게 몇 문장으로 일축하기에는 기독교의 역사가 짧지 않다. 무엇보다 교파도 다양하고 같은 교파라 해도 모양새가 지역마다 다르다. 2000년 가까이 다양한 모습으로 세계 곳곳에서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이 종교를 한자리에서 깔끔하게 소개하는 일은 쉽지 않다.

2012년 번역 출간된 <기독교>는, 전 세계 기독교의 흐름을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잘 정리한 책이다. 영국 랭커스터대학교에서 종교사회학을 가르치는 린다 우드헤드 교수가 썼다. 원서가 14년 전인 2004년 출간됐기 때문에 현실 진단에 있어 다소 거리감이 있는 지점도 있지만, 여전히 주목할 만한 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기독교 입문서는 대체로 '기독교'의 관점에서 쓰였기 때문에,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독교의 성취, 영향, 위인 등을 부각한다. 사회 맥락을 분리한 채 기독교를 고고한 모습으로만 다루는 책도 있다. 그러나 <기독교>는 교회 권력과 세속 권력 사이의 상호작용, 거기서 파생한 역사적 결과물 등을 되도록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 한다. 객관적 시선에서 '기독교'를 살피려고 노력하고 있다. 교리사·교회사·사회문화사적 안목이 담겨 있는 책으로, 짧은 시간에 기독교를 조망할 수 있는 좋은 길잡이다.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옥스퍼드대학출판부에서 내놓는 콤팩트한 입문서 시리즈 'A Very Short Introduction'의 하나다. 비아 출판사에서 이 시리즈 책을 여러 권 번역 출간한 바 있는데, <예수>·<구약>·<신약>(비아) 등이다. 이 시리즈의 면면을 아는 이들이라면, 짧지만 충실한 구성으로 주제를 정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비기독교인에게는 효과적으로 기독교를 소개하고, 기독교인에게는 자기가 속한 종교를 낯선 시선에서 다시 볼 수 있도록 돕는다. 역자(연세대 김학철 교수, 남진영 씨 공역)는 "간결은 탁월의 상징이다"는 버트런드 러셀의 경구를 이 책에 헌사하며 다음과 같이 썼다.

"기독교를 소개하는 데에 핵심적인 사항을 절묘하고도 정확하게 집어냈다. 현미경으로 물체를 들여다보며 핀셋으로 꼭 집어야 할 것을 집어내는 과학자의 섬세하고도 날카로운 솜씨였다. 이 책은 기독교의 교리, 유형, 역사를 매우 쉽고도 흥미롭게 서술하였다. 교과서적인 서술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이다." (7쪽)

저자는 "기독교를 심판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 초상화를 제시하려는 것이, 이 책 전체에 담긴 의도"(19쪽)라고 말한다. 이 책은 2000년 역사 속 기독교를 강조점에 따라 '교회적 기독교', '성서적 기독교', '신비적 기독교'라는 키워드로 정리한다. 교회적 기독교는 성례전을, 성서적 기독교는 거룩한 성서에 대한 가르침을, 신비적 기독교는 위로부터 혹은 안으로부터 오는 신성한 힘을 강조한다. 세 기독교 유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갈등하거나 쇠락하고 합쳐지는 등의 흐름이 담긴다. 유형들 특징을 설명할 때는 명과 암을 같이 풀어낸다. 기독교가 세계적 종교로 나아가기까지 과정, 현재 기독교가 처한 현실과 어려움도 언급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여성과 기독교의 관계를 조명한다. 전 세계적으로 교회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많다. 기독교가 각각의 성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평가하며 '왜 많은 여성이 기독교에 참여하는가', '왜 남자는 더 많이 참여하지 않는가'를 따져 묻는다. 저자의 정의에 따르면 "'남성의 세계'를 강화하고 동시에 그것의 과도함을 제어함으로써 '남성의 세계'에서 '여성의 종교'로 가장 크게 성공한 종교"(266쪽)인 기독교를 살핀다. 남성 지배를 합리화한 전통 기독교의 이미지와 가르침, 현대 서구 사회의 양성평등에 끼친 영향 등도 간략하게 짚는다.

이 책은 본문 중간중간 나오는 삽화와 짧지만 적절한 위치에 들어간 박스를 통해 부가적인 설명을 전달하는데, 방식이 효과적이다. 삽화의 경우, 본문 내용에 맞춰 미술을 통해 예수에 대한 기독교의 이미지 변화 양상을 추적하기도 하고, 건축물을 이용해 중세 기독교 권력의 우세했던 힘을 상기하기도 한다.

박스에 들어간 짧은 개념 정리는 심화 학습을 돕는다. 이를테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 기독교를 향한 현대 선교의 큰 성공을 다루는 대목에서, 이슬람의 성장과 역사를 같이한 은사주의 부흥을 언급하는 부분이 있는데, 참고 자료로 1960년대 후반 라틴아메리카에 나타난 '해방신학'을 정리해 놓았다. 마지막 챕터 '여성의 종교?'에서는 '페미니즘신학'에 대한 개념 정리가 나온다.

<기독교 - 기독교의 교리, 유형, 역사에 대한 간결한 입문> / 린다 우드헤드 지음 / 김학철, 남진영 옮김 / 시그마프레스 펴냄 / 296쪽 / 1만 2000원.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한국 개신교는
교회의 본질을 가졌는가

올해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에서 '가톨릭 이교 지정'과 관련해 논쟁이 있었다. 1년 더 해당 사안을 연구하기로 결의했는데, 가톨릭을 이단의 가르침으로만 보는 것이 가톨릭을 대하는 올바른 방식인지 의문이다. 가톨릭과 개신교를 비교하는 작업을 통해 두 종교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는 것을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개신교의 본질>은 가톨릭과 대조적인 개신교를 살피면서, 그 정신의 본질을 탐구한다.

이 책에서 개신교는 '고독한 양심의 종교'로 정리된다. '깊은 고독', '양심의 각성'이 개신교 고유의 특질을 드러내는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다. 독일 경건복음주의 신학자인 저자 칼 하임(Karl Heim, 1874~1958)은 모든 개개인이 홀로 소스라쳐 놀라 일깨워진 양심을 통해 하나님 체험을 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하나님을 체험하는 것에서 개신교 신앙의 가능성을 찾는다. 양심의 경험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권위에 대한 복종, 황홀경이나 신비와 감동 등이 자아내는 도취감이 아니라, 사제의 중재 없이 고독한 상황 가운데 단독자로서 말씀을 통해 하나님과 대면하는 벌거벗은 양심의 자각, 자아 성찰이 하나님 발견을 돕는다는 것이다.

"새로 서품된 사제가 고향에 오면 그는 신성한 존재처럼 영접을 받는다. 그가 강복을 베풀 때면 모든 사람은 경건함에 가득 차서 무릎을 꿇고 십자성호를 긋는다. 종교적 권능이나 도유나 그 어떤 의식을 통해서 전이될 수 있으리라는 이러한 관념 전체는, 프로테스탄트 토대 위에서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누군가가 지니고 있는 종교적 권능, 그에게서 나오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종교적 영향력이란, 외적으로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과는 완전히 무관하기 때문이다. 신앙의 힘, 내적 전권이란, 오로지 인간이 자기 자신에 대해 소스라친 양심으로 가장 깊은 고독 속에서 직접 하나님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어떤 것이다. 하나님은 이러한 전권을, 인간적인 의식들과 상관없이 그가 주고자 하는 자에게만 주신다." (224쪽)

이 책 원서는 1925년 출간됐다. 서유럽에서 개신교인들이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일이 열풍처럼 번지던 때였다. 이 책은 자연과학적 세계관에 경도되어 물질을 강조했던 시대사조와 19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초까지 일어난 '가톨릭 회귀 열풍'에 대한 반응의 일환이다. 가톨릭교회로 가는 루터교인들을 염두에 두고 썼다. 당시 출간된 <거룩한 교회로 돌아오라!>·<가톨릭의 본질>·<왜 가톨릭인가> 등의 책 제목에서 가톨릭 친화적 시대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저자는 당시 대중을 끌어당겼던 가톨릭교회의 매력이 무엇인지 짚고, 개신교가 태동하게 된 '교회 분열 원인'을 역사적으로 정리하면서 글을 전개한다. 가톨릭교회가 매력적이라고 하더라도 왜 돌아갈 수 없는 것인지, 어째서 구교와 신교가 분열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지 이야기한다. 가톨릭과 개신교의 그리스도 이해, 두 종교의 예배 및 윤리, 교회관 등을 비교하면서, 루터의 종교개혁 정신에 기초한 개신교의 정수가 무엇인지 드러낸다.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1925년 출간된 책이기에 1962~1965년 진행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거친 가톨릭교회의 '현대적 개혁'이 반영되지 못했다. 그리고 현재 개신교는 자본주의와 매우 밀접한 상황이다. 공역자 김회권 교수(숭실대 기독교학과)가 '해설의 글'에서 지적하듯이, 시대적 한계와 책의 특성상 가톨릭 확산을 경계하는 느낌이 다분하고 개신교 신학의 약점을 반성하는 대목은 나오지 않는다. 이를 감안해서 읽어야 한다.

물론 지금 한국교회 상황에서 읽었을 때 더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는 지점도 있다. 여러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한국 사회 분위기가 가톨릭에 더 친화적이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김수환, 이태석 등의 고유명사로 대변되는 가톨릭은 개신교가 '개독교'라고 불리는 현실과 대조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저자의 강변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책의 칼끝이 현재의 한국 개신교를 향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개신교의 본질>에 이런 표현이 나온다. "교회가 눈에 보이는 모든 권력 수단을 의식적으로 포기하게 되면, 바로 그리스도 교회의 참다운 본질이 나타난다."(229쪽) 한국 개신교는 참다운 교회의 본질을 소유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개신교의 본질 - 루터의 영혼에서 시작된 종교개혁의 핵심> / 칼 하임 지음 / 정선희, 김회권 옮김 / 복있는사람 펴냄 / 268쪽 / 1만 4000원.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가톨릭과 개신교의 현주소와 전망 등 오늘날 실정을 반영한 '해설의 글'도 있고, 개신교의 본질과 정수를 예리하게 살피기 때문에 여전히 곱씹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이 책은 개신교 핵심 교리인 이신칭의, 만인제사장설에 대한 깊은 해설서라고 볼 수도 있는데, 글이 전반적으로 예리하고 날카롭다. 논지를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서 배움과 자기 성찰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루터신학자이자 <루터의 재발견>(복있는사람) 저자 최주훈 목사(중앙루터교회)는 이렇게 추천사를 썼다.

"칼 하임은 완숙한 여행 가이드처럼 개신교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 역사와 신학을 꿰뚫어 가며 독자를 인도한다. 때로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조용한 어조로 종교개혁의 사건을 손에 쥐고 말을 걸어온다. 틀에 박힌 언어나 개념이 아니라 양심, 명료한 정신, 저항, 의심, 영적 고투처럼 참신하고 예리한 용어들이 종이 위로 뛰어다닌다. 이 책에서 칼 하임의 목소리가 끝나는 순간,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신앙과 역사의 유산, 그리고 더 넓고 깊은 사유의 세계 가운데 '내가 그리고 우리가' 서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모든 프로테스탄트의 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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