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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제대로 된 대체 복무제 만들어야"

"징벌적 성격은 안 돼"…보수 교계·정치계는 우려 표명

장명성 기자   기사승인 2018.11.02  14:4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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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대법원이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1월 1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승헌 씨의 병역거부가 정당하다는 무죄 취지 판결을 내리고 창원지방법원으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하급심에서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110여 건의 무죄판결이 나왔지만, 대법원이 무죄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대법원은 "불이행에 따른 어떤 제재도 감수하면서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하는 이들에게, 집총과 군사훈련 등을 강제하고 불이행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양심의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 봐야 한다"며 오 씨의 병역거부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례가 14년 만에 뒤집히면서, 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들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10월 말 기준으로 대법원에만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227건이 계류 중이고, 하급심부터 대법원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자 930여 명이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승헌 씨의 병역거부가 정당하다는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유튜브 SBS뉴스 갈무리

한국교회언론회(유만석 대표)는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특정 종교를 위해 국가의 안위와 안보를 유지하도록 해야 하는 법 조항을 무력화시킨 결정"이라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교회언론회는 "'양심'이라고 하지만, 실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특정 종교인이 99%를 차지하고 있다. 남북 대치 상황에 이 같은 판결을 내리는 것은 법의 공공성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했다.

대법관들 성향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도 했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낸 대법관 네 명의 의견이 옳으며, 그중 '개인적 신념이나 가치관 등 주관적 사유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없다'는 박상옥 대법관의 주장이 국민적 정서라고 했다.

교회언론회는 "양심·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기피자와 성실하게 병역의무를 감당하려는 사람들의 형평성은 어떻게 맞출 것인가. 대법원의 결정이 너무 앞서가 사회적 혼란의 가중이 우려된다"고 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부정적 견해를 보여 온 보수 교계 단체들과 달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박승렬 소장)는 대법원 무죄판결을 환영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인권센터는 이번 판결을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양심적 신념을 존중하고,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보장하는 옳은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인권센터는 실질적 대체 복무제의 실현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했다. 대체 복무는 징벌적 성격이 아니라 현역 복무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대법원 판결의 올바른 이행 과정을 통해 대체 복무가 실질적으로 현실화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자유가 성취될 것이다"고 했다.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 중인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합당한 조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인권센터는 "법무부가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현재 계류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사건에 대해서도 법원이 옳은 판단을 내리기 바란다"고 했다.

보수 교계와 정치권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기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4일 국방부가 연 대체복무제 공청회 장소 앞 보수 개신교 단체 집회 현장. 뉴스앤조이 박요셉

정치권 반응도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각각 논평을 발표해, 인권의 가치를 존중한 대법원 판단을 존중하며 대체 복무제 도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반해 보수 정당들은 '사회적 변화에 따라 개인 신념을 보장한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양심적 병역거부가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은 11월 1일 논평에서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를 판단할 객관적 잣대와 검증 절차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종교·양심이 병역기피자의 도피처로 악용된다면 엄청난 사회적 갈등 비용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은 같은 날 발표한 논평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의 '양심'이라는 용어를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김정화 대변인은 "군 복무를 마쳤거나 군대에 간 사람들이 '비양심'적 병역 이행자는 아니지 않은가. 국군 장병의 사기 증진 및 처우 개선의 시작은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양심'이라는 표현을 바꾸는 일이다"고 했다.

병역거부 운동을 비롯한 평화운동을 계속해 온 참여연대·군인권센터·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전쟁없는세상은 11월 1일 판결 직후 공동으로 논평을 발표해 "사회적 변화를 반영한 인권 옹호적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고 했다.

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무죄가 확실해진 만큼 우리 사회가 그들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수감 중인 병역거부자들을 석방하고, 수감을 마친 병역거부자에 대한 복권을 논의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대체복무제안은 '징벌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복무 기간을 3년으로 하는 안이 도입된다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긴 대체 복무제를 시행하는 국가가 된다. 국방부 산하에 심사 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심사의 공정성·독립성 확보의 측면에서 매우 우려된다"며 정부가 대법원 판결 취지를 숙고해 대체복무제안을 수정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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