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회 33회 총회에서 여성 총대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10월 31일 전준구 목사가 공개 석상에서 입장을 밝힐 때 여성 총대들은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총회가 열리지 않아서 감독 이·취임식을 못 한 적은 있어도, 이번처럼 감독들이 자진해서 이·취임식을 마다한 적은 감리회 역사상 없었다. 초유의 일이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전명구 감독회장) 총회가 열린 10월 31일, 감독 이·취임식이 무산된 것을 보고 본부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한 총대 말마따나, 감독 이·취임식은 감리회 행정총회 하이라이트다. 그러나 성폭력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남연회 감독 당선자 전준구 목사(로고스교회) 탓에 무산됐다.

감리회 여성 단체들로 구성된 감리교여성연대는 성폭력 의혹을 받는 전준구 목사가 감독이 되면 안 된다며 반대 운동을 해 왔다. 감독직 사퇴와 함께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도 요구했지만, 전 목사는 총회 전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부분 남성 총대가 소극적이었던 반면, 감리교여성연대는 총회 시작부터 끝까지 피켓 시위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반대 활동을 개진했다.

전준구 목사를 제외한 감독 당선인 10명과 면담까지 했다. 감리교전국여교역자회 회장 김순영 목사와 여선교회 회장 백삼현 장로는 감독 당선인들을 만나 이·취임식을 거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순영 목사는 11월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성폭력 의혹을 받고 있는 전준구 목사와 멍에를 같이 짊어질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신임 감독들에게 특단의 대책을 세워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신임 감독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취임식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따로 부탁하지 않았는데, 이임하는 감독들도 "성추행 의혹 목사와 함께할 수 없다"며 이임식을 거부한다고 발표했다. 결국 총회는 감독 이·취임식을 하지 않은 채 끝이 났다.

여성 총대들은 남성 총대 못지않게 발언도 많이 했다. 김순영 목사가 발언하기 위해 서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대부분 교단 총회가 남성들 잔치인 것에 비해, 이번 감리회 제33회 총회는 달랐다. 할당제에 따른 비율 15%에 미치지 못하는 수였지만, 여성 총대들은 남성 총대 못지않게 발언하고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여성 총대들은 이번 총회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총회에 가면 어떤 내용에 대해 발언을 해야 할지, 위원회에 들어가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등 세세하게 살폈다. 특히 총회를 앞둔 10월에만 세 차례 회의를 열어 전준구 목사 건을 비롯해 여러 안건을 논의했다.

여성 총대들이 이번 총회에서 요구한 것들은 모두 교단 개혁에 필요한 중요한 안건이었다. △목회자 성 윤리와 교회 성폭력에 대한 지침·정책 연구 △총회 주요 위원회 성별·세대별 의무 할당 △전준구 목사 감독 취임 반대 등이다.

총회에서 발언한 여성 총대들은 내용을 준비해 왔다. 김순영 목사는 "여성 할당제가 시행된 지 2년째다. 경험이 없다 보니까 총회에서 발언할 때 떨리기도 하고 막상 무슨 말을 할지 몰랐다. 여성 단체들끼리 모여서 연습도 하고 하나하나씩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여성 목사·장로 합쳐 170명이 있다 보니까 심리적으로 든든했다. 숫자가 이보다 적었다면 우리가 계획한 대로 흘러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최소영 목사(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는 "아쉽게도 총회 주요 위원회 성별·세대별 의무 할당제는 통과되지 못했다. 하지만 전명구 감독회장이 주요 위원회에 여성과 청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충분히 우리의 의사를 전달했다. 앞으로 계속 노력해 가며 관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전준구 목사 거취는 총회 특별심사위원회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전 목사는 이미 금권 선거 혐의로 총회에 고발된 상태다. 여기에 성추행 혐의까지 더해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총회가 끝난 직후 신임 감독들은 기념촬영을 했다. 전준구 목사는 참여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교단 여성들 노력이 결실을 맺었고, 이 때문에 남성 총대들의 교회 성폭력 감수성이 이전보다 올라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김애희 센터장은 "감리회 여성들은 여권신장을 위해 오래전부터 계속해서 싸워 왔고, 마침내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교단 여성 단체들이 전준구 목사 성폭력 의혹을 공론화하며 총회를 주도했다"고 말했다.

김애희 센터장은 "감리회는 여성 할당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번에 참석한 여성 총대는 170명이다. 여성 총대들이 주도적으로 발언권을 요청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이나 한국기독교장로회에서도 볼 수 없었던 분위기가 펼쳐졌다"고 했다.

전준구 목사를 반대하는 운동은 총회 내내 이어졌다. 여성 총대들의 반대 운동에 총회는 이·취임식을 진행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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