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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개신교가 지키려는 나라에 성소수자는 살 수 있나

법 제정 위한 종교·시민사회 간담회 "차별금지법은 사회가 차별에 응답하게 하는 법"

장명성 기자   기사승인 2018.10.31  15: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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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당신이 지키려는 나라에는 누가 살 수 있소. 백정도 살 수 있소? 노비도 살 수 있소?"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한 대사다. 노비 출신 유진 초이(이병헌 분)는, 일제 침략에 무너져 가는 나라를 구하겠다며 의병으로 나선 양반 가문의 딸 고애신(김태리 분)에게 이렇게 묻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인권센터 박승렬 소장은 이 대목을 보며 지금 한국과 교계의 상황을 떠올렸다고 했다. 그는 "지금 이 땅이 사회적 약자들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곳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개신교 내에 차별금지법·성소수자·난민을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게 아니라, '나라를 지킨다'며 마음에 드는 사람들끼리만 살아가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어떤 단체들보다 개신교계가 앞장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는 지금, 교회협 인권센터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종교·시민사회 간담회를 열었다. 10월 30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조혜인·미류 공동위원장과 4대 종단(개신교·불교·천주교·원불교) 인권 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차별금지법이 제정돼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했다.

교회협 인권센터가 연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종교·시민사회 간담회에는 2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20대 국회서 발의조차 되지 않아
"법안 발의만으로 의미 있어… 
포괄적 차별금지법, 개별 법 공백 메운다"

17대부터 19대 국회까지 꾸준하게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20대 국회에서는 발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미류 공동위원장은 법안 발의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어차피 안 될 것'이라며 손 놓는 국회의원이 많다. 그러나 제정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발의하고 철회하지 않는 경험만으로도 의미 있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못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라는 사실을 사회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은 차별을 규율해서 누군가를 처벌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고 했다. 미류 위원장은 "차별금지법은 차별을 없애기 위한 출발선이다. 지금까지 '차별'이 피해자 혼자만 억울하고 끝나는 일이었다면, 앞으로는 사회가 차별을 함께 판단하자는 것이다. 제도를 갖춰서 차별에 관해 이야기하고, 듣고, 사회가 공식적으로 응답하게 하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미류 공동위원장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못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라는 사실을 사회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조혜인 공동위원장은 현재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다루고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헌법이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헌법의 선언이 현실에서 모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조직법'이기 때문에 차별을 정의하는 데 그치고 있고, 인권위의 시정 권고는 강제력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현재 한국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남녀고용평등법·연령차별금지법 등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존재한다. 조 위원장은 "이 같은 법만으로는 다양한 사유가 합쳐져 일어나는 차별을 모두 규정하기 어렵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차별 금지 사유는 물론 차별 금지 영역, 차별 유형을 다양하게 다루기 때문에 이 같은 법적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조혜인 공동위원장은 차별에 대한 실체적 조항과 사법적 구제 수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간담회에서는 차별금지법에 얽힌 오해와 반대 주장의 오류를 지적하기도 했다.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서구 유럽 상황을 예로 들며,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동성애 반대 발언만 해도 체포·구금되고 형사처벌받는다", "동성애는 죄라고 설교할 수 없게 된다"는 주장을 반복해 왔다.

이들의 주장과 달리, 2007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에는 '표현'이나 '의견'을 직접 형사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없다. 조혜인 공동위원장은 이 같은 주장을 지적하며 "지금까지 발의된 모든 법안에 차별 발언했다고 형사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보수 개신교계가) 법안을 보지 않았거나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이야기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무조건 형사처벌하는 방식은 차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규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위원장은 "다양한 형태로 일어나는 차별을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 교육이나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때도 있다. 형사처벌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 등 비사법적 기구를 통해 해결하거나 법에 따르더라도 민사적 소송을 통해 규율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양한웅 위원장은 "퀴어 축제를 반대하는 개신교인들의 모습이 섬뜩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선동적·자극적 발언, 행사 방해가
교회의 가르침인지 궁금하다"
"종교적 교리, 그대로 사회로
가지고 나와 적용하는 것 문제 있어"

두 위원장의 발제 이후, 간담회에 참석한 종단별 대표들은 각 종교의 정신과 교리에 따라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에 앞장서는 개신교를 향한 뼈아픈 충고도 있었다.

"서울·제주·부산·대구 퀴어 축제에 모두 다녀왔다. 반대하는 개신교인들 모습이 섬뜩했다. '동성애는 에이즈의 원인'이라는 선동적이고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 내며, 집단으로 드러누워 행사를 막으려 하는 사람들을 봤다. 이것이 진짜 교회의 가르침인지, 성경에 정말 그런 게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들이 외치는 구호에 '교리에 따라 동성애는 죄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비춰 볼 때, 차별금지법은 문제 될 것이 없다. 불교에 동성애가 잘못됐다거나, 질서에 어긋난다는 교리는 없다. 성소수자도 마찬가지다. 조계종은 이미 수년 전부터 부처님오신날에 성소수자를 공식 초청해 단상에 세우고 있다. 그 정도로 거부감이 적다. 그들은 자신의 업에 따라 태어났을 뿐이다. 모습·성향에 따라 구분하거나 업신여기지 않아야 한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양한웅 위원장)

"성경을 한마디로 '사랑'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결국은 '사랑하는 마음'이다.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성소수자들이 같은 신앙인이더라도 마음을 주지 않는다. 개신교는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하지만, 많은 이가 하나님만 사랑하고 있다. 하나님과 이웃·원수는 한 맥락에서 봐야 하며 분리할 수 없다. '원수'로 생각하는 사람이더라도 우리 마음에 둬야 한다." (교회협 인권센터 황필규 운영이사)

"(천주교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할 만한 근거가 되는 교리를 발견할 수 없다. 만약 있다 하더라도 종교적 교리를 사회로 그대로 가지고 나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교리 안에서 다루고 종교인들끼리 논의해야 할 것을 자꾸 가지고 나와서 사회적 논의의 장에 내놓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성경은 수많은 죄를 다루고 있다. 십계명에 따르면 일요일에 예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막중한 죄인데, 왜 이것은 심각하게 다루지 않는가. 구약의 구절들을 성경적 근거라며 소수자들에게 혐오의 돌을 던지는 이들에게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는 예수의 말씀을 기억하는지 묻고 싶다." (천주교 인권위원회 장예정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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