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여성 안수는 한국교회 해묵은 논쟁 중 하나다. 아직도 한국교회 최대 교단 중 하나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이승희 총회장)을 비롯해 많은 보수 교단이 여성 안수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예장합동은 여성 안수를 허락하지 않지만, 교단 신학교인 총신대학교에는 여성들도 입학할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졸업 후 전도사로 사역하거나 타 교단으로 옮겨 목사 안수를 받는다. 똑같이 공부했는데, 남성은 목사가 되고 여성은 전도사에 그친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자 신대원 여동문회는 매년 9월, 총회가 열리는 교회 앞에서 "총회는 여성 안수 허락하라"는 피켓을 들고 전단지를 나눠 준다. 그러나 매번 총대들의 외면을 받기 일쑤다.

여성 안수는커녕 교회 내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무시당하는 문화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총신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사역 현장으로 나선 여성들이 겪는 불합리한 대우와 차별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동문회가 올해 6월, 동문 15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사역 중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가(복수 응답)"에 '남성 교역자와의 관계(서열 의식에 따른 차별과 권위주의)'라는 답변이 62%(96명)로 가장 많았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역 배제(설교, 성경 공부, 행정 등)'도 거의 비슷한 수치인 60%(92명)였다. '사례비 차별' 48%(75명), '교인들의 차별적 태도' 32%(50명)가 뒤를 이었다.

여성 사역자들이 내놓은 구체적 사례를 보면, 이들은 차별·비하 발언에 노출돼 있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한적 업무만 수행하고 있으며, 사례비 차별도 겪는다. 특히 차별·비하 발언은 상사에 해당하는 담임목사뿐 아니라, 함께 공부한 신대원 남자 동기생들도 일삼는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남성들이 지위나 나이에 상관없이 여성을 차별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 동문들은 예장합동에 가장 필요한 것으로 '여성 목사 안수 혹은 합법적 강도권 부여'와 '여성 사역자에게 공평한 기회 제공과 대우 부여'를 꼽았다. 두 응답은 각각 37%로 나란히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뒤이어 '남녀평등과 여성 사역자에 대한 인식 개선과 신학 정립'(12%), '교단의 도덕성 강화'(7.6%) 순이었다.

총신대 여성 동문들은 교회와 목회자들이 여성의 역할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2017년 9월 총회에서 여성 교인들이 총대들에게 간식을 나눠 주는 모습. 뉴스앤조이 최승현

다음은 총신대 여동문회 회원들이 쓴 구체적 사례 중 일부다.

역할 제한 등 성차별

내가 가르쳤던 제자들은 목사가 되어 돌아오는데, 나는 항상 그 자리에 똑같이 있어야 했다. 일할 때도 뒷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

교역자실 청소는 여성 사역자가 해야 한다는 교회의 시선이 있다.

설교보다 전도나 다른 사역에 집중하라는 권면을 받았다.

회의할 때 노는 손으로 전도지를 접는데, 여성 사역자들만 접는다. 남성 사역자 손도 노는데.

주일학교 이외 장년 사역은 할 기회가 없다. 아무리 실력이 있고 경력이 있어도 목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된다.

여성 사역자라는 이유로 사역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중고등부 사역자로 지원했으나 여자라는 이유로 불합리한 처우를 받았다.

신대원 동기는 나이도 한참 어린데 남성이라는 이유로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러고 나서 내가 전도사라는 이유로 나를 아랫사람 취급했다.

똑같은 교구 사역을 해도 남자는 말씀 전하고 여성 사역자는 상담만 하게 한다.

좋은 담임목사를 만나서 행정과 성경 공부 인도까지 해 볼 수 있었지만, 특히 여자 교인들의 반대가 있다. 교회 사역은 남자가 해야 한다는 이미지가 있어, 남녀 간 실력 차이도 없는데 배제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심방전도사임에도 심방은 없고 전도와 교회 잔일을 했다.

신대원 1학년 남성 전도사에게도 당연히 주는 설교할 기회, 나는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않을 때 서글프며 불합리하다 느꼈다.

전임 사역을 십 년 넘게 하고 신대원을 졸업했지만, 까마득한 남자 후배가 부임하면 주저 없이 설교권과 주요 보직을 내어 줬다. 여성 사역자는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늘 보조적인 일만 강요하는 현실에 개탄하며, 늘 언제 떠날까 속앓이를 하던 세월이 많았다. 이런 불합리를 속히 개선하지 않으면, 교단의 여성 인재들은 고민하며 떠나갈 것이다. 하나님이 주신 인간에 대한 권리가 남녀 차별 없이 균등히 사용되도록 애써 주기를 부탁한다.

과일 깎기나 커피 준비만 시키고, 설교나 기도회 인도는 배제한다.

옆에 있던 교인이 "여성 사역자는 강도권이 없으니 설교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 자세히 설명하기도 민망했다.

같은 졸업 기수의 남자 동기와 같은 교회에서 사역하지만 설교권 차이가 있다. 나는 새벽 설교만 하고, 동기 남자 전도사는 새벽 설교, 수요 예배, 금요 예배, 주일 저녁 설교 기회가 주어진다.

남성 사역자의 관계에서 서열이 정해져 있다. 그에 따른 권위주의적 업무 지시가 내려질 때가 있다.

장로, 안수집사, 학부 전도사에게도 새벽 기도 설교나 청년부 강의를 맡기는데, 여자 전도사에게는 교육 부서만 맡긴다.

강도권이 없다는 이유로 성경 공부나 세미나 강의는 가능하나 설교는 불가하다. 남성 전도사는 나이에 상관없이 사역자로 인식하지만, 여성 전도사는 교육부 선생님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예를 들어 남성 전도사와 여성 전도사가 동석한 자리에서, 기도나 예배 인도는 언제나 남성 사역자가 담당한다. 작게는 식사 기도에서부터 크게는 예배 인도, 설교까지. 담당 교육부에서 부장집사가 남성일 경우, 작은 소모임 자리에서도 기도 인도를 남성 부장집사가 한다. 기본적인 인식의 바탕에는 남존여비 사상이 있음을 느낀다.

주거나 환경적 지원 없이 새벽 예배에 무조건적이고 의무적으로 참여하라는 식의 경직된 문화가 바뀌었으면 한다. 여성에 대한 차이가 아니라 다름을 인식하고 인식과 환경적 개선을 위해 변화가 있어야 한다. 또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교회 사역에서 고전적인 심방여전도사 영역에만 머무는 제한된 사역이 아니라, 좀 더 풍성하고 다양한 사역 분야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사례비 차별

신대원을 졸업하고 나는 전임으로, 남자 동기는 준전임으로 사역을 하게 되었다. 1년 선배 남자 전도사가 월 190만 원을 사례비로 받았기에 나도 그렇게 받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사례 책정이 된 것을 보니 150만 원이었다. 준전임으로 들어온 남자 동기는 140만 원을 받았다. 이게 여성 사역자의 현실인가 싶어 어이가 없었다(추후 항의해서 190만 원으로 조정되었다).

여성 사역자는 사택 제공 혹은 보조가 없다. 나와 똑같이 공부한 부목사는 32평 아파트를 사택으로 제공받고 관리비 일체를 지원받는다. 급여는 200만 원에 총 14개월 지급하는 데서 시작해 매년 월 10~20만 원씩 인상이 된다. 나는 교육전도사로 6년 차지만 70만 원부터 시작해 지금은 90만 원 동결이다. 내가 하는 일들은 전임 수준이다. 매일 교회 간다. 교회에서는 내가 졸업을 하고 정식으로 전임 전도사가 된다 해도 최대 120만 원일 거라고 한다. 물론 사택에 대한 지원은 일절 없다. 이런 교회 구조는 싼값에 남자 부목사 안 쓰고 전임 여자 전도사 둔다는 것 말고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목사 안수도 여자들 계속 싼 맛에 쓰려고 안 주나 보다.

여성으로서 40세가 되고 50세가 되어도 신대원을 갓 졸업한 남성 전도사와 사례비가 같다. 남자는 연령과 상관없이 강도사만 돼도 처우가 달라진다. 목사는 은퇴가 70세인데, 여성은 왜 55~60세인가?

교육전도사를 10년 넘게 해도 사역을 갓 시작한 전도사와 같은 임금·대우를 받는다.

출산과 동시에 육아 문제로 사임했지만, 파트타임이나 탄력 근무제 얘기를 꺼낼 수조차 없었다

차별·비하 발언 

목사들은 여성 교역자가 자신의 부탁에 무조건 "네"라고 대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당장 코앞에 해야 하는 일을 주어서 지금 할 수 없다고 거절했더니 사무실에서 왕따를 시키더라. 나중에는 미혼인 남자 교역자들에게 나를 빗대 "똑 부러진 여자들은 힘들다. 결혼하면 안 된다"고 말해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

설교 후 "여자라서 감성적이다"라는 평가를 들었다. 칭찬으로 하시는 말이었겠지만 듣는 나는 전혀 칭찬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여자가 너무 완벽하면 안 된다"는 말도 하는데, 일을 잘하면 고마운 것 아닌가. 일의 절차와 부당함에 대해 말하면 "예민하다"고 하고, 교역자 회의 시간에 의견을 말하면 "대단하다"고 한다.

"사모로서 목사님께 순종하며 섬기라"는 말을 한다.

여성 사역자들의 몸매와 외모에 대해 말하는 것에 대해 아직 많은 분이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실질적이며 성경적 교육이 교회 안에 있어야 한다.

전임 여전도사가 남성 수석부목사로부터 반말을 듣고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심지어 다른 전임 목사들도 전임 여전도사에게 반말을 심심찮게 하는 모습을 보았다.

"여자는 청년 사역을 할 수 없다"고 해서 투쟁하듯 해서 쟁취했다. 남성이 100을 하면 여성은 150 이상을 해야 인정과 신뢰가 생김을 경험했다.

젊은 목사들이 연세 있는 여성 전도사에게 반말 또는 무시 차별하는 언행을 일삼는다.

같은 교회에서 사역했던 남자 사역자 중에, 신대원으로는 한 학번 위였지만 나보다 교육전도사 사역을 6개월 정도 늦게 시작한 사람이 있었다. 똑같이 교육전도사로 시작했지만, 그 사람은 남자다 보니 졸업 후 강도사로 교육 부서에서 여전히 사역했다. 그 사람은 내가 한참 어리다는 이유로 늘 반말을 하고 하대했다. 몇 년을 계속 지켜보고 참다가 나중에 따로 만나서 얘기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엄연히 이 교회에서 먼저 사역을 했으니 반말을 하기보다는 존대해 주셔야 하는거 아니냐"고 했더니 "그렇게 따지면 난 강도사고 당신은 전도사이지 않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어이가 없어서 더는 대화하지 않았다. 직분의 차이를 상하 관계로 놓고 함부로 대하는 남자 사역자들의 인성에 기가 찬다.

교역자들과 식사하는 자리 중에 내가 "아, 배부르다"고 말했는데, 옆에 계셨던 부목사가 "처녀가 배부르면 쓰나. 푸하하하"라고 했다. 나는 그 당시 25살이었는데 어른이 가볍게 던진 농담으로 여기고 넘어갔다. 시간이 지나고도 그 일이 두고두고 생각이 난다. 그런 말이 성희롱이라는 것도 모르고 많은 남자 사역자가 있는 자리에서 나이 어린 미혼 여자 전도사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했다는 것이 지금도 화가 난다.

총체적 난국

예배 시간 물은 본인이 들고 가시길 바란다. 여전도사가 떠 와야 하는 이유라도 있나. 여자들은 속이 좁다고 하지 마라. 당신들이 둔하고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거다. 남자 전도사들은 반찬 싸 주고 왜 여전도사는 반찬 안 싸 주나. 나도 밥 못한다. 청소년 부서 맡겨 주면서 굉장히 여성 존중하에 본인이 신경 써서 배정해 준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누구나 할 수 있는 부서다. 교회가 운동 모임이 아닌데 운동 모임에 빠진다고 소외감 느끼게 하지 마라. 내가 족구 서브 넣어 주고 심판 봐 주면 나랑 쇼핑 같이 가 줄 건가. 화장을 하건 말건 그것도 내 자유다. 화장이 안 먹었다고 피곤해 보인다고 하지 마라. 그냥 이렇게 생겼다. 옷을 신경 쓰건 말건 그것도 옷을 안 사 줄 거면 말을 마라. 당신도 키가 작으면 힐을 신으라. 치마 짧아서 보인다고 하지 마라. 그리고 후배 너 이 자식 기어오르지 마라. 네가 목사가 되어도 나보다 후배인 건 변함이 없다. 교인들, 내가 왜 애가 안 생기는지 묻지 마라. 당신들이 기도 안 해서 안 생기는 거다. 결혼하고 애 없으면 애 낳을 예정 아니냐고 사역 안 시키려 들고 사역하느라 애 안 낳는다고 하면 왜 애를 안 낳느냐고 하고 그럼 내가 낳아 오고 사역도 할 테니 우리 애를 좀 부탁한다. 강사 의전, 여자 시키지 마라. 그 사람이라고 처음 본 여자가 편하겠나. 나도 처음 본 남자 불편하다. 장로들, 악수 강제로 하지 마라. 나 손에 땀 많다. 여자 청년들, 여전도사 뒤에서 욕하지 마라. 나 성질 더러워서 시집 못 갈 거라고 했지만 당신들보다 일찍 갔다. 남자가 성질 내면 카리스마고 여자가 성질 내면 인격 파탄자인가. 나도 카리스마 넘치는 여자다. 목사들, 당신 딸이 소중한 만큼 우리 아빠 딸인 나도 소중하다. 나도 우리 집 공주다. 목사들, 앉아서 맨날 영화 보고 게임하고 축구나 족구만 한다. 그리고 성질은 성질대로 부리고 밑에 전도사들 다 시키는데, 나도 그런 거 잘한다. 그리고 전임 페이 주면 더 잘한다. 저쪽과 같은 값이면 내가 5만 원 덜 받겠으니 나를 쓰라. 목사 안수를 네가 어떻게 받느냐고 하기에 그냥 초교파에서 받아 오겠다고 했더니 놀라더라. 받을 생각도 없었지만, 당황하는 얼굴 보니 한 번 해 볼까 생각했다. 내가 소명을 발견하게 한 것 감사하다.

총신대 신대원 여동문회는 매년 9월 총회 때 피켓 시위를 벌인다. 그러나 대다수 총대는 이들을 외면하고 지나간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총신대 여동문회는 설문 결과를 총회 여성사역자지위향상및사역개발위원회(여성위원회)에 올해 6월 제출했다. 여동문회는 "여성 사역자들이 예장합동에서 가장 힘들다고 느끼는 것은 여성 사역자에 대한 차별과 남성의 권위주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교단에 가장 바라는 것은 여성 안수와 강도권을 포함한 공평한 기회 제공이다. 남녀평등의 가치관을 초등학교부터 교육받고 자란 지금 세대 여성 사역자들은, 현재 교회에서 여성 사역자의 지위를 차별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런 차별을 없애 주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교단이 제도적으로 여성 사역자들 처우를 보장해 줘야 하지만, 발걸음은 더디다. 올해 9월 열린 103회 총회에서 여성위원회는 △여성 전도사 각 노회에 소속 △한 교회 20년 이상 시무할 경우 공로전도사 예우 △여성 사역자 65세 정년제 실시 △GMS(총회세계선교회) 독신 여성 선교사, 홀사모 선교사 성례권 계속 시행을 청원했는데, 총회는 이 가운데 여성 선교사 성례권만 부여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각 노회·교회 형편에 따라 실시하도록 했다.

여성위원회는 당초 1년짜리 한시적 특별위원회였는데, 올해 1년간 활동이 연장됐다. 103회기에는 여성사역자지위향상·여성군선교사파송및사역개발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교단 내 여성 사역자 지위 향상을 논하는 위원회도 남성 목사·장로 총 5인으로 구성됐다.

올해 위원으로 배정된 한 목사는 10월 3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다음 주 월요일(11월 5일)에 모여 전체 회의 열고 조직을 구성한다. 이후 구체적 로드맵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1년 동안, 특히 군 선교 현장에 여성 사역자를 보내기 위해서는 군목, 즉 목사 안수를 줘야 하는 만큼 이들에 대한 제한적 목사 안수를 허용할 것인지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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