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경기도 양주의 한 공공 기관에서 진행하는 '이슬람 문화 강좌'를 막기 위해 보수 개신교인들이 조직적 항의에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강좌는 11월 초부터 12월 초까지 이희수 교수(한양대 문화인류학)가 총 네 번에 걸쳐 진행한다.

<한겨레>가 가짜 뉴스 유통 채널 중 하나로 지목한 네이버 블로그 'GMW연합'은 10월 23일, 이 강좌에 반대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관공서에서 특정 종교 문화 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의 원칙을 어기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내용이다.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대표 주요셉 목사도 2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비슷한 내용으로 글을 올렸다. '항의 방법'이라며 행사를 주최하는 기관의 전화번호도 함께 적었다. 주 목사는 "강사 이희수 교수가 타끼야 교리로 문화적 지하드를 하는 것"이라며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 기관이 특정 종교를 홍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게시물에는 "이슬람 돈을 처먹었다", "벼락을 맞아야 정신 차린다"와 같은 원색적 비난이 담긴 댓글도 달렸다.

주요셉 목사는 29일에도 이 강좌를 저지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희수 교수를 앞세워 대한민국을 이슬람화하려는 음모를 규탄한다. 공공 기관에서 알라와 하나님이 같다고 거짓말하는 사람을 불러 이슬람 교육을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나"라고 적었다. 주 목사는 과거 이희수 교수를 불러 강연을 진행했던 단체 목록을 올리며 공공 기관의 이슬람 편향 홍보를 저지해야 한다고도 썼다.

GMW연합은 게시글에서 "관공서에서 특정 종교 이해를 돕기 위해 교육하는 것은 정교분리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네이버 블로그 갈무리

실제로 강좌를 기획한 기관에 개신교인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행사 담당자는 10월 3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업무가 힘들 정도로 항의 전화가 많이 왔다. 통화하다 보니, 이슬람에 대한 거부감이 큰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민이나 다문화 문제도 연관 지어 말했다. 이슬람을 편파적으로 홍보하는 강의도 아니고, 공공 기관에서 특정 종교를 홍보할 수 없다고 일일이 답변했다"고 말했다.

"세금 받고 그따위 식으로 하냐"는 막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전화를 끊는 사람도 있어서 놀랐다.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막무가내식으로 매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 기관이 특정 종교를 홍보한다'고 항의하셨는데, 그 항의 때문에 세금으로 운영하는 기관 업무가 힘들어졌다. 접근 방법이 옳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문화 강좌'를 꾸준히 열어 왔다. 지금까지 한국사·세계사 등 여러 역사와 문화를 다양하게 다뤘다. 사회적으로 '이슬람' 하면 'IS'나 '테러' 등 좋지 않은 인식을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이슬람을 바르게 이해하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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