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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자 돕는 교회 아니라 '가난한 교회' 돼야"

[인터뷰] 생명평화마당 작은교회아카데미위원장 이정배 교수

최승현 기자   기사승인 2018.10.29  15: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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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생명평화마당(생평마당·공동대표 한경호·방인성·조헌정)은 지난해까지 총 5차례 '작은 교회 박람회(한마당)'를 개최했다. 단순히 규모가 작고 환경이 열악한 개척교회들을 돕는 모임이 아니라, 특색과 비전을 품고 지역사회에 녹아들기 위해 고민하고 애쓰는 교회들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생평마당이 내건 기치는 탈성장·탈성직·탈성별이다. 성장주의를 배격하고, 목회자 중심주의를 타파하고, 한국교회 내 만연한 여성 혐오 정서를 바꾸는 것이 목표다. 지난 박람회를 통해, 생평마당은 이제 작은 교회들이 지역에서 스스로 연합하고 자생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생평마당은 올해부터 총 4회 커리큘럼의 '작은 교회 아카데미'를 시작한다. 작은 교회 운동을 하는 목회자·교인들 모임이기도 하면서, 재교육 프로그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첫 학기가 11월 12~14일 춘천 강촌 요한피정의집에서 열린다. <뉴스앤조이>는 10월 26일 아카데미 위원장 이정배 교수(감신대 은퇴)를 만나, 어떤 목표를 내세우고 아카데미를 시작하는지 물어봤다.

이정배 교수는 작은 교회들이 지역별로 연합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아카데미를 시작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아카데미 소개에 앞서 생평마당이 추구하는 '작은 교회 운동'에 대해 설명해 달라.

작은 교회는 초대교회 특징을 지녀야 한다. 초대교회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다양성이다. 초대교회는 일반적으로 로마제국 국교화 전 공동체를 일컫는다. 이때는 성경의 정경화 과정 전이었기에 통용되는 복음서가 달랐다. 자체 텍스트를 갖고 모인 마가 공동체나 누가 공동체 등이 있었고, 마리아 공동체나 도마 공동체도 있었다.

저마다 특색이 있고 다양했다. 교회들 모습이 획일적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마리아복음서는 기독교가 가부장적으로 변해 가면서 외경으로 잊혔지만 여성 사제직을 강조한다. 도마복음서는 '차라리 한 마리 잃은 양이 되라'면서 교회의 제도화를 거부하고 있다.

다양성을 추구하면서도 이를 하나로 묶는 것이 있어야 한다. 나는 이를 '복음의 정치학'이라고 한다. 자본주의 제국의 양식과는 다른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껏 개신교를 이끌어 온 자산인 '오직 믿음'은 현재 자본주의에 먹혀 버린 상황이다. 교회의 축복 개념은 '물질'이 돼 버렸다. 세상에서 모든 것을 다 갖고, 죽어서도 천국 가려 한다. 생태와 같은 녹색 은총에 대한 관심은 없어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쓴 <복음의 기쁨>(CBCK)에서는 교회가 지녀야 할 가치를 '가난'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교황은 기독교가 두 갈래로 나뉘었지만, '가난'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가치만은 공유하자고 말한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교회가 아니라, 교회 스스로가 가난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마다 "초대교회로 돌아가자"고 하는데, 그러려면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니 슬로건은 내세워도 사실 목사 중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생명평화마당은 지난해까지 전국 작은 교회 운동을 하는 교회를 한데 모으는 한마당을 총 5회 열었다. 올해부터는 지역 교회끼리 뭉쳐 자생하게 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생평마당은 지난해까지 박람회 형식으로 작은 교회들을 소개했다. 올해는 박람회를 열지 않고 대신 아카데미를 개최한다. 이유는 무엇인가.

'작은 교회 한마당'은 올해부터 지역 단위로 개최한다. 더 이상 서울에서 열지 않는다. 지역 단위로 운동이 이뤄지게 하자는 취지다. 올해 인천과 부천에서 작은 교회 한마당을 열었다. 내년에 부산과 광주에서 열기 위해 준비 중이다.

지난 다섯 번에 걸친 작은 교회 박람회(한마당)를 되돌아보며, 참여한 교회들을 서로 연결해 주지 못했다는 점을 반성했다. 작은 교회 아카데미는 순전히 이론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다. 같이 먹고 즐기면서 '나 혼자' 작은 교회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식을 만들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아카데미에서는 참가자들과 강사진이 2박 3일을 오롯이 같이 보낸다.

목회자만 오지 말고 교인도 같이 오면 좋겠다. 신학생들 참여도 환영한다. 고양이에서 머물지 않고 호랑이가 되고 싶은 신학생들도 찾고 있다. 아카데미가 지역 단위로 작은 교회들을 모으고 작은 교회 운동을 활성화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 학기 충분한 기간을 두지 못하고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하는 점은 아쉽다. 작은 교회를 꿈꾸는 목회자 중 상당수가 투잡, 쓰리잡을 해서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 '탈성장'을 주제로 다룬 책 4권과 함께한다. 강의마다 교재로 쓸 책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한 것인가.

하나님께서 세상을 통해 교회에 말씀하시는 것들이 있지만, 교회가 듣지 않는다. 이런 모습을 극복해야 한다. 교회를 뒤흔드는 귀한 책들을 읽고, 복음과 연결해 해석하고 가르쳐야 한다. 탈성장·탈성직·탈성별을 주제로 우리 시대를 이끄는 화두와 같은 책들이 무엇이 있는지 찾았다. 이 책을 통해 하나님이 교회에 하시는 말을 듣는다면 한국교회가 폐쇄적인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나는 탈성장을 주제로 한 이번 아카데미에서, 지난해 생평마당이 펴낸 <한국적 작은 교회론>(대한기독교서회)을 소개한다. 저자 16명이 함께 쓴 이 책은 현재 한국에서 어떤 교회가 희망과 대안이 되는지에 대한 고민과 구체적 모델이 담겼다.

이어 박득훈 사회선교사(광교산울교회)는 하비 콕스의 <신이 된 시장>(문예출판사)을 텍스트로 강의한다. 종교가 어떻게 시장화했는지 조직신학적으로 접근할 것이다.

이은선 교수(세종대 은퇴)가 맡을 <거대한 전환>(길)을 쓴 칼 폴라니는 우리 시대 철학과 경제학뿐 아니라 종교까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묻는다.

<성장을 멈춰라>(미토)를 쓴 이반 일리치는 시대를 앞서 탈성장을 주장했던 사람으로, 오세욱 목사(가온교회)가 소개한다.

공동체 생활을 몸소 경험한 조현 기자(<한겨레>)의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휴)는, 현재 공동체를 이끄는 최철호 목사(밝은누리)와 김종일 목사(동네작은교회)가 안내할 것이다.

아카데미에서는 11월 첫 학기에서 '탈성장'을 주제로 공부한 후, 내년에 진행될 2학기, 3학기에는 '탈성직'과 '탈성별'을 공부한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탈성장 이후 주제는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가.

첫 번째 학기를 마치면, 내년에 열릴 다음 학기에서는 '탈성직'을 주제로 평신도 신학자들 이야기를 듣는다. 목회자도 평신도와 함께 수행자의 길을 걸어야 한다. 수행은 기독교의 오래된 전통인데 이를 간과해 왔다. 함석헌의 씨알 사상, 존 캅의 평신도 신학, 양희송 대표의 <세속성자> 등을 공부하려 한다.

그 다음 학기 주제는 '탈성별'이다. 로즈마리 류터, 한나 아렌트, 주디스 버틀러, 엘리자베스 피오렌자 등 여성신학자·철학자들 사상을 공부하고, 여성 공동체 지도자들 이야기를 들을 계획을 갖고 있다. 남성 중심 문화를 어떻게 탈피하고 전환할 수 있을지 고민할 것이다.

- 향후 계획과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이 모임에 참석한 교회들이 저마다 '작은 교회'라는 말을 한번씩 쓰면 좋겠다. 이를테면 자신의 교회를 'XX작은교회'라고 불러 보는 것이다. 기성 교단에 속해 있겠지만 일종의 더블 멤버십을 주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이 안에서 우리끼리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보자는 꿈도 갖고 있다.

이런 운동을 편의상 복음주의권과 에큐메니컬로 분류되는 양 진영이 함께한다는 것도 의의가 있다. 에큐메니컬 정신을 구현한다고 하면서 복음주의권을 배제한다면 그게 무슨 에큐메니컬이겠는가. 이 안에 들어온 사람들은 스스로 보수·진보, 복음주의·에큐메니컬로 소속을 구분하지 않고, 생명과 평화로 하나가 된다. 난민 문제라든지, 세월호 문제를 바라보는 가치관에서 하나로 모아진다. 이러한 흐름이 작은 교회 운동을 통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이번 아카데미는 선착순 40명을 모집한다. 참가비는 10만 원이며, 등록을 원하는 사람은 신청서를 온라인으로 작성한 후 계좌[(국민은행)702301-00-007759 예금주: 생명평화마당]로 입금하면 된다.

온라인 신청 방법과 자세한 일정은 이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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