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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가 동성 결혼 주례 거부해 감옥 갔다고?

한겨레가짜뉴스피해자모임 동성애 관련 해명 분석⑪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8.10.25  18: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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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가 목사인 나에게 와서 '주례해 주십시오' 요청할 때 '못 한다'고 하면 고발한다. 그러면 많은 벌금을 물어야 한다. 감옥에 가야 한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악법이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10월 21일, 광주 퀴어 문화 축제를 반대하는 기도회에서 무등교회 이원재 원로목사가 한 말이다. 한국교회에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자가 목사에게 결혼식 주례를 부탁했을 때 거절하면 벌금을 물거나 투옥될 수 있다는 '허위 정보'가 만연해 있다.

이 같은 허위 정보는 미국에서 발생한 일에 바탕을 둔다. 에스더기도운동본부 이용희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았던 서울시민인권헌장동성애합법화반대시민연합이 2014년 10월 30일 <국민일보 미션라이프>에 게재한 '목사님! 동성애자 결혼 주례하실 건가요?"라는 전면 광고에도 이 사례가 등장한다.

"美 동성 커플 주례 거부, 180일 감옥형과 매일 1000달러씩 벌금. 미국 아이다호주는 목사가 동성 결혼 주례를 하든지 아니면 감옥에 가라고 판결했다. 금요일에 동성 커플이 냅 목사 부부에게 주례를 부탁하러 왔다. 냅 목사는 정중히 거절했다. 냅 목사 부부는 이제 180일의 감옥형과 매일 1000달러씩의 벌금을 그들이 동성 결혼을 주례해 줄 때까지 물게 되었다."

이용희 대표는 동일한 내용의 글을 2014년 10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올렸다. 이는 한국교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할 때 내세우는 대표적 사례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한국에도 동일한 일이 발생할 것이라며 공포를 조장한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기독교에 적대적인 동성애자가 목사들을 감옥에 보내기 위해 이 법을 악용할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2014년 10월 30일 <국민일보 미션라이프>에 등장한 광고의 일부. 냅 목사 부부의 사례가 1번으로 실렸다. 광고 갈무리

하지만 이 주장 역시 일부만 맞고 일부는 틀렸다. 한겨레가짜뉴스피해자모임(한가모)은 블로그에 올린 '동성애 관련 한겨레신문 가짜 뉴스의 진실'에서 이것이 전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먼저 한가모가 올린 해명 부분을 보자.

11. 동성애 커플 주례 거부 목사 징역형

크리스천투데이 2014.10.21.일 자 보도에 따르면, 2014년 아이다호주의 사건으로서 "60세인 목사 부부는 동성결혼식 주례를 서든지, 이를 거부하고 180일간 투옥 및 1,000달러의 벌금 납부를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라고 하였다.

* 출처:
http://www.christiantoday.co.kr/news/275751
http://www.foxnews.com/opinion/2014/10/20/city-threatens-to-arrest-ministers-who-refuse-to-perform-same-sex-weddings.html?fbclid=IwAR1uMEnLbwscsCumnZg4CdZIStHMwMy04o6vhQ1eygQA0vR5_veVhomwfps
(냅 목사 부부가 1심에서 징역 180일과 벌금 1,000달러 선고받았고 2심에서 무죄가 되었다는 내용은 와전되어 잘못된 내용이다. 고소장에 의하면, 징역 180일과 벌금 1,000달러가 부과되었지만, 냅 목사 부부가 재판에서 승소하여 무죄가 되었다.)

한가모가 올린 기사는 한국 <크리스천투데이>와 미국 폭스 뉴스 기사다. 아이다호주 냅 목사 부부가 동성 결혼을 주례할 수 없다고 했는데, 계속 이렇게 주장할 경우 벌금을 내거나 투옥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냅 목사 사건은 미국 언론에 많이 보도됐다. 여러 기사를 살펴보면, 사건의 쟁점은 한가모가 주장하는 것처럼 "목사 부부가 동성 결혼을 거부해 투옥될 위기에 처했다"가 아니다. 냅 목사 부부가 운영하는 웨딩홀이 '공공장소'인지 '종교 기관'인지가 법적 쟁점이었다.

이 사건은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2014년 일어난 일이다. 도널드 냅과 이블린 냅 부부는 둘 다 목사이면서 '웨딩 채플'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운영하는 '히칭포스트채플'은 교회가 아니라, 교회 모습을 한 예식장이다. 이 부부는 예배당 모습으로 예식장을 꾸미고 임대업을 했다. 꼭 기독교인만 대상으로 하는 건 아니었다. 홈페이지에 "'히칭포스트'는 다른 종교의 결혼식이나 일반 결혼식도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이 문구는 지금은 삭제된 상태다.

냅 목사 부부가 운영하는 히칭포스트채플 홈페이지. 이곳은 교회가 아닌 웨딩홀이다. 홈페이지 갈무리

냅 부부가 살고 있는 아이다호주는 2014년 10월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2013년부터 동성 결혼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2014년 5월 동성 결혼을 금지한 아이다호주 헌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해 10월 15일, 동성 커플 100여 쌍이 결혼 증명서를 발급받으면서 동성 결혼이 공식 인정됐다.

논란은 오히려 냅 부부가 아이다호주 커들레인(Coeur d'Alene)시市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두 차례 동성 결혼식을 거절한 적이 있는데, 시가 이를 강요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커들레인시는 우리가 동성 결혼식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아이다호주 차별금지법 위반으로 감옥에 갈 수도 있고 고액의 벌금을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냅 부부는 기독교 근본주의 성향 법률 단체 '자유수호연맹'(Alliance Defending Freedom·ADF)과 함께 커들레인시가 '자유로운 종교적 행위'를 보장하지 않는다며 소를 제기했다. 하이포스트채플은 '종교법인'이기 때문에 동성 결혼을 반대할 수 있는 예외 기관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내용이다.

이들이 운영하던 웨딩 채플은 원래 일반 사업체였다. 동성 결혼이 합법화하기 며칠 전, 냅 목사 부부는 이를 '종교법인'으로 바꿨다. 그리고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결혼이 '남과 여 사이의 결합'이라고 믿는 만큼, 동성 결혼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한국교회와 여러 근본주의 성향 미국 기독교 인터넷 사이트에서 주장하는 "징역 180일과 벌금 1000달러"는 ADF가 배포한 보도 자료에 써 있는 내용이다. 하이포스트채플을 종교법인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동성 결혼식을 계속 받아들이지 않을 때 이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 것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냅 부부는 180일 징역형에 처하지도 1000달러의 벌금을 물지도 않았다. 한가모가 수정 주장한 것처럼, 이런 형량이 부과되지도 않았다. 동성 결혼이 합법화하기 며칠 전 '종교법인'으로 전환한 것이 인정돼, 예외로 적용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시 당국은 히칭포스트채플이 아이다호주의 반차별법에서 정하는 '공공장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냅 목사 부부(왼쪽)는 신앙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히칭포스트채플에서 동성 결혼을 열 수 없다고 밝혔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 사건은 흔히 상상하는 것처럼 평범한 교회에서 목회를 하는 이들에게 동성애자 커플이 찾아가 주례를 요청한 게 아니다. 원래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예식장 대여 사업을 하던 목사 부부가 동성애자들을 차별하기 위해 종교법인으로 형태를 바꾸고, '신앙 양심의 자유'를 내세워 먼저 시를 고소한 게 핵심이다.

예외를 적용받게 됐음에도, 냅 부부는 2015년 시를 상대로 또 다른 소송을 진행했다. 냅 부부는 2014년 10월 8일부터 동성 결혼이 합법화한 14일까지, 시가 동성 결혼을 강요한다며 예식장 문을 스스로 닫은 적이 있다. 자발적으로 영업을 하지 않은 것이지만, 당시 발생한 금전적 손해를 시가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로 소를 제기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2016년 5월, 아이다호주 연방법원은 시가 냅 부부에게 1000달러 1센트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여러 날 중 동성 결혼이 합법화한 10월 14일만 인정했다. ADF는 시가 냅 부부의 권리를 침해한 사실을 법원이 인정한 셈이라며 냅 부부의 승리라고 자축했다.

사건 전체 맥락은 이렇다. 냅 부부는 목회하던 사람들도 아니었고 실제로 벌금을 낸 적도 없다. 오히려 시에서 손해배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한국에서 "동성 결혼 주례 거부하면 벌금 내고 감옥 간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에스더와 반동성애 활동가들은 이번에도 정보를 취사선택해, 자신들 입맛에 맞는 이야기로 바꿔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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