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민중앙교회를 세운 이재록 목사가 여성 교인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미투'로 시작된 이번 사건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정작 만민중앙교회는 조용합니다. 한 피해자는 "만민중앙교회는 마치 북한과 같은 집단이다"고 말했습니다. 여전히 가해자 이 목사를 하나님·성령으로 떠받들면서 피해자들을 매도하고 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지난 한 달간 이번 사건 피해자들과 탈퇴자, 아직 교회를 다니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이들에게서 이재록 목사는 누구인지, 만민중앙교회는 어떤 곳인지 들어 봤습니다. - 기자 주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황성식 씨(가명)는 어렸을 때부터 가족과 함께 만민중앙교회에 다녔다. 평범했던 그에게 2014년경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교회에서 '사역자'로 헌신하던 친구들이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았다. 누구보다 교회 활동에 열심이었고 나갈 만한 이유도 없었는데 홀연히 자취를 감춘 것이다. 그보다 더 이상해 보이는 건 교회였다. 사역자들 거취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얼마 뒤 교회 한 모임에서 "(사역자들이) 믿음이 연약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교회를 나갔다", "세상이 좋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올해 4월 10일, 이재록 목사의 성폭행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도 비슷한 이야기가 교회에 나돌았다. 황 씨는 10월 7일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교회 한 모임에서 성폭행 피해자들을 향해 '당회장을 배신한 죄인들', '서원을 지키지 못한 죄인들', '간음을 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들을 향한 2차 가해와 음해가 지속되는 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만민중앙교회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조직적으로 교인들을 통제해 왔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재록 목사 성폭행 사건에 대한 교회의 대처도 항상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식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피해자 A는 "열심히 하던 자매들이 나갈 때마다 왜 나가는지 의문이 들었다. 교회에서는 구체적 설명 없이 '쟤는 남자와 문란한 관계였다', '루시퍼에게 씌였다', '저주받아 구원도 못 받는다'는 식의 비난이 일었다"고 말했다. 피해자 B는 "폐결핵으로 죽은 친구가 있는데, 교회에서는 '이재록 목사가 찾아갔는데 방 안으로 인도하지 않아서', '교만해서 죽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했다.

이번 사건 피해자들도 같은 경험을 했다. 피해자 C는 "내가 '임신해서 낙태했다', '신천지에 빠졌다'고 하더라. 심지어 '교회 근처 땅 밟지 말라'는 문자메시지도 받았다"고 말했다. 피해자 D는 "'본인이 의롭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제발 나갈 거면 조용히 나가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했다.

피해자들을 음해하는 발언은 만민중앙교회에서 '머리급'으로 통하는 고위 관계자 입에서도 나왔다. 이재록 목사 성폭행 보도 직후 논란이 일자, 한 부목사는 교회 내 모임에서 피해자들을 싸잡아 매도했다.

그는 "교회 나간 여자 조사해 보니까, 카드 내역에 모텔 간 것만 있고, 약 먹고, 난잡하다. 폄하하려는 건 아니지만, 여러분은 알고 있으라는 거다. OOO가 병원 갔는데 성병 걸려서 간 거다. OOO도 성병 걸리고"라고 말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이 말을 한 부목사는 "피해자가 교회에 7억 원을 요구하고 벌을 받아 암에 걸렸다"는 등 허위 사실을 유포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이 경험한 만민중앙교회는 누구 하나 없어져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곳이었다. 오랫동안 동고동락해 온 동료·친구의 신상에 변화가 있으면 연락을 취할 법도 한데, 안부 전화 한 통 없었다.

피해자들은 교인들이 교회의 지시를 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A는 "이재록을 고소했다는 이유로 나는 교회에서 문란한 사람이 됐다. 교인들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빨리 깨닫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C는 "어렸을 때부터 함께한 친구들이 자꾸 생각난다. 아직 그곳에 친구들이 있다는 게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TV·인터넷 통제 "카톡방·밴드·문자 등
보고 듣고 말하고 전하고 판단하는 건 큰 죄
목자 안 좋게 생각하는 건 '성령 훼방 죄'"
피해자들 "실체 아는 사람 많지 않을 것"

만민중앙교회는 교회 안에서 굵직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발 빠르게 대응해 왔다. 대부분의 교인은 교회가 발표한 사실을 그대로 믿고 따랐다. 역시 어렸을 때부터 신앙생활을 해 온 김준경 씨(가명)는 "이번 사건이 터졌을 때 교회 안에서 (피해자) A가 '몇 억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 그런 줄 알았다. 우연히 포털 사이트에서 (성폭행) 기사를 봤는데, 편파 보도라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 씨는 교회에서 TV나 인터넷을 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실체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피해자 C도 교회의 조직적 대응을 두고 "만민은 마치 하나의 나라 같다"고 표현했다.

실제 만민중앙교회는 이재록 목사의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직후 조직적으로 교인들을 관리해 왔다. 문자메시지와 각종 안내문을 통해 동요를 최소화했다.

"*광고드립니다. 오늘 오후 8시 뉴스에 우리 교회에 대한 잘못된 기사가 한 번 더 나가게 되는 상황입니다. 우리 청년 회원들은 절대 방송을 보지도 듣지도 마시기 바라며, 수요 예배, 다니엘 철야 등 우리가 있어야 할 곳에서 더 최선을 다해 계셔 주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만민의 양 떼여.'" (청년선교회, 4월 11일)

"교역자 회장님 공지입니다. 톡이나 문자를 우리 성도님들이 보질 않아서 직접 전화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모르는 번호 전화는 받지 마시고 혹시 받았다면 목소리를 분별해서 바로 끊어 주시라고 합니다." (교역자 회장, 4월 17일)

"성도님들은 단체 카톡방, 밴드, 문자 등을 보거나, 말하고, 전하지 않도록 삼가 주길 권고드립니다. 진리가 아닌 것을 보고 듣고 말하고 전하고 판단하는 것은 큰 죄라고 목자님께서 가르쳐 주셨습니다. 성도님들에게 필요한 공지 사항은 교회 비서실과 기획실에서 공식적으로 알려 드리고 있사오니 개인적인 SNS를 차단하시어 오해와 혼란스러움을 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획실 8월 12일)

"성도님들께서는 개인적으로 문자나 카톡을 통해 교회나 성도님들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교회대책위원회에서는 현재까지 진행된 이런 유포 사실에 대하여는 징계위원회를 통해 '권면' 또는 '주의 조치'를 요청할 예정입니다." (교회대책위원회, 10월 17일 공지)

교회 측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TV와 인터넷을 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만민중앙교회는 1999년 5월, MBC PD수첩 방송 문제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5월 11일 방송 날 만민중앙교회 교인 200여 명이 MBC 사옥으로 진입했고, 방송은 시작 5분 만에 중단됐다. PD수첩은 다음 날 방송을 다시 내보냈다. 이재록 목사와 관련한 이단 의혹, 도박, 불법 건축, 헌금 강요 등을 다뤘다.

당시 만민중앙교회가 지금과 비슷한 방식으로 교인들을 통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준경 씨는 "그때도 교회에서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라'고 했다. 목자를 안 좋게 생각하는 것은 성령 훼방 죄에 해당하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했다. 지옥에 가도 유황불에 들어간다고 하니 TV를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해자 C도 "당시 교회는 'PD수첩을 보는 것만으로도 죄'라고 했다. 그래서 아예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회 측 "TV·인터넷 사용 절제 권고일 뿐
'통제'라는 표현은 잘못
'탈퇴자 접촉 말라' 광고·설교한 적 없어"

만민중앙교회 측은, 교인들을 조직적으로 통제하거나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교인들을 조직적으로 통제하고 외려 피해자들을 비난했다는 제보자들 주장에 대해, 만민중앙교회 측은 "그런 일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만민중앙교회는 10월 20일 <뉴스앤조이>의 질문에 서면으로 응답했다.

교회 측은 "요한1서 2:15에 '이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하지 말라 누구든지 세상을 사랑하면 아버지의 사랑이 그 안에 있지 아니하니' 말씀대로, 세상적인 TV와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을 절제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지극히 성경적인 가르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뉴스와 교양 등 유익을 주는 TV와 인터넷이라면 사용하지 못할 게 없다. 통제라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다. 그런 일이 없다"고 했다.

탈퇴자와 연락을 주고받거나 접촉하지 말라고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교회 측은 "교회에서는 공식적으로 그런 설교나 광고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입힌 부목사의 발언이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다. 교회 측은 "교회를 떠나든 안 떠나든 하나님 말씀대로 살지 못하고 죄를 범하는 사람에게 질병이 찾아올 수 있다. 어떠한 질병이라도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긍휼을 구하면 성령의 역사 가운데 치료받을 수 있다"고 했다.

성폭행 피해자가 여러 명에 달하지만 교회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오히려 이런 주장을 펼치는 피해자와 탈퇴자를 매도해 오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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