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피터슨은 오랜 목회 경험을 바탕으로 '삶의 영성'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를 전달하는 데 평생을 보냈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이미지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일상에서의 영성이 무엇인지 일관되게 제시해 온 영성신학자 유진 피터슨(Eugene Peterson)이 10월 22일(현지 시각) 별세했다. 향년 85세. 피터슨의 가족은 출판사를 통해 <크리스채너티투데이>에 발표한 입장문에서, 피터슨의 마지막 말이 "렛츠 고"(Let's go)였다고 밝혔다. 심부전·치매 등으로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했다고 알려진 지 일주일 만이다.

유진 피터슨을 수식하는 여러 직함이 있지만 그는 '목사'였고 목사로 기억되길 원했다. 오순절 계통 교회에서 자란 그는 미국장로교회(PCUSA)에서 안수받은 뒤 1963년, 메릴랜드주 벨에어에 예수우리왕장로교회를 개척해 30년 넘게 섬겼다. 한 교회를 담임하는 목사이면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삶의 영성'이 무엇인지 글을 썼고,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크리스채너티투데이>는 이런 그를 가리켜 '목사들의 목사'라고 불렀다. 

피터슨은 목회할 때 경험을 바탕으로 성경을 현대인의 언어로 풀어내기 위해 고민해 온 성경학자이기도 했다. 이 고민을 안고 성경 원문을 번역해 오늘날의 일상 언어로 다시 쓴 <메시지>(복있는사람)가 대표작이다. 피터슨은 12년 만에 이 작업을 끝냈다. 일부 학계에서는 성경을 '다른 말'로 바꾼다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메시지>는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유진 피터슨은 여러 저서를 통해 한국교회에서도 존경받은 목회자이자 신학자였다. 영성과 제자도에 대해 쓴 <한길 가는 순례자>, 예레미야를 대중적으로 재해석한 <주와 함께 달려가리이다>,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 다윗을 조명한 <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이상, IVP) 등은 오랫동안 한국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유진 피터슨은 지난해 7월 동성 결혼과 관련해 우호적 입장을 밝혔다가 여론의 반발에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다. 소속 교단 PCUSA가 동성 결혼을 인정하기로 한 것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릴리전뉴스서비스> 기자의 질문에 "그것은 이미 논쟁이 끝난 문제이고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교회의 신실한 교인들이 동성 결혼 주례를 부탁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묻자 "YES"라고 답했다. 이후 동성 결혼을 부정적으로 보는 보수 복음주의권이 반발했고 불매운동 이야기까지 나왔다. 피터슨은 다음 날 <워싱턴포스트>에 입장문을 보내 자신의 발언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장례식은 몬태나주 칼리스펠시 제일장로교회에서 열리며 온라인으로 생중계될 예정이다. 날짜는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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