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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와 예수의 행동 양식은 달랐다"

'양심적 병역거부' 기독교적 이해 "대체 복무 넘어 '평화 복무' 제안해야"

장명성 기자   기사승인 2018.10.22  18: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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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가 진행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기독교적 이해를 위한 컨퍼런스'에는 2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헌법재판소가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이들을 위한 대체복무제 규정이 없는 병역법 5조 1항을 '헌법 불합치'로 결정한 이후, 보수 개신교계는 어김없이 우려의 반응을 보였다. 한국교회언론회와 한국기독교연합은 잇따라 논평을 내 "대체복무제는 군대 가기 싫은 이들의 도피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독교인이라면 무조건 병역을 이행해야 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평화'의 관점에서 병역을 거부해 온 기독교 전통도 있다. '기독교 평화주의'를 추구해 온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KAC·문선주 총무)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기독교적 이해를 돕고자 10월 20일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컨퍼런스를 열었다.

컨퍼런스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바라보는 다양한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스위스에서 병역을 거부하고 대체 복무 도입 운동을 벌인 사람, 신학자, 평화 운동가들이 패널로 참여했다. 참석자 20여 명은 4시간 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고 패널들 말에 귀를 기울였다. 컨퍼런스에 참여하기 위해 5시간을 달려왔다는 참석자도 있었다.

스위스 병역거부자 브루노 제게사 씨는 "군대와 예수의 행동 양식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고 병역을 거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스위스 병역거부자 브루노 제게사
"시민의 국가 기여, 병역에 국한하면 안 돼"

컨퍼런스는 패널들이 각각 발제한 후, 질의응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브루노 제게사 씨는 스위스 출신 양심적 병역거부자다. 15세에 메노나이트 교인이 된 그는 20세가 되던 해에 21주 과정의 스위스 신병 기초 교육을 받으며 '군대에서 배우는 것과 예수의 행동 방식은 모순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 깨달음은 이듬해 군대에서 날아온 소집 명령을 거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는 1972년, 병역 이행 거부를 이유로 3개월 징역형을 받아 수감 생활을 했다. 브루노 씨는 수감 생활을 하며 대체복무제 도입을 바라게 됐다고 했다. 그는 "만약 내게 아들이 생긴다면 나 같은 고민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대체복무제를 꿈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스위스 국민들은 1991년 국민투표에서 92%의 압도적인 비율로 대체복무제 도입에 찬성했다. 법 개정 절차를 거쳐 1996년 대체복무제가 시행됐다. 제게사 부부의 첫아들은 대체 복무로 병역을 대신했다. 브루노 씨는 "시민들이 자기 나라에 기여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기여가 병역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출소 이후 브루노 씨는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 갔다. 세계 인권의 날에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행사를 열고, 병역거부자들의 수감 생활에 주의를 기울였다. 이와 함께 다양한 정당의 정치인들,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 병역거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운동가가 됐다.

브루노 씨는 자신의 병역거부와 삶의 토대가 예수를 향한 믿음과 성서의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태복음 5-8장에 기록된 산상수훈과 로마서 12-14장 말씀은 '평화'를 꿈꾸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감신대 박충구 교수는 평화신학 관점에서 병역거부 운동을 조명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보수 개신교계 반대 주장, 17년 전과 똑같아
"여호와의증인만 병역거부하는 건 아냐,
대체 복무 공공성 띠어야"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기독교 윤리를 강의했던 박충구 교수는 개신교가 평화신학 관점에서 병역거부 운동을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종교는 항상 평화를 말하지만, 평화 안에 폭력이 내재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끊임없는 전쟁과 착취로 평화를 유지해 나갔던 로마제국을 예로 들었다.

"예수가 살았던 시대는 바로 팍스로마나(Pax Romana·로마의 평화)가 지속하던 시기다. 로마제국은 폭력으로 평화를 유지해 갔다. 예수는 로마제국 시대에 살면서 '내가 너희에게 평화를 준다', '세상의 평화와 나의 평화는 다르다'고 얘기했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가르쳤던 평화는 '폭력 없는 평화'다. 이 평화가 성서에 기록돼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당사자면서 병역거부 운동에 힘써 온 전쟁없는세상 이용석 활동가는 "대체복무제는 공공성을 띠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병역거부를 중심으로 반전운동·평화운동을 펼치는 시민단체 '전쟁없는세상' 이용석 활동가는 한국의 병역거부 역사와 대체복무제의 의의를 설명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당사자면서 병역거부 운동을 펼쳐 온 그는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사회가 변하고 있다. 사람들이 병역거부자 인권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불교 신자 오태양 씨가 공개적으로 병역거부를 선언한 2001년부터 '양심적 병역거부'는 하나의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이용석 활동가는 "한국 병역거부자 대부분이 여호와의증인이지만, 그들이 전부는 아니다. 종교적 이유에 국한되지 않는 사람도 많다. 해마다 4~5명이 다양한 이유로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있고, 그런 사람이 지금까지 70명에 이른다. 이들이 등장할 때마다 병역거부의 의미가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석 활동가는 보수 개신교인들의 주장이 17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보수 개신교인을 중심으로 한 병역거부 반대 주장을 들어 보면, 논의를 과거로 되돌리려는 것 같다. '군대 가는 사람은 비양심인가', '나라는 누가 지키나' 같은 말을 지금도 반복하고 있다. 토론하려는 게 아니라 진흙탕을 만들려는 목적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고 말했다.

이용석 활동가는 대체복무제 도입이 병역거부 운동의 끝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대체복무제를 어떻게 시행하느냐에 따라 사회 모습도 달라질 것이다. 대체 복무는 공공적 성격을 띠어야 한다. 사회 약자들을 도울 수 있는 영역에서 대체 복무가 실시된다면, 약자들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개척자들 송강호 박사는 교회에서 '평화'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개신교 평화운동 단체 '개척자들'의 송강호 박사는, 선택지가 없는 군역을 '평화 복무'와 '군 복무'로 이원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주장한 '평화 복무'에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체 복무 영역은 물론, IT·사이버 영역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문화·예술 영역에서 평화의 개념을 알리는 활동도 포함돼 있다.

송강호 박사는 군대에 대한 한국교회의 보수적 인식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많은 한국교회가 군 복무를 그리스도인의 명예로운 책무로 여기면서 입대자들을 축복하고 있다. 반면, 양심적 병역거부는 교회의 애국주의에 배치되고 여호와의증인 같은 이단을 이롭게 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교회가 '평화'를 가르치고 평화 복무를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평화는 그리스도 자신이자 모든 인류의 희망이다. 이 정신을 가지고 청년들이 대체 복무를 넘어 인류 공동체의 안전과 평화를 위한 자발적 봉사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의 불화와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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