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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빨리 막아 주세요!" 가로막힌 광주 퀴어 퍼레이드

지역 개신교인들 조직적 방해 "기도의 물맷돌 날려야"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8.10.21  19: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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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광주 퀴어 문화 축제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 5·18민주광장에서 열렸다. 경찰 벽을 뒤로 파란색 천막 부분이 현장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전남 지역 개신교인 수백 명이 광주에서 처음 열린 퀴어 퍼레이드를 가로막았다. 갑자기 길을 막아선 개신교인들 때문에 5·18민주광장, 금남로4가, 전남여고 앞을 돌아 다시 광장으로 오는 약 1.5Km의 퍼레이드는 반도 못 가 골목길로 빠져야 했다. 

광주 경찰은 축제 전날부터 안전하게 행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광장 주변에 울타리를 치고 인력을 최대한 배치했다. 행진이 시작된 뒤에도 추가로 병력을 배치해 참가자들과 반동성애 진영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으려 했다. 

하지만 행진을 시작한 뒤 약 200m 지점부터 길 곳곳에서 깃발을 든 반동성애 세력이 등장했다. "동성애 반대한다", "변태 축제 반대한다", "동성애 하면 에이즈 걸려"라고 외치는 이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늘어났다. 처음에는 길 한쪽에서만 깃발을 들고 경찰과 대치하더니, 인원이 늘어나자 바닥에 드러눕거나 행렬로 돌진하기도 했다. 곳곳에서 경찰의 손에 끌려 나가는 이들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강력하게 막아서던 경찰도 힘에 부치는 듯했다. 반동성애 진영 사람들을 가로막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 경찰은 결국 퍼레이드 행렬이 금남로4가 방향으로 계속 진행하는 대신 오른쪽으로 틀어 골목길로 향하게 했다. 반동성애 진영의 수가 늘어나면서 행진은 예정보다 훨씬 축소된 길이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행사 순서 중 하나인 퀴어 퍼레이드는 시작 후 얼마 안 가 멈춰야 했다. 개신교인들이 앞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행진을 가로막은 개신교인들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독소 조항 삭제 및 퀴어 축제 반대 국민대회'에 총동원된 전남 지역 교인들이었다. 퀴어 퍼레이드가 시작한 오후 3시경, 한참 찬양을 부르던 사람들 사이로 누군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퀴어 퍼레이드를 막기 위해 빨리 움직여 달라"고 외쳤다.

"조금 전 3시부터 카퍼레이드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지금 퀴어 퍼레이드를 한다고 하는데, 움직일 수 있는 분들은 움직여 주시기 바랍니다. 퀴어 퍼레이드가 계속 진행되면 안 됩니다. 그러니까 장로님들 빨리, 전부 나가시기 바랍니다. 젊은 사람들 빨리 일어나서 뒤로(퀴어 퍼레이드 쪽) 가 주세요. 움직여 주세요, 좀."

사회자 말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움직였다. 이 집회는 '국민대회'였지만 예배에 가까웠다. 찬양과 말씀, 설교, 통성기도 순으로 이어졌다. 참석자들도 대부분 교인이었다. 이미 광주 지역 교회들은 물론 전남 목포·여수·순천·광양 등지에서 집회 참석을 위해 오후 예배도 없앤다고 예고하고, 버스를 타고 현장을 찾은 교회가 수두룩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교회가 제일 큰 피해자가 될 거라는 발언도 여전히 나왔다. 사회를 맡은 광주기독교교단협의회 수석부회장 리종기 목사(빛과사랑의교회)는 "교회 문 닫게 되는 게 차별금지법이다. 공산주의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고 사이비·이단 나쁘다고 말하면 3000만 원 벌금 내거나 3년 징역 살아야 한다. 동성애도 마찬가지다. 신사참배보다 더 무섭다"고 말했다. 

설교를 맡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동성애대책위원장 고만호 목사(여수은파교회)는 "동성애가 온 나라를 삼키려고 하는데 교인들이 기도의 물맷돌을 날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 교인들이 다윗이고 동성애·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성평등 등을 골리앗에 비유하며 "동성애자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갖고 기도하자"고 했다. 

'퀴어 집회 반대 국민대회' 쪽에 서 있던 사람들이 경찰 저지선 너머로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집회가 끝난 뒤 개신교인들은 일제히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리는 5·18민주광장으로 향했다. 경찰의 1차 저지선을 이미 통과한 이들은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리는 현장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을 둘러싸고 "돌아가", "집에 가", "동성애를 반대한다" 등을 외치며 자리를 지켰다. 

10·20대 참여 두드러진
광주·전남 첫 퀴어 문화 축제 
"같은 성소수자 목격해 감격"

광주·전남 지역에서 처음 열린 퀴어 문화 축제에는 10·20대의 참여가 돋보였다. 이들은 부스마다 돌며 각종 굿즈를 둘러보고, 부스에서 마련한 코너에 참여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은 이날도 '프리 허그'를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성소수자부모모임에 참석한 광주 지역 회원은 "아무래도 학생들은 금전적으로나 시간상으로 여유가 없기 때문에 서울에서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린다 해도 갈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광주에서 처음 열리는 이 행사에 근처 소도시에 사는 성소수자 학생이 많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은 이날도 참석자들을 안아 주는 '프리 허그'를 진행했다. 

성소수자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그리스도인들의 모임 '무지개예수'와 대한성공회 길찾는교회도 광주 퀴어 문화 축제를 찾았다. 길찾는교회 자캐오 신부와 교인들은 현장에서 '거리 성찬식'을 열었다. 자캐오 신부는 "혐오와 차별에 앞장서는 교회만 있는 게 아니다. 사랑하고 연대하는 이들은 누구나 이 거리 성찬식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오늘 우리는 서로에게 축복이 되고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로 시작하는 기도문을 읽으며 성찬에 참여했다.

성소수자를 긍정하는 그리스도인의 모임 무지개예수, 성공회 길찾는교회도 축제에 참여해 거리 성찬식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축제에 참석한 성소수자 10대들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에서 열리는 퀴어 문화 축제가 중요하다고 했다. 자신을 고등학교 1학년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인터넷에서 나와 같은 성소수자가 존재하는 건 봤지만, 실제로 이렇게 많은 사람을 한곳에서 본 건 처음이다. 나 같은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생각에 기분도 좋고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한 참가자는, 가족 중 유일하게 교회를 다녔는데 이제 교회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교회에서 성소수자 관련해 하도 안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서 가면 마음이 불편하다. 성적 지향이 다를 뿐인데 사람 자체를 부정한다. 지금도 저렇게 방해하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저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대체 왜 그러는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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