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전신학대학교가 최근 동문 목회자 한 명에게 '졸업 취소'를 통보했다. 졸업한 지 10년이 지났는데 취소가 된 것이다. 졸업을 취소하는 일 자체가 흔하지 않은 데다가, 당사자가 평소 이사회와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형사 고발, 피켓 시위, 성명서 발표를 주도해 온 사람이어서 학교가 '보복 조치'를 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신일 목사(마당교회 전도목사)는 10월 8일, 학교에서 온 내용증명 우편물 한 통을 받았다. '김신일 씨 졸업 취소에 관한 내용 통보의 건'으로 시작하는 문서에는 "본교 신학대학원 신학과를 2008년 2월 15일에 졸업한 김신일 씨에 대하여 부정 학점 취득으로 인하여 대전신학대학교 학칙 시행세칙 47(성적 취소) 5항과 해당 위원회의 절차에 근거하여 본교 졸업을 취소하기로 결의했다"는 설명이 들어가 있었다.

김신일 목사에 따르면, 대전신대 신대원위원회는 김 목사가 10년 전 들었던 한 과목의 중간고사·기말고사 성적이 기재돼 있지 않다는 '익명의 제보'를 받아 조사에 착수했다. 학교는 김 목사에게 10년 전 해당 과목 성적 여부를 소명하라고 요구했다. 김 목사는 보복성 조치라고 생각해 응대하지 않았다. 그러자 학교가 자체적으로 회의를 열고 졸업을 취소한 것이다.

김신일 목사는 10월 17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학교 결정은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10년 전 한 과목에 대해 시험을 봤는지 리포트로 대체했는지 명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어떻게 소명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학교에서 소명을 요구하며 보내온 자료에는, 무슨 과목 성적이 어떻다는 둥 이번에 문제 된 과목과 상관없는 것까지 나열했다. 내 동의 없이 신대원위원들이 개인 정보를 열람한 것도 문제이고 불쾌하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당시 담당 김 아무개 교수와도 통화해 봤는데, 시험을 치고 점수를 부여했는지 리포트로 대체했는지 그 역시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와서 무슨 입증 자료가 있겠나. 졸업할 때 성적을 다 살펴보고 졸업장을 줬을 것 아닌가. 교수도 학교 측에 정상적으로 점수가 나갔다고 소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학교가 나를 표적으로 삼았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대전신대 이사회와 김신일 목사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김 목사는 대전신대 이사회가 총장과 특정 교수들의 편만 비호한다며 올해 초부터 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3월에는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김완식 이사장과 김명찬 총장을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경찰은 5월, 이 사건을 수사하며 대전신대를 압수 수색했다. 김신일 목사도 김명찬 총장에게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를 당해 수사받고 있는 상황이다.

김신일 목사는 학교가 규정도 잘못 적용했다고 말했다. 대전신학대학교가 졸업 취소 근거로 삼은 학칙 시행세칙 47조는 '학부' 학칙이라는 것이다. 실제 대전신대 홈페이지에서 학칙을 찾아보니, 학부와 신대원 학칙은 구분돼 있었다. 신대원 학칙 시행세칙 47조는 졸업 취소와 전혀 상관없는 규정이다. 그는 졸업 취소가 정당한 근거에 의해 이루어진 게 아닌 만큼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목사는 학교가 학부 학칙을 적용해 자신을 졸업 취소시켰다며 절차와 규정에 맞지 않는 '보복 조치'라고 반발했다. 사진 제공 김신일

대전신대 이사회 관계자는 10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신일 목사가) 출석은 한 것으로 돼 있는데, 중간고사·기말고사 성적만 공란이더라. 본인과 담당 교수도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다. 명백한 팩트"라고 말했다.

그는 "(김신일 목사는) 본인만 의인인 것처럼 잘났다고 팩트가 아닌 것까지 문제를 삼는 사람이다. 거기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한 것"이라며 "학교 동문으로서 얼마든지 학교에 대해 비판할 수 있지만, 학교에 해가 되는 쪽으로만 비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더 이상 (학교에 대한 비판을) 못하게 하려면 동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줘야겠다는 차원에서 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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