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신학 교육이 목회자 양성에만 집중해 있는 상황에 의문을 제기한 신학자들이 있었다. 성서한국 전국 대회에서 만난 강사와 운동가들은, 한국교회 개혁을 위해서는 목회자뿐 아니라 평신도가 신학을 알아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이들은 2010년 '하나님의 온 백성을 위한 교육'을 기치로 기독연구원느헤미야(느헤미야·김형원 원장)를 설립했다.

소수가 모여 시작한 평신도 교육이, 이제는 전국을 넘어 해외로 퍼져 나가고 있다. 강남·대전·부산 캠퍼스는 물론,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외에서 40여 명이 느헤미야의 교육을 수강한다. 5년 전부터는 목회자 양성을 위한 과정을 개설해 지금까지 두 기수가 수료했다. 900명에 이르는 든든한 개인 후원자도 생겼다.

느헤미야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9월, 사단법인을 만들기 위해 출자금 모금 소식을 알렸다. 김형원 원장은 이 같은 움직임을 "느헤미야가 이제 구멍가게에서 하나의 기업으로 변화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김 원장을 10월 16일 서울 동교동 느헤미야 본원에서 만나, 사단법인화와 현재 한국교회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교회의 핵심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김형원 원장을 10월 16일, 기독연구원느헤미야 본원에서 만났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 느헤미야가 사단법인화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가.

기독연구원느헤미야는 9년 전, 평신도를 대상으로 기독교학 입문 과정을 시작했다. 이어서 목회자 과정이 생기고, 전국과 해외로 확장하고 있다. 점점 틀이 넓어지는 과정에서 재정적 규모도 커지게 됐다. 개인 후원자만 900명에 가깝고, 교회·기관도 매달 후원금을 보내오고 있다. 회계나 재정 처리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만 진행하기 쉽지 않게 됐다.

그동안 법적으로 보면 느헤미야가 임의 단체에 가까웠는데, 좀 더 공신력을 가진 단체로 자리하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법인화를 추진하게 됐다. 구멍가게였던 느헤미야가 하나의 기업으로 변화하는 틀을 만든다고 보면 좋겠다.

종교 법인화에는 3억 원이라는 큰돈이 들어간다. 3억은 우리에게 당연히 큰 산이다. 틀을 갖춰야겠다는 고민은 오래전부터 해 왔지만, 재정적 문제 때문에 고심하고 있었다. 2~3년의 고민 끝에 더는 미루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모금을 시작했다. 연말까지 3억이 모이면, 올봄에 법인화 작업을 하고자 한다.

- 느헤미야가 9년간 신학 교육에 매진해 온 것과 별개로, 한국교회 상황이 나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듯하다. 교육자로서 지금 한국교회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공부가 필요하다. 교회마다 성경 공부 안 하는 곳은 없는데, 한국교회가 왜 이 모양일까. 성경뿐 아니라 신학도 공부해야 한다. 일반 교인들은 신학 공부가 필요 없다고 여기다. 하지만 성경을 공부하다 보면 신학적 질문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성경과 신학은 분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신학을 교육하고 공부하는 흐름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또 교회에 스며든 물질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물질주의가 너무 강력하다. 물질주의는 기본적으로 개인주의·쾌락주의·기복주의와 연결돼 있다. 그 핵심에는 돈이 있다. 이게 다뤄지지 않으면, 성경을 읽어도 읽고 싶은 대로 읽게 된다. 성경 속 제자도, 맘몬 신앙을 향한 경고, 섬기는 삶을 강조하는 이야기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성경을 왜곡하고 취사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기독연구원느헤미야는 평신도 대상 기독교학 과정과 목회학 연구 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 최근 '가짜 뉴스'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한국교회 안에 반지성주의가 극에 달했다는 평가가 많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생각하나.

교인들이 지나치게 순종적이다. 한국교회 교인들은, 하나님의 뜻이고 하나님이 원하신다고 생각하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든다. 물론 이걸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정말 순수하다. 중요한 가치이고 지켜 나가야 한다. 요즘 세상에 순수하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 많지 않은가.

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문제다. 목회자들이 성도들을 이용한다. 교인을 똑똑하게 만들면 목회자들이 힘들어지니까, 교회에서 신학을 가르치지 않는다. 교인들은 성경을 갖지도 읽지도 못하게 했던 중세시대 교회 모습과 유사하다.

- 이 같은 상황에서 교회 개혁의 불씨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면.

최근 공동체적 교회를 표방하고, 교인들 간 긴밀한 관계를 지향하는 교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규모가 작으니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한국교회 전체로 보면 분명히 이런 움직임이 있다. '선교적 교회'나 '마을 목회' 같은 이름으로 작은 교회들도 생겨나고 있다.

우리는 자꾸 대형 교회만 바라보게 되는데, 항상 밑바닥을 봐야 한다. 젊은 목회자 중에서도 바른 생각을 가진 목회자가 꽤 많다. 밑바닥의 이런 흐름을 지원하고 격려해 줄 필요가 있다. 세력은 얼마 안 되고 힘도 없지만, 겨자씨가 큰 나무를 이루는 것처럼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개혁의 싹을 틔우지 않겠나.

- 사단법인화를 통해 새로 시작하는 느헤미야가 앞으로 한국교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해 온 두 트랙, 평신도 교육과 목회자 양성을 충실히 해 나가는 것이 느헤미야의 역할이라고 본다. 교회도 그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 일반 교인과 목회자, 두 그룹이 온전하게 되어야 교회가 새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잘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느끼는 건, 이 두 그룹을 바르게 세우고,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5만 개가 넘는 한국교회를 전부 변화시킬 수는 없을 테지만, 'Think globally, Act locally'라고 하듯, 거창한 생각을 가지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부터 변화시키는 게 느헤미야의 정신이다. 하나둘씩 변화하다 보면, 한국교회가 썩어 무너지는 것을 막고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한다. 느헤미야가 교회를 새롭게 하는 데 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

기독연구원느헤미야 사단법인화를 위한 모금 참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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