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전용태·양인평 장로(여의도순복음교회)가 중심이 되어 시작한 로고스는 국내 유수의 로펌 중 하나로 꼽힌다.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법무법인(유) 로고스. 최근 '사법 농단' 주범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변호를 수임하면서 세간에 더욱 알려졌다. 로고스는 변호사 수가 100명이 넘는 국내 10위권 대형 로펌으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기독교 정신에 기반한 법무법인이다. 금융·특허·부동산·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기독교인들에게는 '종교 관련 로펌'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 태동도 그랬다. 2000년 9월 20일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기독 법조인 대형 로펌 떴다' 기사를 보면,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고 김준곤 목사(CCC), 고 이만신 목사(중앙성결교회), 최성규 목사(인천순복음교회) 등이 참석해 로고스의 출범을 축하했다. 조용기 목사는 "다양하고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기독교 법무법인체가 탄생한 것을 교계가 함께 축하한다"고 말했다.

로고스에는 종교 전담 팀이 있다. 이들은 이단과의 싸움이나 교회 분쟁 중재 및 법률 상담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로고스 홈페이지를 보면, 종교 전담 팀 한 변호사는 주요 업무 중 하나가 '교회 방위'로, 서울·경기 지역 교회 10여 개의 사건을 수임해 교회를 지키는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고 소개한다.

크리스천 변호사라면 약자를 대변하고 억울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줄 것 같지만, 지금까지 로고스가 수임한 사건들을 둘러보면 어째 사고 치는 대형 교회의 우군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문제 있는 교회와 목사들을 변호하며 내세운 논리는 더욱 기가 막히다. <뉴스앤조이>는 로고스가 수임했던 굵직한 교회 사건을 살펴봤다.

사랑의교회 공공 도로점용, 회계장부 열람
오정현 목사 위임 결의 무효 재판 방어
명성교회 세습 재판 변호인
비자금 보도 및 PD수첩 방송 막으려
조용기·김홍도 목사 횡령·배임 변호하기도

로고스가 변호를 맡은 대형 교회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는 로고스 소속 변호인을 자주 선임하는 교회 중 하나다. 사랑의교회는 서초 예배당 신축과 오정현 목사 논문 표절 이후 불거진 각종 소송 중 상당수를 로고스에 맡겼다. 사랑의교회 법조선교회에는 로고스 소속 변호사도 다수 포함돼 있다.

눈에 띄는 것은 2012년 공공 도로점용 허가 처분 무효 확인소송, 2013년 회계장부 열람 소송, 같은 해 오정현 목사 횡령 및 배임 고소 사건, 2015년 오 목사 위임 결의 무효 확인소송이다. 모두 교회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만한 중요한 사건들이다. 이 사건들에 전부 로고스가 관여했다.

공공 도로점용과 오 목사 위임 결의 무효 확인소송은 모두 1심과 2심에서 교회가 이겼으나, 공교롭게도 대법원이 두 사건을 모두 파기환송해 아직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오정현 목사 횡령 및 배임은 검찰 조사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으로 끝났다. 항고와 재정신청도 모두 기각됐다.

명성교회도 800억 비자금 관련 언론중재위, 형사소송, 방송 금지 가처분, 교단 재판 등 중요한 소송을 로고스에 맡겼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로고스는 명성교회도 자주 변호했다. 2014년 6월, 명성교회 비자금을 관리하던 박 아무개 장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명성교회는 이를 보도한 언론사들에 정정 보도를 요청했다. 당시 <뉴스앤조이>에도 기사 정정 및 손해배상 5억 원을 요구했다. 이때 로고스가 교회를 대리했다. 김삼환 목사가 최초 비자금 문제를 보도한 윤재석 씨와 <예장뉴스>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을 때도, 로고스가 법률 대리인을 맡았다.

명성교회 세습에도 관여했다. 로고스는 김하나 목사 청빙 무효 소송을 진행하는 총회 재판에서 서울동남노회 측 법률 대리인을 맡았다. 서울동남노회비대위가 불법으로 노회 임원이 된 최관섭 목사 등을 상대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을 때도, 최관섭 목사 측을 변호했다. 명성교회가 PD수첩의 비자금 문제 보도를 막기 위해 법원에 방송 금지 가처분을 제출했을 때도, 대리인이 로고스였다.

로고스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를 변호한 적도 있다. 2013년 검찰이 150억 원 배임 및 탈세 혐의로 조 목사를 기소했을 때 변호인으로 나섰다. 조 목사는 2014년 2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 원을 선고받았다. 그해 8월 2심에서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았다. 이 형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당시 로고스는 1심과 3심에서 조 목사를 변호했다.

로고스는 2003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횡령), 업무상 횡령, 업무상 배임, 건축법 위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금란교회 김홍도 원로목사도 변호했다. 김 목사는 1심에서 패소하자 변호인단을 다른 로펌으로 교체했다.

문제 있는 교회·목사 변호하면서
"외부 세력이 공격" 무리한 논리 펼쳐
"교인들은 회계장부 볼 권리 없다"
"비자금 조성은 상상할 수 없는 일"
법원에서 완전히 깨져

변호인 선임은 제아무리 흉악범이라도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다. 대형 교회도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는 만큼, 로고스가 이들의 변호를 맡았다는 것 자체로 비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소송 진행 중 로고스는 여러 번 수긍하기 어려운 논리를 폈다. 어떤 주장은 판결에서 완전히 반박되기도 했다.

로고스의 각종 서면을 보면, 전반적으로 건강한 교회와 목회자가 공격받고 있다는 논리를 세우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나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와 같이, 문제가 있는데도 이를 직시하지 않고 원인을 바깥으로 돌리다 보니 이상한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2014년 1월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가 사랑의교회 회계장부를 보여 달라며 소송을 걸자, 교회 측 대리인을 맡은 로고스는 "교인들은 장부를 볼 이유도 권리도 없다"고 주장했다. "헌금이라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신앙적 의무를 다한 것이고 더 이상 그 재물에 대한 권리를 가지지 않게 되는 것으로 (중략) 그 헌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오로지 담임목사를 비롯한 교회 집행부의 의사에 맡기는 것"이라고 했다.

로고스는 "경우에 따라서는 교회 자금을 개인적으로 착복하는 목사도 있을 수 있으나, 이 경우 하나님이 그에게 벌을 내릴 것이므로, 교인들은 굳이 교회 집행부가 헌금을 잘 관리하고 있는지 감시·감독할 의사도 없고 이를 위한 시스템 마련도 원치 않는다. 오히려 이는 기독교 교리상 교회 집행부 목사를 의심하는 처사로서 매우 불경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사랑의교회 교인들은 모두 재정 장부에 관심이 없는데, 일부 이탈 교인이 오정현 목사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교인이라면 누구나 교회 재정 장부를 볼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교회 공동의회는 교회의 예산 집행을 관리·감독할 권한이 있고, 그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교인들이 교회의 예산 집행 내역 등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회계장부를 열람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오정현 목사는 2017년 1월, 자신의 신대원 입학을 취소한 총신대를 상대로 '합격 무효 처분 무효 확인소송'을 걸었는데, 당시 소장의 내용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소송 대리인 로고스는 "규모가 국내 5위 이내인 교회 담임목사를 그 직위에서 끌어내리겠다는 발상 자체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이는 규모 때문이 아니라 파장 때문이다. 현재도 등록 교인 수가 10만 명에 이르고, 매 주일 출석 교인은 3만 5000명 수준으로 국내 3위 수준이라는 것이 교계 정설)"이라고 썼다.

사랑의교회는 도로점용 재판, 위임 결의 무효 재판, 총신대 합격 무효 처분 재판, 회계장부 열람 재판 등 중요 사건 상당수를 로고스에 맡겼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2015년 1월, 명성교회 박 장로 자살이 비자금 조성과 관련 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 언론사들을 상대로 정정 보도를 신청했을 때도 '외부의 공격' 프레임을 찾을 수 있다. 당시 로고스는 "교회 헌금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교회 헌금을 횡령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김삼환 목사와 명성교회가 큰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로고스는 김삼환 목사를 가리켜 "한평생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섬김과 나눔의 사역을 해 온 한국교회 대표적 리더로서 신망이 높다"며 "오랜 기간 쌓아 온 한국의 대표적 교회 및 목사로서의 명예와 신망은 이번 보도로 크게 훼손되어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었으며, 정상적인 목회 활동과 교회 운영에도 큰 지장이 초래되었고, 정신적으로도 큰 충격을 입었다"고 강조했다.

물론 김삼환 목사가 윤재석 씨와 <예장뉴스>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일부 이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소송 과정에서, 김삼환 목사는 교회 헌금으로 비자금 성격의 돈을 적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80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이월 적립금을 교인에게 공개하지 않은 채 조성해 온 것은 일반적인 교회 재정 운영의 모습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MBC PD수첩을 상대로 한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에서도, 로고스는 "허위 사실에 기초한 추측성 보도 내용이 그대로 방송된다면, 명성교회와 김삼환·김하나 목사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 분명하며, 이로 인하여 교회의 수만 명에 이르는 교인들의 명예가 훼손됨은 물론이고 신앙생활에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또 교회가 주관하는 다양한 사회적 공익 활동에까지 지장을 미쳐 그 피해의 여파가 심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법원은 이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고, 방송은 전파를 탔다.

김승규 변호사는 참여정부 시절 국정원장과 법무부장관을 역임했다. 사진은 2017년 4월 대선을 앞두고 김진표 의원과 대화하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초창기 대표였던 김승규 변호사
반동성애, 대체복무제 반대 등
보수 개신교에 영향력 행사

로고스를 이야기할 때, 초창기 대표를 맡았던 김승규 변호사(전 법무부장관·국정원장)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김승규 변호사는 반동성애 운동과 대체복무제 반대 운동에 앞장서는 보수 교계 인사로 활동해 오고 있다. 고위 관직에 오른 만큼 많은 목회자와 정치인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17년 4월, 대선을 앞두고 열린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주최 정책 발표회. 각 정당 국회의원은 김승규 변호사 앞에서 동성애와 동성혼 제정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다. 김진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현장에서 "방금 문재인 후보와 통화했다. 국가인권위원회를 헌법 기구로 격상하겠다는 건 문 후보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김승규 변호사는 2017년 9월 익산에서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하면 청년들이 여호와의증인으로 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보수 개신교가 지금도 대체복무제를 반대하며 주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한겨레>가 에스더기도운동본부를 가짜 뉴스 공장으로 지적하면서 드러난 '인터넷 사역자'도 언급했다. 2016년 <국민일보 미션라이프>기사를 보면, 김승규 변호사는 "5년 전 사이버 공간을 조사했더니 신천지는 별도의 막강한 동영상 제작팀이 있었고 불교에도 '인터넷 포교사'라는 이름으로 50여 명이 있었다. 천주교에도 인터넷 대응팀이 별도로 있었지만 개신교만 없다"며, "이로 인해 교회가 엄청난 손해를 봤다. 한국교회도 사이버상의 기독교 공격에 긴밀하게 대처할 대응팀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동성애대책협의회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는 2017년 4월 "국정원장과 법무부장관을 지낸 김승규 장로로부터 동성애와 이슬람 등 반기독교 세력들의 전략과 공격, 사상적 배후를 듣게 됐다. 교회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연합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한 바 있다.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도 기독자유당 창당 과정에서 김승규 변호사와 인연을 맺고, 그를 대리인으로 선임한 적이 있다. 전 목사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장성민 후보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대량 발송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올해 5월 법정 구속됐다. 전 목사는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지만 1개월 뒤 보석으로 풀려났고,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전 목사는 2심 선고 당시 "김승규 장로님이 신경 써 줘서 (판결이) 잘 나왔다"고 말했다.

변호인 선임, 권리인 건 맞지만… 
현직 크리스천 법률가들
"교회가 잘못 가면 막을 줄도 알아야"

현직 크리스천 변호사들은 로고스의 행보에 우려를 표했다. 크리스천 변호사라면, 단순한 소송 대리를 넘어 한국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불필요한 지탄을 받지 않도록 조언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형 로펌 소속 기독교인 A 변호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대리인으로서 의뢰인인 교회와 담임목사의 입장을 대신한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무조건 소송을 하자고 조언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말릴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랑의교회 사건 같은 경우, '국내 3위권 교회' 같은 말을 대리인이 해서야 되겠나. 매출액도 아니고, 교인 수 기준으로 교회를 평가하는 시각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교회가 무분별한 소송에 나서고, 로펌이 이에 동참해 교인들 입을 막는다면, 그때는 그저 '소송 기술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교회를 상대해 본 경험이 다수 있는 B 변호사도 "로고스 변호사 가운데도 신실하고 성품이 좋은 사람이 많다. 그러나 법조인으로서 교회가 하지 말아야 할 소송은 막기도 해야 한다. 그저 '나이스한 크리스천'으로 머물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로고스를 포함해 많은 기독교인 변호사와 교류하고 있는 C 변호사는 "살인범도 당연히 변호받을 권리가 있다. 그를 변호한다고 해서 변호사에게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살인이 옳다고 변론해서는 안 된다. '살인이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정당한 변론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명성교회 세습 재판에서 변호인들이 '퇴임한 목사가 한 세습은 세습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이 꼭 이런 꼴"이라고 말했다.

C 변호사는 '한국교회 수호'와 같은 구호도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부 크리스천 법조인이 '교회 권리 옹호'를 사명으로 생각한다. 무조건 교회 편을 드는 게 신앙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와 교회를 대립시키면서까지 교회의 이익을 관철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이것은 결국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지 않는 교회의 이기주의적인 모습만 보여 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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