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자유연구소가 '자본주의, 그 다음'이라는 이름으로 11월 5일부터 5주 동안 토지+자유 아카데미를 시작합니다. 남기업 소장과 김종철 교수(서강대학교), 이태경 사무처장(헨리조지포럼)이 각각 토지제도와 금융 질서, 기업 지배 구조를 두고 질문을 던집니다. 아카데미 시작에 앞서 남기업 소장의 글을 소개합니다. - 편집자 주

'자본주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개념이다. 자본주의 극복을 논의하려면 자본주의를 정의해야 하는데, 이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저마다 정의가 다르다. 그러나 새로운 사회를 열망하는 사람에게 자본주의는 극복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왜 그럴까? 자본주의를 채택한 나라마다 제도의 내용은 서로 다르더라도 공통된 현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불평등과 실업, 환경 파괴다. 이념적으로 보면 자유의 결핍이라 할 수 있다. 불평등과 실업, 환경 파괴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고 있지만, '자유의 결핍'은 좀 생뚱맞을 수도 있으므로 설명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는 시민적 자유를 누린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우리가 예속 상태에 빠져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직장이다. 일찍이 마르크스는 삶의 거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는 노동자들을 '임금노예'라고 표현했다.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실이다. 직장에서 노동자들은 시키는 대로 할 뿐이다.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결정된 일을 어제고 오늘이고 내일이고 그저 묵묵히 감당한다. 까닭이 스스로에게서 나온다는 의미의 '자유自由'는 노동자에게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물어야 한다. 이 자본주의 질서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나아가서 어쩔 수 없는 질서이기 때문에 저항하지 말고 순응해야 한다는 주장에 맞서려면 물어야 한다. 새로운 세계는 오직 질문하는 자에게만 열린다.

제일 먼저 물어야 할 것은 토지제도다. 인간이 만들지 않은 토지를 사람이 사유화해도 되나? 이렇게 담대하게 물어야 한다. 토지를 국유화하자는 것이냐는 반문에 주눅 들지 말고 물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질서가 우리 앞에 다가올 것이다.

또 우리는 오늘날의 약탈적 금융 질서에 대해 물어야 한다. 예금자들이 맡겨 놓은 돈을 금융기관이 마음대로 대출해도 되는지 물어야 한다. 신용 창출이라는 특권을 은행에게 줘야 할 이유와 근거를 물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금융 질서를 모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기업 '지배' 구조에서 왜 노동자는 '지배'의 주체가 되면 안 되고 객체여야 하는지 물어야 한다. 주식회사 주인은 정말 '주주'인가? 이렇게 물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기업 지배 구조를 모색할 수 있고 노동자의 자유가 기업 내부에서도 구현될 수 있는 지평이 열릴 것이다.

정리해 보자. 오늘날의 자본주의가 낳은 위기를 자세히 뜯어보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일상화하는 토지 사유제, 부채를 심화하는 약탈적 금융 질서, 노동자를 임금노예로 만드는 기업 지배 구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불로소득을 낳는 '특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것이 왜 특권인지, 특권의 폐단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그리고 특권을 해체하는 방법 및 새로운 질서에 대한 구상을 이제부터 시작해야 한다.

남기업 /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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