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세습과 관련한 예장통합 103회 총회 결의를 분석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명성교회 김삼환·김하나 부자 세습을 반대하며 목회자 대회와 기도회 등을 주최해 온 예장통합목회자연대가, 103회 총회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된 명성교회 세습을 돌아보는 '총회 결의 분석 세미나'를 10월 16일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열었다.

103회 총대로 명성교회 세습 반대에 앞장선 노치준 목사(광주양림교회)와 법조인 조건호 장로(소망교회), '명성교회세습철회와교회개혁을위한장신대교수모임' 공동대표 임희국 교수(역사신학)가 발표자로 나섰다. 세미나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목회자 50여 명이 참석해 발표에 귀를 기울였다.

'103회 총회 주요 결의와 그 의미'를 주제로 발표한 노치준 목사(양림교회)는 이번 총회 결의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총회가 명성교회와 관련한 보고들을 거부하여 △사회적 공신력 회복 △젊은 세대에 희망 부여 △교회 자정 능력 회복 등을 보여 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노치준 목사는 "한국교회 역사상 명성교회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MS그룹이라고 부를 정도인데, 만일 다른 교회가 세습을 했다면 진작 결론이 났을 것이다. 이번 총회 결의로 '명성교회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명제가 흔들렸다"고 했다.

이번 문제의 본질은 세습을 넘어 교회의 초대형화에 있다고 진단했다. 노 목사는 "명성교회 세습 문제를 떠나 교회가 초대형화하면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본다. 규모가 커지기 전 분립과 같은 시도를 통해 특정인이 부와 권력을 독점하지 않도록 방지해야 한다"고 했다.

103회 총회 당시 쟁점이 된 사안은 과연 총회가 헌법위원회·규칙부·재판국의 보고를 거부할 수 있느냐였다. 총회 당시 명성교회를 옹호하는 총대들은 보고는 보고대로 받아야 한다고 반발했다.

102회기 총회 재판국원을 지낸 조건호 장로는, 최고 권위를 가진 총회가 상임위원회 보고를 거절하거나 승인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헌법위나 규칙부와 달리 총회 재판국 판결은 거부하거나 취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장로는 "8월 7일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 무효 소송) 판결은 재심을 통해 변경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재판국이 중대하고 명백한 법규 적용을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따라서 재심 사유가 충분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총회 결의 분석 세미나가 열린 이날 새로 구성된 103회 총회 재판국이 첫 모임을 열었다. 큰 기대를 모은 명성교회 재심 여부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조 장로는 이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원래 첫 모임에서는 주심을 뽑고 조직 구성만 한다. 아직 실망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한다. 분명한 건 103회 총회가 8월 7일 판결 결과에 반대를 표명했다. 그렇기에 재심 재판 개시 결정이 나올 것이고, (명성교회 손을 들어 준) 판결이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102회기 총회 재판국은 헌법위의 유권 해석을 앞세워 명성교회 세습을 용인하는 판결을 내렸다. 헌법위는 현행 세습금지법이 교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수정·삭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해석한 바 있다. 조 장로는 "헌법위 해석은 하나의 입법론에 불과한데, 명성교회 측이 세습에 정당성을 부여하려 했다. 예장통합 교단에 소속된 교회라면 헌법을 준수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장통합 103회 총회는 명성교회 세습에 발판을 마련해 준 헌법위, 규칙부 보고와 총회 재판국 판결 보고를 받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103회 총회의 역사신학적 의미'를 주제로 발표한 임희국 교수는, 교회 세습은 공교회의 유산을 훼손하고 교단 질서를 와해하는 행위라고 했다. 임 교수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2017년 11월 12일 실시된 명성교회 부자 세습은 우리에게 '교회가 무엇이며 또 한국 장로교회의 체제는 어떤 것'인지 물어 왔다"고 했다.

임 교수는 한국 장로교회는 공교회에서 출발했다고 했다. 그러나 산업화 시대 이후 개교회 중심주의가 공교회를 파편화했고, 양적으로 급성장한 대형 교회의 물리적(재정) 힘이 공교회의 질서를 훼손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교회 세습을 제2의 신사참배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새로운 형태의 신사참배가 한국교회의 신앙 정신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맘몬 곧 돈의 힘 앞에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게 만드는 것이다. 우상숭배인 맘몬은 번영신학 물신주의와 연계되어 있다"며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노치준 목사는 이번 총회 결의로 교회가 사회적 공신력을 회복하고, 교회 자정 능력을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발표가 끝난 뒤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실행위원장 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는 "총회가 김삼환·김하나 부자 목사를 제대로 정리하고, 어떤 면에서 순수하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교인들을 건져 내야 하지 않겠는가. 또 최고 기관에 해당하는 총회가 재판국 판결도 취소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 노치준 목사는 "리더십과 팔로우십이 밀착된 면이 있어서 (총회가) 칼로 무 자르듯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 문제는 명성교회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그게 안 됐다"고 말했다.

조건호 장로는 "재판국 판결을 총회 결의로 취소해 버리면 교단 법체계가 무너진다. 만일 필요하다면 교단 헌법에 재판국 판결을 총회가 취소·거부할 수 있다는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장통합 전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 최삼경 목사(빛과소금교회)는 "명성교회는 진퇴양난이다. 징검다리 등 변칙 세습을 통해 벗어나려 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현행 법으로 이를 막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조건호 장로는 징검다리 세습은 법의 정신과 총회 의사에 비췄을 때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현행 교단법으로 변칙 세습을 막기 어렵다고 했다. 대안으로 담임목사가 은퇴한 후 10년 이후에는 청빙이 가능하다는 단서를 다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조 장로는 "그 정도면 전임 목사의 영향력이 사라지게 될 것이고, 교인들도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질문을 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손을 들었지만, 주최 측은 장소 대여 문제로 계속 진행할 수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예장목회자연대는 총회 재판국의 재심과 명성교회 세습으로 파행된 서울동남노회에 관심을 집중하고,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위해 힘써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건호 장로는 총회 결의에 따라 김하나 목사 청빙 무효 소송 결과가 재심에서 뒤집힐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임희국 교수는 교회 세습을 제2의 신사참배에 빗대며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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