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미국동부심리학학회 Paul Cameron 박사의 보고에 의하면 동성 간 성관계는 동성애자의 평균 수명을 24년이나 줄인다고 합니다. 이는 흡연이 흡연자의 수명을 1~7년 줄이는 것에 비교할 때, 매우 큰 수치입니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춘천 한마음교회 김성로 목사가 2015년 11월 13일 <침례신문>에 기고한 글 일부다. 김성로 목사뿐만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섰던 단체·활동가들은 동성애자 평균 수명이 이성애자와 비교할 때 수십 년 가까이 짧다고 주장해 왔다.

반동성애 활동가들은 동성애자가 동성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할 때 늘 이 주장을 근거로 제시했다. 음주·흡연은 인간의 기대 수명을 고작 수년 단축시키는 것에 비해, 동성애는 수십 년이나 단축시킨다는 것이다. 그들이 인용하는 학자는 언제나 위에 등장한 폴 캐머런(Paul Cameron) 박사였다.

<한겨레>가 가짜 뉴스 유통자로 지목한 교계 반동성애 인사들로 구성된 '한겨레가짜뉴스피해자모임'(한가모)도 이 같은 주장이 가짜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한가모가 동명의 블로그에 10월 3일 올린 '동성애 관련 한겨레신문 가짜 뉴스의 진실'에서 관련 부분을 살펴보자.

6. 동성애자 수명 30년 단축

1) 동성애에 관해 4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한 카메론 박사(영국의학저널, 캐나다의학저널 등의 심사위원)에 따르면 결혼한 동성애자의 수명은 일반인보다 24년 수명이 짧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https://www.lifesitenews.com/news/expert-research-finds-homosexuality-more-dangerous-than-smoking

2) 또 카메론 박사는 동성애적 행위가 20년에서 30년 정도의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논문도 발표하였다.
Cameron, P., Cameron, K., Playfair, WHL., "Does Homosexual Activity Shorten Life?", Psychological Reports, 1998, 83, pp. 847-66
https://www.ncbi.nlm.nih.gov/pubmed/9923159

3) 프란시스 S 맥너트 원작, "동성애 치유될 수 있는가?"에 따르면 남성 동성애자 수명은 남성 이성애자에 비해서 25~30년 짧고, 알코올중독자보다도 5~10년 짧다고 하였다. 문금숙 옮김, 프란시스 S 맥너트 원작, 동성애 치유될 수 있는가? (순전한 나드, 2006).

한가모가 제시한 근거 자료 1)과 2)에도 캐머런 박사가 등장한다. 1)은 캐머런 박사가 2007년 3월 23일 미국 '동부심리학회'(Eastern Psychological Association)가 주최한 학회에서 "동성애자 수명이 일반인보다 24년 짧다"고 주장한 내용이다. 한가모가 캐머런 박사를 '<영국의학저널>·<캐나다의학저널> 심사위원'으로 소개한 것도 이 기사를 그대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2)는 캐머런 박사가 1998년 <심리학리포트 Psychological Reports>라는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다. 그는 이 연구에서 남성·여성 동성애자들과 이성애자들의 기대 수명을 비교해 본 결과, 동성애자가 이성애자보다 수십 년 일찍 죽는다고 발표했다.

캐머런 박사는 한국은 물론 북미 반동성애 진영에서 자주 인용하는 단골손님이다. 그는 스스로를 심리학자라고 정의한다. 미국 네브라스카주에서 1939년 태어났고 1966년 콜로라도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루이스빌대학교, 네브래스카대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 캐머런 박사가 1982년 설립한 '가족연구협회'(FRI·Family Research Institute)는 그동안 동성애자 그룹의 삶의 질이 얼마나 낮은지 보여 주는 연구 결과를 지속적으로 발표해 왔다.

북미에서도 반동성애를 외치며 이성애 중심 가족제도만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여러 사이트가 그의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한가모가 제시한 근거 자료 1)은 캐나다에서 낙태·동성애 반대에 앞장서는 단체 '캠페인생명연합'(Campaign Life Coalition)이 만든 인터넷 사이트의 기사다.

폴 캐머런 박사는 미국 반동성애 진영에 과학적 근거를 제공해 왔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심리학 전문가 타이틀을 달고 반동성애 관련 연구를 쏟아 낸 폴 캐머런은, 사실 미국의 주요 심리학회에서 모두 제명됐다. 미국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는 1983년 12월, 캐머런 박사가 학회의 연구 윤리를 위반한 혐의로 받으면서도 조사받기를 거부하자 제명했다. 캐머런은 학회가 제명이 발표되기 전 1983년 11월에 이미 학회를 스스로 나왔기 때문에 제명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회는 문제가 있는 회원이 먼저 사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이는 사실이 아니다.

미국심리학회에 이어 미국사회학회(American Sociological Association)캐나다심리학회(Canadian Psychological Association)는 물론, 본거지였던 네브래스카심리학회(Nebraska Psychological Association)마저 그를 제명했다.

한가모가 내놓은 해명 자료 1)은 캐머런 박사가 동부심리학회에서 주최한 학술 대회에서 동성애자의 기대 수명이 낮다고 발표한 것을 기사화한 것이다. 하지만 캐머런의 연구 결과는 조사 방법론에 있어 진실성을 의심받았다.

반동성애 운동 진영의 주장을 팩트 체크하는 짐 버로웨이(Jim Burroway)는 캐머런의 연구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담아 2007년 4월 4일, 동부심리학회에 공문을 보냈다. 캐머런 박사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표본을 조작했고, 여기서 얻은 결과를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다.

당시 동부심리학회 회장을 맡았던 필 하인라인(Phil Hineline) 박사는 문제를 제기한 버로웨이에게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버로웨이가 공개한 하인라인 박사의 답장에는, 캐머런 박사 연구의 문제점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인라인 박사는 "카메론 박사가 사전에 학회에 제출한 내용과 현장에서 발표한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는 취지로 답변을 보냈다.

하인라인 회장은, 캐머런 박사가 도출한 동성애자의 유병률은 과거 기술만 적용해 실제보다 더 높게 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캐머런 박사가 사용한 표본의 정의가 정부 기관 등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범위보다 훨씬 넓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하인라인 회장은 "저자가 제출한 자료에는 동성애자의 수명과 관련해 유익한 정보가 될 만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말로 편지를 끝맺었다.

그럼에도 북미에서 반동성애를 외치는 활동가들은 캐머런 박사의 발표가 엄청난 사실인 것처럼 포장해 퍼 날랐다. 그리고 이 같은 뉴스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교회 반동성애 운동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교회 반동성애 진영은 캐머런 박사의 연구를 반복적으로 인용해 왔다. 사진은 2018 부산 퀴어 문화 축제에 맞선 레알 러브 시민 집회. 뉴스앤조이 이용필

해명 자료 2)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2)는 캐머런 박사가 1998년 발표한 논문인데, 그가 표본으로 제시한 동성애자들은 15년 전인 1983년과 1984년에 조사한 사람들이다. 1983년이면 캐머론이 미국심리학회에서 제명될 즈음이다. 이 연구 역시 학계에서 별다른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과 그레고리 헤렉(Gregory Herek) 교수는 캐머런 교수의 연구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헤렉 교수는 캐머론 박사가 제시한 표본 크기가 미국의 모든 동성애자에게 해당한다고 일반화하기에는 턱없이 작다고 했다.

캐머런 박사 연구팀은 1983년에 7개 도시, 1984년에 1개 도시, 이렇게 8개 도시에서 조사를 진행했다. 그마저 23%의 응답률을 바탕으로 작성한 자료라고 했다. 헤렉 교수는 캐머런 교수가 표본으로 지정한 그룹의 1/4도 안 되는 수에서 정보를 수집했기 때문에 편차가 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헤렉 교수는 또 캐머런 박사가 진행한 조사의 설문이 너무 복잡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캐머런 연구팀은 동성애자들에게 '왜 동성애자가 됐는지' 묻는 문항에 응답 가능한 수십 개의 예를 제시했다. 예시는 '동성애자 성인에게 끌렸다', '어린 시절에 동성 간 성행위를 경험했다', '이성애에 실패했다' 등 44개나 됐다.

헤렉 교수는 캐머런 박사가 처음부터 자신이 원하는 명확한 결과를 도출해 놓고 연구를 진행한 점도 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캐머런 박사는 1983년 5월 23일, 지역 일간지와 관련 내용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동성애자들에 대해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 것처럼 말하며, 미국 전역에서 동성애 행위를 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 결과가 나오기 한참 전이었다.

게다가 이 논문은 1983~1984년 조사한 표본으로 15년이 지난 1998년에 발표됐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논문이 어떻게 학술지에 게재될 수 있었을까. 캐머론 박사가 연구 논문을 게재한 <심리학리포트>는 심리학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학술지가 아니다. 국제 저널의 명성을 감안해 산출한 지수를 보여 주는 사이트 'SJR'은, 1998년 당시 <심리학리포트>가 심리학 전체 분야에서 187개 중 79위라고 평가했다. 2017년에는 250개 중 129위였다.

미국에서 폴 캐머런 박사는 동성애 반대를 위해 학자의 양심을 저버린 사람으로 취급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해명 자료 3)은 미국의 은사주의 가톨릭 신부 프랜시스 맥너트가 쓴 책의 일부다. 그 역시 캐머론 박사의 통계를 책에서 인용했다. 결론적으로 캐머론 박사의 연구를 반동성애 진영 여기저기서 인용해 콘텐츠를 재생산해 온 셈이다.

백인 우월주의, 증오주의 등과 맞서는 미국 인권 단체 '남부빈곤법률센터'(Southern Poverty Law Center)는 캐머론 박사를 "통계를 마음대로 조작해 혐오를 조장하는 1인 기관(FRI)의 수장이자 악명 높은 반동성애 선동가"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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