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퀴어 축제에 맞서 열린 '레알 러브 시민 축제' 현장에 걸린 현수막. 전형적인 가짜 뉴스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차별 금지 통과되면 에이즈 헌혈도 그냥 수혈받아야 한다.'
'흡연은 폐암, 음주는 간암, 동성애는 에이즈.'
'동성애는 유전이 아니다. 성 중독이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동성애 반대'와 '건강한 가정 만들기'를 기치로 내건 '레알 러브 시민 축제' 측이 내건 현수막과 피켓 문구들이다. 근거가 뒤떨어지는데다가 혐오감마저 불러일으키는 허위 정보들이 10월 13일 부산 퀴어 문화 축제에 대항하는 맞불 집회에 등장했다.

부산·경남 지역 교회 및 단체가 주관한 이날 행사는 해운대 구남로광장에서 열렸다. 레알 러브 시민 축제는 오전 11시부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사람이 찾았다. 약 2000명이 모여 동성애 반대를 외쳤다. 축제 현장에서 직선으로 200M 떨어진 곳에는 무지개 깃발들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레알 러브 행사장에는 동성애 혐오 문구가 가득했다. '친구야 니는 진짜 멋진 남자 아이가. 돌아온나', '동성애는 다른 사랑이 아니라 잘못된 욕망이다', '동성 결혼 음란 문화 퀴어 음란 행사 NO'라고 적힌 문구들이 도배돼 있었다. 지나가던 시민은 '항문 성교'가 들어간 문구를 보고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치기도 했다. 주최 측은 "동성애 삶 회개하고 평안을 얻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기사(2017년 11월 2일 자)를 인쇄해 지나가는 행인에게 나눠 줬다.

레알 러브 측은 1시간 30분에 걸쳐 '동성애 반대' 퍼레이드도 했다. "우리는 진짜 사랑이지만, 동성애는 가짜 사랑이다"라는 말이 울려 퍼졌다. 주최 측은 "우리는 평화 집회를 해야 한다. 물리적 행사를 하지 말아 달라. 만일 주변에서 그렇게 하면 말려 달라"며 퀴어 문화 축제 측과의 충돌을 피했다.

레알 러브 축제 참가자들은 동성애 반대를 외쳤다. "동성애는 가짜 사랑"이라는 발언도 나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부산에서 두 번째 열린 퀴어 문화 축제도 반응이 뜨거웠다. 레알 러브에 버금가는 인원이 모였다. 행사장 바깥 곳곳에서는 퀴어 축제를 반대하는 1인 시위가 열렸다. 십자가를 든 한 남성은 "여러분 동성애 끊고 싶지 않나. 예수 믿음으로 할 수 있다. 예수 믿고 여호와께로 돌아오라. 여러분은 학생이지 않나. 동성애 할 시간에 공부를 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한 여성은 '동성애의 죄악, 하나님의 심판' 문구가 들어간 피켓을 든 채 찬송가를 불렀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 문구가 박힌 한 승합차는 퀴어 축제 현장을 계속해서 빙빙 돌았다. 차량에 달린 스피커에서는 "회개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퀴어 축제 참가자들은 이들의 목소리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반대·혐오 발언이 나올 때면 소형 무지개 깃발을 흔들 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퀴어 축제 마지막 행사는 퍼레이드였다. 경찰은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반대하는 이들이 난입할 수 없게 했다. 인천·제주 퀴어 축제 때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퍼레이드를 반대하기 위한 조직적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몇몇 교인이 퍼레이드 현장에 뛰어들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경찰이 금세 저지했다.

퍼레이드 참가자들은 ''우린 여기 존재한다", "퀴어가 남이가"를 외치며 행진했다. 행진은 50분가량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퍼레이드가 끝나 갈 무렵 CCM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불렀다.

일부 시민은 퍼레이드를 환영하며 손을 흔들었다. 부산 국제 영화제를 보기 위해 온 외국인들도 퍼레이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경찰은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두 단체의 마찰을 최소화했다. 일부 교인이 퍼레이드 난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퀴어 퍼레이드는 경찰 호위를 받으며 50분 정도 진행했다. 한 참가자는 "지난해보다 덜 위협적인 분위기 속에서 축제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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