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선도해야 할 총회가 시대에 뒤떨어지는 결의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교회 공신력과 직결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주요 교단은 교인들의 신앙을 보호하기 위해 반사회적·반종교적 집단을 이단‧사이비로 규정해 오고 있다. 이단‧사이비의 특징은 교주를 신격화하고, 일반 교회를 배척하고, 자신들의 교리만 옳다고 가르친다. 대표적인 예로 신천지·통일교·하나님의교회·JMS 등을 들 수 있다.

교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물의를 일으키는 이단·사이비 단체를 교단이 나서 선을 그어 주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최근 교단 총회의 이단 결의를 보면, 그 목적과 방향성이 무엇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지난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은 요가와 마술을 금지했다. 요가의 기원과 목적 자체가 이방신을 섬기는 종교적 행위이며, 마술은 눈속임이라서 교회 안팎에서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미 사회 문화로 자리 잡은 요가와 마술을 배척하는 결의에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타 이단처럼 교주로 군림하거나, 교인을 상대로 돈을 착취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실도 없는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를 이단으로 결의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해 예장합동·합신·고신에 이어, 올해 103회 총회에서 예장통합과 백석대신이 임 목사를 '이단성이 있다' 내지 '이단'이라고 결의했다. "동성애를 옹호·조장하는 것은 비성경적이다"는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 보고를 총대들은 별다른 논의 없이 받아들였다.

예장합동은 이번 총회에서 교회개혁실천연대·기독연구원느헤미야·성서한국·좋은교사운동·청어람ARMC·<복음과상황> 등 복음주의 6개 단체를 연구해 달라는 신학부 안건을 받아들였다. 6개 단체의 "성경적·신학적·사회적·사상적·교회적 뿌리와 흐름, 영향력을 연구·검토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수천만 원의 예산을 청원한 것이 알려져 비판이 쏟아졌다.

비본질에 집착하는 한국교회
공신력 잃을 경우 이단 역공 우려
"'가짜 뉴스 공장' 지목된 에스더 조사해야"

교계 전문가들은 한국교회를 선도해야 할 주요 교단이 본질이 아닌 '비본질'에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본질에 집착할 경우 한국교회의 공신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단 전문 매체 <바른미디어> 조믿음 대표는 "교인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교단이 결의를 할 수는 있다. 문제는 과거와 달리 공신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장합동이 복음주의 단체들을 조사한다는 데 얼마나 웃긴 일인가. '전병욱 씨 하나 치리도 못하면서 누가 누구를 조사하느냐'는 비판과 조롱이 거세다. 정작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서 정치적 행보를 이어 가면 그간 쌓아 온 신뢰마저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예장통합 소속 신학대 A 교수는, 사회는 갈수록 민주·진보하지만 교회는 보수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시대와 동떨어진 결의가 계속될 것으로 봤다. A 교수는 "한국교회에는 여전히 신앙과 관련 없는 동성애·종북과 같은 이념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다. 때로는 이념이 본질을 집어삼킨다. 대표적인 예가 임보라 목사 이단성 결의다. 중세 시대 마녀사냥과 다를 게 뭔가. 정말 문제가 있다면 임 목사가 소속한 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에 맡겨 처리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요가·마술을 금지한 총회 결의도 문제가 크다고 했다. A 교수는 "요가·마술을 직업으로 하는 기독교인은 어떻게 대할 것인가. 예장통합 소속 교회 목사는 (그들에게) 어떤 권면을 할 수 있을까. 우스꽝스러운 결의는 (교회와 교단에 대한) 공신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결의가 반복될 경우 그동안 쌓아 온 이단 결의에도 부정적 영향이 갈 것이라고 했다. A 교수는 "신천지가 한기총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것처럼, 공신력을 잃어버릴 경우 시한부 종말론 집단을 비롯해 신천지·하나님의교회·구원파‧JMS 등 극단적 단체들이 고삐 풀린 모습으로 한국교회를 더욱 비판할 것이다. 허호익 교수 주장대로 비본질에 집착할 경우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교회에 등을 돌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허호익 교수(대전신대 은퇴, <한국의 이단 기독교> 저자)는 동성애는 '신학적' 논쟁이지 이단으로 규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 바 있다. 허 교수는 9월 17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하나님의 남성성·여성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신학적 논쟁이다. 하나님의 신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교주를 하나님이라고 할 때 신론적 이단이라고 하는 것이다. 임보라 목사 논쟁은 비본질적 신학 논쟁이다. 어거스틴이 '본질에는 일치, 비본질에는 관용'을 이야기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단의 이단 연구 및 결의는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다만 연구가 어떠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양희송 대표(청어람ARMC)는 "예장합동이 복음주의 6개 단체를 어떤 이유로 조사하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일단 조사하기로 결의했으니까 총회 차원에서 절차는 밟아 나갈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소속 교회들은 6개 단체에 부정적 인식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주요 교단이 신경 써야 할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가짜 뉴스 공장'으로 지목된 에스더기도운동본부(에스더·이용희 대표)를 언급하며, 교단들이 여기에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동성애·이슬람·차별금지법 등과 관련해 가짜 뉴스를 생산해 온 에스더 탓에 한국교회가 도매금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에스더의 노선을 착실히 따라왔다. 이단에 준할 정도로 교계에 잘못된 정보를 흘려 온 집단을 어떻게 대처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안에는 동성애·종북과 같은 이념 프레임이 작동하며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단 이대위 출신 목사들도 우려
"이대위원들 전문성 결여, 정치적 의도
동성애 이단 결의는 바람직"

이단 문제에 정통한 목회자들도 주요 교단 행보에 우려를 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공통적으로 이대위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정치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예장통합 전 이대위원장 최삼경 목사는 "한때 논란이 됐던 두레교회 이문장 목사 사태만 봐도 이단 결의가 얼마나 정치적인지 알 수 있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데도 이단으로 낙인찍는 이들이 있다. 이대위는 전문성은 기본이고, 정치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예장합동 전 이대위원장 진용식 목사 생각도 비슷했다. 진 목사는 "요즘에는 비전문가들이 (이대위를) 하기도 한다. 정치적 관계를 통해 자리를 차지하다 보니, 이런 잡음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예장합신 전 이대위원장 박형택 목사는 이번 총회에서 예장백석대신과 예장통합이 임보라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할 때 예장합신 보고서를 그대로 인용했다는 것을 비판하며 "이단 문제는 발로 뛰어 연구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동성애'에 대해 이단 조사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최삼경 목사는 "요가‧마술 결의는 다소 지나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동성애는 성경적으로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했다. 진용식 목사도 "임보라 목사는 이미 8개 교단 이대위에서 결론이 난 것이다"고 말했다. 박형택 목사는 "임보라 목사는 합신이 제일 먼저 이단으로 규정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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