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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 에이즈'라는 혐오 기제의 진실

'한겨레가짜뉴스피해자모임' 동성애 관련 해명 분석②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8.10.08  18: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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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안타깝게도 한국교회에는 '동성애 = 항문 섹스 = 에이즈 = 국민 혈세 낭비'라는 등식이 널리 퍼져 있다. 교계 반동성애 활동가들의 이 같은 주장은 각종 교회 집회 및 강좌, 교계 TV 프로그램 등을 통해 퍼져 나갔다. 이들은 대부분 <한겨레>가 지적한 '가짜 뉴스 유포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겨레가짜뉴스피해자모임(한가모)이 블로그에 올린 동성애 관련 뉴스 11개에 대한 해명 자료에도 '동성애 = 에이즈'라는 공식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과 이들이 출처로 명시한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의학적 전문 지식은 무시한 채 자신들 입맛에 맞는 내용만 취사선택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한가모 해명 자료 2번은 다음과 같다.

2. 동성애 하면 에이즈 걸린다

1) 남성 동성애-에이즈 연관성, 의학적 근거 나왔다. 2018. 4. 16
*출처: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34044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8/24/0200000000AKR20180824128600017.HTML?input=1195m
http://bitly.kr/H8Hi

2) 2015년 발간된 보건복지부 '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도 잘 나와 있다.

"남성 동성애자 간 성 접촉이 주요 전파 경로일 것으로 판단됨"
(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16-2020) 2015.12, 보건복지부)
"생존하는 에이즈 환자의 91.7%가 남자이며, 에이즈는 99%가 성 접촉을 통해 감염되므로, 남성 동성애는 에이즈 감염의 주요 확산 경로입니다." (보건복지부, 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2015.12)

3)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보고에 따르면 2013년에 전 세계적으로 15-24세 젊은 층이 신규 감염의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그들 중 대부분은 동성 간 성 접촉을 하는 젊은 남성으로 사료되고 있다.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HIV and young men who have sex with men. WHO technical brief 2015.Geneva: WHO, 2015.

4) 미국에서도 최근에 25-29세군에서 HIV 감염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15년까지 발생한 감염인 중 13-29세가 41.4%를 차지하였으며, 그중 남성 감염인의 90.3%가 동성애자 및 양성애자인 것으로 보고되었다.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Diagnoses of HIV infection in the United States and dependent areas, 2015. HIV surveillance report. Atlanta: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2016;27.

5) 유럽연합 국가에서도 감염인 중 20대가 가장 많았으며, 젊은 층에서 동성 간 성 접촉을 통한 감염이 증가하고 있다
European centre for disease prevention and control (ECDC). HIV/AIDS surveillance in Europe 2015. ECDC surveillance report. Solna kommun: ECDC, 2016.

한가모 출범 당시 기자회견에 참석한 염안섭 원장(수동연세요양병원), 길원평 교수(부산대), 한효관 대표(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등은 "동성애 하면 에이즈 걸린다"는 말을 강력 주장해 온 인사들이다.

유튜브에 '염안섭 동성애'를 입력하면 관련 영상만 수십 개가 넘는다. 유튜브 갈무리

염안섭 원장은 '동성애와 에이즈의 상관관계'를 가장 열심히 주장해 온 반동성애 활동가다. 유튜브에 '염안섭 동성애'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염 원장이 전국 교회, 교계 TV 프로그램 등에서 동성애가 에이즈 확산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영상을 수도 없이 찾을 수 있다.

일례로 염 원장은 2017년 6월 울산 대영교회(조운 목사)에서 "대한민국에서 왜 에이즈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까. 동성애의 범람이다. 또 과도한 동성애 에이즈 복지 정책 때문이다. 에이즈에 걸려 버리면 더 살기 좋아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강연은 현재 유튜브에도 게시돼 있고 조회 수도 23만이 넘는다.

길원평 교수, 한효관 대표, 김지연 대표(한국가족보건협회) 등 대표적인 반동성애 활동가들도 "동성애 하면 에이즈 걸린다", "동성애와 에이즈의 상관관계가 높다"는 등의 발언을 지속적으로 해 왔다.

이전부터 계속된 '동성애 = 에이즈' 공식은 2015년 한국교회가 본격적으로 반동성애 활동에 나서면서 교인들에게도 퍼져 나갔다. 2015년 퀴어 문화 축제 반대 집회 현장. 뉴스앤조이 이은혜

먼저 '동성애 하면 에이즈 걸린다'는 말 자체에서 잘못된 점 두 가지를 짚어야 한다. 첫 번째, 'HIV 바이러스 감염'과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HIV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모두 에이즈로 확진되는 것은 아니다. 자세한 내용은 지난해 <뉴스앤조이>가 기획 보도했던 '우리가 몰랐던 AIDS'에 설명해 놓았다.

현직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HIV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해도, 초기에 발견해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등 관리를 잘 받으면 건강한 삶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염안섭 원장을 비롯한 반동성애 진영은 'HIV 바이러스 감염'이라는 단계를 건너뛰고 '동성애 하면 에이즈 걸린다'는 말로 공포를 조장해 왔다.

두 번째, '동성애 하면 에이즈 걸린다'는 전제는 에이즈의 '원인'을 동성애에서 찾는다. 한가모 몇몇 활동가는 "동성애를 하면 에이즈에 걸리는데 그동안 질병관리본부가 인권 단체의 압력에 굴복해 이 같은 사실을 숨겨 왔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해 왔다. 마치 에이즈의 원인이 동성애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질병의 '원인'과 '감염경로'는 다르다. 바이러스 질병은 일반적으로 '감염경로'라고 표현한다. 그런 면에서 한가모가 올린 해명 자료는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에 대한 해명이 될 수 없다. 한가모가 올린 해명 자료 출처는 전부 "HIV 바이러스 신규 감염의 주된 경로는 남성 간 성 접촉"이라고 명시하지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이라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한가모 주장처럼 '동성애 하면 에이즈 걸린다'는 말이 성립하려면, 여성 동성애자도 언급해야 한다. 여성 동성애자들이 에이즈에 걸릴 확률은 '0'에 가깝다. 이들은 여성 동성애자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EU가 발간한 2015년 HIV/AIDS 보고서. 이 도표는 HIV 바이러스 감염경로에서 이성 간 성 접촉이 우세한 나라들도 보여 주고 있다. 하늘색이 동성 간 성 접촉, 연두색이 이성 간 성 접촉을 나타낸다. 보고서 갈무리

한가모가 올린 해명 자료 출처를 자세히 살펴보자. 1)의 출처는 최근 연세대 김준명 교수가 발표한 '코호트 연구' 결과다. 코호트 연구는 특정 집단을 선정해 연구 대상이 되는 질병의 발병률을 비교하는 연구 방법이다. 김 교수는 신규 HIV 바이러스 감염인을 조사한 결과, 남성 동성애자가 많았다는 내용을 올해 4월 발표했다.

김준명 교수는 이 연구 발표 이후 여러 차례 교계 언론에 등장했다. 한가모는 이 연구 결과가 '동성애 하면 에이즈 걸린다'는 주장을 입증하는 결정적 근거인 것처럼 언급해 왔다. 하지만 이들은 사실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에도 '동성애 = 항문 섹스 = 에이즈'라는 공식을 만들어 전파했다.

한가모가 올린 출처 2)~5)는 모두 '동성애'(Homosexuality)를 그들이 언급해 온 맥락과 같은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 자료들은, 젊은 MSM(Men who have sex with men)이 동성애 혐오와 범죄화(criminalization) 때문에 HIV 바이러스에 더 쉽게 감염된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한가모가 3)번으로 제시한 출처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 4~5페이지에는, 젊은 MSM의 신규 감염이 높은 이유로 HIV 감염인과의 콘돔 없는 항문 섹스를 언급함과 동시에, 사회·구조적 문제도 있다고 나온다.

WHO는 나이 든 MSM보다 젊은 MSM이 감염에 취약한 이유로, 차별, 혐오, 괴롭힘, 가족의 반감, 사회적 고립, 폭력 등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에 노출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동성애 혐오가 에이즈 확산을 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한가모는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해명 자료 5)의 출처로 제시한 '2015년 EU HIV/AIDS 보고서'에는, 특정 국가에서 HIV 바이러스 감염의 주된 경로가 이성 간 성 접촉이 우세하다는 통계도 있다. 4페이지에는, 에스토니아·라트비아·루마니아·리투아니아 등의 국가에서는 이성 간 성 접촉으로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람이 동성 간 성 접촉을 통한 감염자보다 앞서고 있다는 점을 표로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한가모는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하지 않는다.

이들이 올린 해명 자료 출처 그 어디에도 에이즈 확산(HIV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동성애를 금해야 한다는 주장은 없다. HIV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가장 많이 언급하는 예방법은 '콘돔 사용'이다. 그 외에도 HIV 감염이 의심되는 성관계 뒤 72시간 안에 약을 복용하는 '노출 후 예방법' 등을 권장한다. 또 HIV 바이러스 감염인과 에이즈 환자에 대한 낙인찍기를 멈추고 이들이 더 자주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편견을 없애야 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제시한다.

'동성애 = 항문 섹스 = 에이즈' 공식은 한국교회 반동성애 활동가들에 의해 무한대로 뻗어 나갔다. 2017년 퀴어 문화 축제 반대 집회 현장.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동성애 = 에이즈' 공식은 수년간 강력한 혐오 기제로 작동했다. 교회에서만 통용되던 이들의 주장은 급기야 2017년 대선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입에서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가 창궐한다"는 말로 나오기도 했다.

최근 '가짜 뉴스' 논란이 일자 슬쩍 말을 바꾸는 모습도 포착된다. 10월 1일 열린 한가모 발족 기자회견에서, 한효관 대표는 "<한겨레>가 주장한 22개 가짜 뉴스 중 정말 가짜 뉴스가 있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사회자 말에 "미묘한 표현의 차이가 있다. 가령 '동성애가 에이즈의 주된 원인이다', 이 표현은 우리 측에서도 조심하라고 강의한다. 남성 간 성관계, MSM이 맞다. 'MSM이 에이즈의 원인이 된다'거나 '에이즈 고위험군은 동성애자다' 이런 표현은 좋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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