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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동성애 개신교인들, 또 퀴어 집회 방해

차 밑에 기어들어가고 도로에 드러누워…경찰에 제지당해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8.10.03  21:3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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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개천절인 10월 3일 오후, 인천 남동구 구월동 예술로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성소수자들과 지지자들의 거리 행진을 막으려는 개신교인들은 왕복 5차선 도로 일대 곳곳에 드러누웠다. 서울과 제주 퀴어 문화 축제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좀 더 조직적이고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성소수자들의 행진은, 인천 퀴어 문화 축제가 반동성애 세력의 조직적 방해와 경찰의 소극적 대응 때문에 무산된 것을 규탄하는 집회의 마지막 순서였다. 9월 8일 인천에서 처음 열릴 예정이었던 퀴어 문화 축제는 단순히 무산된 정도가 아니었다. 현장에서 반동성애 개신교인들이 성소수자와 지지자들에게 언어적·물리적 위해를 가하는 일도 수차례 발생했다. 당시 경찰은 이 같은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

인천퀴어문화축제비상대책위원회는 '인천 퀴어 문화 축제 혐오 범죄 규탄 집회'를 10월 3일 구월동 로데오거리에서 개최했다. 축제를 방해하는 데 앞장선 인천기독교총연합회(이동원 회장)와 반동성애 세력의 불법행위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인천지방경찰청, 이례적 조건을 달아 퀴어 문화 축제 장소 사용을 불허해 혼란을 초래한 인천동구청를 규탄하기 위해서다.

10월 3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에서 열린 '혐오 범죄 규탄 집회'. 경찰을 기준으로 아래쪽이 규탄 집회 쪽, 위쪽이 반동성애 진영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9월 8일과 다르게 이번에는 시작 전부터 경찰이 집회 장소를 겹겹이 둘러싼 채 대기했다. 퀴어 집회 참가자와 반동성애 진영이 물리적으로 부딪치지 않도록 사전에 경찰 수백 명이 배치됐다. 인근 지하철역에서 집회 장소로 통하는 골목골목에 경찰들이 자리 잡았고, 집회 장소로 진입하는 통로를 한 곳으로 통일해, 반동성애 진영의 진입을 사전에 막으려 했다.

공식적으로 집회가 시작한 오후 4시. 집회 참석자들은 한국교회가 외쳐 왔던 동성애 혐오 발언이 가짜 뉴스였다는 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는 "가짜 뉴스에 휘둘리느라 복음의 본질을 망각한 것을 자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학 소장(한국다양성연구소)도 "가짜 뉴스의 근원지가 드러났다. 이제 끝이 보인다. 함께 연대하자"고 말했다.

반대 진영에도 사람들이 속속 몰려들었다. 이들은 대부분 개신교인이었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 무리의 장년 여성들에게 "권사님들이시냐"고 물었더니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인터뷰를 위해 기자라고 신분을 밝힌 후 "같은 교회에서 온 것이냐"고 묻자 "교회 아니다. 학부모들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규탄 집회에는 150여 명이 참석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그동안 성소수자를 혐오한 가짜 뉴스의 근원지가 드러났다며 함께 연대하자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집회 뒤편에서 손을 들고 기도하는 60대 남성은 처음에는 자신을 그냥 기독교인이라고 밝혔다. "무슨 기도를 했느냐"는 질문에 "이 땅이 예수님의 보혈로 깨끗하게 씻겨져서 동성애가 박멸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평신도라고 했던 그는 대화 끝에 자신을 거리에서 전도 활동하는 목회자라고 소개했다.

'NAP 차별금지법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던 50대 여성은 성경에서 동성애를 금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나왔다고 했다. 그는 "채팅방에서 동성애 축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다. 성경이 동성애를 반대하기 때문에 반대한다. 우리는 동성애가 미운 거지 사람을 미워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반동성애를 외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는 쉽지 않았다. '동성애 음란 축제 반대'라는 전단을 나눠 주던 남성도 경계하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인터뷰를 요청하자 기자에게 "어느 진영이냐"고 묻는 여성도 있었다. 이 여성은 나중에 기자에게 "<뉴스앤조이>는 공정 보도하라. 왜 동성애자의 편에 서느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우리 인천시민은 동성애를 반대한다. 반대한다"고 외치던 이들은 집회가 시작되자 찬송가를 불렀다. 한 손에는 태극기, 한 손에는 피켓을 들고 '마귀들과 싸울지라'를 불렀다. 이들이 앰프를 사용해 발언을 이어 가자, 경찰은 "신고하지 않고 앰프 등을 사용해 다른 집회를 방해하는 것은 집시법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반대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는 쉽지 않았다. 이들은 인천시민이라서, 학부모이기 때문에 집회에 참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스크럼 짜고 드러누운 개신교인들
경찰 해산 명령도 듣지 않고 반복 점거

이날 퀴어 집회에는 행진이 포함돼 있었다. 로데오거리를 출발해 인천지방경찰청을 지나 인천시청 미래광장까지 이어지는 약 1Km 코스였다. 행진을 이끄는 트럭이 행렬 맨 앞에 섰고 그 뒤로 각종 깃발, 현수막을 든 사람들, 집회 참가자가 줄을 지었다.

일반적인 속도면 30분이면 넉넉히 끝났겠지만 행진 종료까지 1시간이 넘게 걸렸다. 반동성애 개신교인들이 열을 지어 거리에 눕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왕복 5차선 도로라 경찰은 이들이 누운 쪽을 피해 행진을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이내 또 다른 그룹이 빈 공간을 찾아 드러눕는 방식으로 행진을 방해했다.

행진이 시작되자 도로를 점거하기 시작한 반동성애 개신교인들. 뉴스앤조이 이은혜

계속해서 거리에 눕는 이들 때문에 행렬은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제주에서처럼 운행하는 트럭 밑으로 사람이 뛰어들어가는 상황도 두 차례 연출됐다. 순식간에 발생한 일이었다. 들어간 사람은 끌려 나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다 경찰의 손에 들려 나왔다. 결국 경찰과 조직위는 트럭 운행을 포기하고 행진하는 방법을 택했다.

반동성애를 외치는 이들은 한 번 막혔다고 해서 포기하지 않았다. 행진하는 방향을 따라 먼저 달려가 도로 한복판을 선점했다. 이들이 달리면 경찰도 같이 달렸다. 팔짱을 끼고 스크럼을 짠 채 도로에 누운 이들은 얼핏 보기에도 여성이 더 많았다. 평소 반동성애 집회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개신교인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이들은 맞불 집회에 그치지 않고, 행진을 방해하기 위해 과격하게 육탄전을 펼쳤다. 청년들의 참여도 눈에 띄었다. 한 20대 여성은 트럭 앞을 가로막고 버티다가 경찰의 손에 끌려 나갔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행진을 저지하기 위해 수백 미터를 뛰어 바닥에 또 드러눕기를 반복했다.

트럭을 막아 선 여성 청년은 경찰이 끌어내자 또다시 도로에 뛰어들었다. 무리를 지어 누워 있는 이들을 해산시켜도 이들은 다시 도로 한복판을 점거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경찰은 드러누운 이들을 한쪽에 고립시키는 방법으로 행진이 계속될 수 있도록 도왔다. 분산시켜도 또다시 방해하는 이들을 막기 위해 마지막에는 누운 이들을 삼중으로 둘러싸고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했다. 고립된 이들이 "왜 우리를 막느냐. 동성애자 인권만 중요하고 우리 인권은 중요하지 않느냐"고 항의하자, 경찰 지휘관은 "여러분이 불법행위를 하지 않았으면 이런 일도 없다"고 응수했다.

경찰이 반동성애 세력을 포위하고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동안 옆에 서 있던 교인들도 항의했다. 한 여성은 "이런 건 찍어서 올려야 해"라며 동영상을 찍었고, 한 남성은 "이 안에 어르신도 많은데 이렇게 하는 게 어딨느냐"고 소리쳤다. 경찰은 그때마다 "불법행위는 이 사람들이 먼저 시작한 것"이라며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이들은 행렬이 종료 지점에 도착할 때까지 경찰의 포위망 안에 갇혀 있어야 했다. 퀴어 집회는 인천시청 미래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마무리했다. 마무리 집회에서는 길가는밴드 장현호 씨가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서 주의 은혜 나누며 예수님을 따라 사랑해야지 우리 서로 사랑해"라고 찬양을 부르기도 했다. 집회가 끝날 때까지 반동성애 진영도 폴리스 라인 밖에서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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