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순천시의원은 신앙인이다. 기독교가 추구하는 정의와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전라남도 최연소 기초 단체 의원'. 올해 만 28세 박종호 순천시의원(해룡면)의 수식어다. 올해 6월 제7회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한 박 의원은 득표율 33.3%를 기록하며 당선됐다. 박 의원은 순천시 해룡면에 거주하는 주민 5만 명의 대표가 돼 의정 활동을 하고 있다.

연륜과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풍토 속에서 박 의원은 "창의적이고 패기 넘치는 젊은 후보를 뽑아 달라"고 외쳤다. 손사래를 치는 주민도 있었지만, 그를 지지하는 주민이 더 많았다. 박 의원은 순천시 행정자치위원회 소속돼 예결산위원, 운영위원 등을 맡고 있다.

임기 3개월 차에 접어든 박종호 의원을 9월 21일 순천시청에서 만났다. 기자를 만난 박 의원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박 의원은 신앙인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성경 속 이야기를 마주할 때마다 신앙에 대한 의구심이 강하게 들었다. 박 의원은 "지금도 마찬가지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의구심과는 별개로 사회적 약자와 함께했던 예수의 삶은 박종호 의원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박 의원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치에 입문했다. 사람 위에 사람 없는 세상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예수님은 병들고 가난한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평등하게 대해 주셨다.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었지만 '갑질'을 하지 않았다. 예수님을 믿고 좇는 신앙인으로서 갑질 없는 사회를 만들어 보고 싶다. 기업 회장이든 노숙인이든 사회 지위를 막론하고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기자 생활하며 사회 바라보는 눈 키워
"시의원, 기자 생활과 비슷해
지방자치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어"

박종호 의원의 원래 꿈은 법조인이었다. 법조인으로서 경험을 쌓은 다음 정치에 입문하려 했다. 소위 성공한 정치인들의 코스를 밟고 싶었다. 인생은 박 의원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로스쿨에 낙방한 뒤 <전남일보>에 입사했다. 사회부 기자를 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웠다. 사회부 팀원들과 함께 취재·보도한 '5·18 광주교도소 암매장' 사건으로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도 받았다.

"지금 하는 일도 기자가 하는 일과 비슷하다. 기자가 문제의식이나 제보를 통해 취재하듯, 의원들도 민원이나 자료 수집을 통해 문제에 접근한다. 자료에 대한 접근성이 기자보다 용이하다. 문제 해결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기자와 비교했을 때 업무상 크게 차이나는 부분은 없는 것 같다."

시의원이 할 일은 생각보다 많았다. 도농 복합 지역이다 보니 농로 포장, 쓰레기 처리, 교통 문제 등을 해결해 달라는 민원이 수시로 온다. 회기 중에는 본회의에 출석하고 상임위에서 활동한다. 폐회 중에는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찾아가, 예산이 제대로 쓰이는지 확인하고 민원도 들어야 한다.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젊은 박종호 의원의 눈에는 역시 청년 문제가 가장 밟힌다. 그는 "청년들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이다. 육아에 지친 청년도 많다. 지자체 차원에서 청년 복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돌봄 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정치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 의원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정치는 딱딱하다는 관념에서 벗어나, 보다 주체적으로 참여하면 청년들의 권리도 취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꿈이 무엇이냐는 말에, 그는 "지역구 현안 사업에 최선을 다해 주민들 입장을 대변하겠다. 지방자치 전문가로 성장하며 동시에 주민과 소통하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했다. 선거운동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초심을 잃지 말라"다. 박 의원은 주민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맹목적 믿음 강조 탓에 
교회 떠나는 청년도 있어
동성애 반대 이해하나, 대응 방식 변해야"

박 의원은 정치인이자 신앙인으로서 떳떳한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박종호 의원은 정치뿐 아니라 한국교회에도 관심이 많았다. 교회에 청년 세대가 갈수록 줄어드는 이유로 '맹목적 믿음'을 들었다. 박 의원은 "신앙은 이성적·합리적·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것일까 싶다. 신앙생활하다 보면, 궁금하거나 이해가 안 되는 지점이 있는데 (교회는) 무조건 믿으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교회를 떠나는 청년도 있다"고 말했다.

보수 기독교가 반대하는 동성애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박 의원은 성경적 관점에서 볼 때 동성애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보수 기독교인들이 동성애에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최근 인천 퀴어 문화 축제처럼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지자체가 추진하는 인권조례 반대 운동도 그렇고, 무작정 반대부터 하면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논리를 통해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과한 대응은 반감을 살 것 같다. 무엇보다 폭력적으로, 감정적으로 대처할수록 신뢰를 더 잃게 될 것이다."

박종호 의원은 시의원이 된 후, 그동안 받아 본 적 없는 대우를 받고 있다고 했다. 선배 시의원들도 박 의원이 젊다고 하대하지 않고 같은 시의원으로서 의견을 존중해 준다고 했다. 그는 자만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다고 했다.

박 의원은 "정치인이자 신앙인으로서 늘 내 삶이 떳떳하기를 기도하고 있다. 나 자신 혹은 누군가의 이권을 위해서 살지 않겠다. 이는 기독교가 추구하는 가치와도 맞지 않다. 몸담고 있는 지역과 시의회에서 정의와 평등의 가치를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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