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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누가 우리의 이웃이냐고 물으신다. 여기 4·3평화공원에 묻혀 있는 희생자들, 유족들, 이 사건으로 상처 입고 고통당하고 신음하는 사람들 앞에서 이 물음을 듣고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누구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마음을 새롭게 해야 한다. 이 자리는 제주도민이 화해와 용서의 손길을 내미는 십자가 사랑을 나타내는 자리요, 평화의 부활을 일으키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사랑과 용서의 위대함을 배워야 한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김충섭 총회장이 103회 총회 셋째 날 9월 19일, 제주 4·3 70주년 추모 예배에서 말했다. 기장 총대들은 이날 오후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해 위령탑에 헌화하고 평화교육관으로 이동해 추모 예배를 올렸다.

103회 총회 참석자들은 모두 4·3 70주년 추모 예배에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김충섭 총회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사랑과 용서의 위대함을 배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박승렬 목사는 교회가 4·3 사건 희생자들의 아픔을 온전히 나누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허물을 고백한다. 교회가 평화의 일꾼, 역사의 치유자가 되게 해 달라. 기장 총회가 상처 입은 제주도민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역사의 증언이 되는 교회, 사랑을 전하는 교회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제주노회 목회자, 가족들이 함께 '좋은 나라'를 불렀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제주노회 젊은 목회자들이 활동하는 빌레중창단이 자녀들과 함께 나와 '좋은 나라'를 불렀다. 아이들이 입은 옷에는 빨간 동백꽃이 그려져 있었다. 노래를 부르는 이들의 뒤로 4·3 사건 관련 영상이 지나갔다.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푸른 동산에서 만난다면 / 슬프던 지난 서로의 모습들을 까맣게 잊고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노래가 울려 퍼지자 장내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예배 말미에는 '제주 4·3 신앙 선언'을 채택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참석자들은 '제주 4·3 신앙 선언'을 채택하고 예배를 마쳤다. 신앙 선언에는 교회들이 역사적 무지에서 벗어나 평화의 도구로 거듭나게 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다음은 '제주 4·3 신앙 선언' 전문. 

"보라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나니 이전 것은 기억되거나 마음에 생각나지 아니할 것이라 ~ 우는 소리와 부르짖는 소리가 그 가운데서 다시는 들리지 아니할 것이며(이사야 65:17, 19b)."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고린도후서 5:17)."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마태복음 5:9)."

한국기독교장로회 103회 총회는 제주 4·3 70년을 맞이하여, 역사의 소용돌이 가운데 희생당한 모든 분들의 영혼을 추모하며, 공의의 하나님께서 오랜 세월 동안 고난을 감내해 온 제주도민들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해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추어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내가 죽지 않고 살아서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선포하리로다." 우리는 침묵과 외면을 강요당했던 세월을 이겨내어 진실을 드러낸 증언자들의 용기와 헌신이 있었기에 역사의 질곡을 재조명하게 되고, 치유와 화해의 걸음을 내딛게 되었음을 기억합니다. 

"네 속에 있는 빛이 어둡지 아니한가 보라." 우리는 제주 4·3 희생자들을 기리며, 진리이신 복음의 등불을 밝히겠습니다. 진실을 드러내고, 고난과 아픔의 자리에 참여하며, 십자가의 사랑으로 하나님의 평화를 이루어가겠습니다.

우리는 주어진 인식의 늪에 빠져 진실을 외면해 온 이땅의 교회들이 역사적 무지에서 벗어나 평화의 도구로 거듭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생명을 존중하며 더불어 사는 미래를 향한 희망을 함께 나누게 되기를 바랍니다.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시는 하나님, 제주의 부르짖음을 들으시고 참평화를 허락하소서. 제주로부터 시작된 평화의 기운으로 갈라진 민족이 하나 되게 하소서. 

2018년 9월 19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제103회 총회 참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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