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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주의 단체 조사는 예장합동 '위기감' 표출된 것"

[좌담] 조사 대상된 단체들 "명확한 이유·논의 없이 결의, 책임 묻겠다"

최승현 기자   기사승인 2018.09.19  23: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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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부 서기: 총회장님.
총회장: 예.
신학부 서기: 521페이지 청원 사항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교회 일각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기독교 단체들의 설립 목적과 성격에 대한 연구의 건입니다.
총회장: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가 그런 거 연구하는 데 아닙니까? (이대위가) 연구하세요.(총대들 웃음)
신학부 서기: 예. 이건 신학부가….
총회장: 신학부가?
신학부 서기: 예에. 거기…. 
총회장: 연구하겠답니다. 이단 연구하겠다는 청원. 아까 동의집에 삽입을 좀 해 주시죠.
총대들: 예. 허락이요.
총회장: 예. 삽입한 것으로 보고받았습니다. 들어가십시오. 
(신학부 서기 퇴장.)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35초.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이승희 총회장)이 이번 103회 총회에서 복음주의 단체들의 사상과 성격을 연구하겠다고 보고하고 처리되기까지 소요된 시간이다. 이승희 총회장은 이 단체들을 '이단 조사'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했고, 총대들도 별다른 말 없이 "허락이요"를 외쳤다.

신학부장 오정호 목사(새로남교회)가 이단 조사는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어쨌든 총대들의 동의 덕분에 청어람ARMC(청어람),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 <복음과상황>, 성서한국, 기독연구원느헤미야(느헤미야), 좋은교사운동(좋은교사) 등 6개 단체는 103회기 신학부 조사 대상이 됐다. 어떤 이유에서, 무슨 목적으로 이들을 연구하는지는 보고서에 나와 있지도 않았고, 궁금해하는 사람도 없었다.

이 단체들은 교회 안팎에서 한국교회가 늘 일으키는 사회적 사건·사고에 쓴소리를 내고 어떻게 하면 교회를 쇄신할 수 있을지 고민해 온 곳들이다. 대안을 찾고 교인들을 각성하려 애써 온 이들이 별다른 논의나 이유 없이 '조사 대상'이 됐다.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 고군분투해 온 이들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뉴스앤조이>는 예장합동 결의를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 이들이 예장합동 눈밖에 났을지, 단체 대표들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9월 18일 서울 필동 희년평화빌딩에서 진행한 좌담에는 청어람 양희송 대표, 성서한국 안성영 사무총장, 개혁연대 김애희 사무국장, <복음과상황> 옥명호 편집장, 좋은교사 김정태 공동대표, 느헤미야 배덕만 교수가 참여했다. 사회는 <뉴스앤조이> 구권효 편집국장이 맡았다.

좌담에 앞서 단체 대표들이 예장합동 결의 상황을 시청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양희송 대표, 안성영 사무총장, 김애희 사무국장, 옥명호 편집장, 김정태 대표, 배덕만 교수. 뉴스앤조이 최승현

- 먼저 연구 대상 단체에 선정된 소감(?)을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양희송 / 황당하다. 이번 총회 기간 교계의 최대 관심 사안은 명성교회 세습이었다. 어떻게 결론 나는지 지켜보고 있었고 그 외에는 이슈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엉뚱한 뉴스가 들려서 도대체 뭔가 싶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자세한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결의 자체도 교단에서 이런 식으로 대충 해 버리고…. 뭐가 문제라는 건지 궁금하다. 6개 단체의 활동 분야도 다 다르고. 아직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다.

안성영 / '또 시비 거나' 하는 마음이 컸다. 여기에 반응해야 하나 싶었다. 처음 이 소식을 전화로 들었는데, 그냥 그러려니 했다. 한편으로는 한국교회 교단들이 여전히 성서한국을 이런 식으로 바라보고 있고, 그 시선이 전혀 바뀌지 않은 현실이 안타깝고 아쉽다.

김애희 / 나는 예장통합 총회에 있었는데, 개혁연대 간사들이 연락해 와서 기사를 찾아봤다. 이 사안은 대응이 필요하겠다 해서 개혁연대 집행위원회와 이사회에 보고했는데, 내부 반응은 미지근했다. 우리는 늘 이런 시비에 휘말렸고 불온 단체에 이름을 올리기 때문에 새삼스럽지 않았던 거다.

다만, 교단에 속한 목사님들은 "예장합동이 결의하면 그다음에는 예장고신이 자연스럽게 이어받는다"고 하더라. 그런 지점에서는 고민이 있다. 교단 안에서 뿌리를 두고 개혁연대 활동하시는 분들에게 입지가 좁아지는 효과를 주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있었다.

옥명호 / 우리는 10월호 마감 중에 이야기를 들었다. 어이가 없었다. 기자들도 바빠서 그냥 웃어 넘겼다. 리스트를 보면서 오히려 좀 의아하긴 했다. 좋은교사는 여기 왜 들어갔고, 왜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빠졌을까. 기준이 뭔가. 이런 얘기를 실무자들과 잠깐 얘기하고 다시 마감 모드로 넘어갔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딱히 대응할 사안인가 싶어서 이사회에도 별도로 보고하지 않았다.

김정태 / 좋은교사 내부에서는 당황스럽고 황당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한편으로는 감정적으로는 불쾌한데,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환영할 만한 일이라는 반응도 있다. 예장합동이 연구하고 알아보겠다고 하니, 이번에 예장합동과 소통할 기회, 좋은교사를 알릴 기회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이사들에게 연락했는데, 맞대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하더라. 강경한 분들은 내버려 두라고 하기도 한다. 예장합동이 하는 것을 보고 차근차근 대응하자는 것이다.

배덕만 / 우리도 비슷한 생각이다. 일차적으로는 짜증나고, 귀찮고, 할 일이 많은데 쓸데없는 일이 또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다는 걱정이 있다. 우리 교수들을 초청했던 교회의 교역자들과 느헤미야에 오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부담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일이 더 커지지 않더라도, 이 단체들에 압력과 부담을 주자는 예장합동의 의도는 관철되겠다는 걱정이 있다.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얘기 나눈 적은 없다.

양희송 대표는 "문제 제기한 사람조차 왜 여섯 단체를 연구하겠다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그간 일부 극우 개신교인이 복음주의 단체들을 종북 단체라고 비방하기도 했다. 이런 데 공식 대응하지 않은 게 이번 결의에도 영향을 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왜 이 여섯 단체를 연구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생각하나.

양희송 / 좋은 단체라고 찍은 건 아니니까 불쾌한 일이다.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저쪽에서 아무런 설명도 없는데 우리가 먼저 '이게 문제가 됐나', '저게 불편했나'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대체 뭘 가지고 문제 삼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최소한 총회에서 논의될 정도면, 사전에 개별 단체에 질의를 하거나 의사 타진이 있을 법도 한데, 아무것도 없이 갑자기 결의됐다. 여섯 단체를 몇천만 원이나 들여서 조사하는 이유가 뭔가. 예장합동 총회가 이걸 입증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

총회에서 결의된 과정도 우스꽝스럽고, 심지어 오정호 목사 인터뷰를 봐도 본인도 명쾌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이게 뭐하자는 건지 피차 설명이 안 되는 황당한 상황이다. 문제 제기한 사람들조차 설명하지 못하는 무책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총회가 사과하든 취소하든 해야 한다. 그냥 웃고 지나갈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성서한국·개혁연대 등을 '종북' 단체라고 주장해 법적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이 몇몇 단체를 종북이라고 몰아붙인 이유는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때문이었다. 복음주의권 단체들의 활동이 사랑의교회에 위협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결의도 공교롭게 오정현 목사의 동생 오정호 목사가 나섰기에, 우리로서는 사랑의교회와의 개연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것도 문제다. 사랑의교회의 적이라고 간주되면 교단의 적이 되는 건가? 개인의 원한 관계를 교단 전체 문제로 비화하는 건, 교단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장합동도 총회의 의사 결정이 개교회 이해관계에 이용되는 게 바람직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

옥명호 / 방금 결의 과정을 영상으로 보면서 더 어이가 없었다. 특히나 신학부에서 청원을 올렸는데, 결정하는 시간이 너무 짧게 휙 지나가서 결정을 제대로 한 건가 싶다. 예산이 100~200만 원도 아니고 수천만 원인데 저렇게 짧게 결정을 하나. 신학부에서는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논의해서 올렸을까 의심도 든다. 신학부 내 개인이 발의해 대충 동의받아 올린 것은 아닐까.

<복음과상황>은 실무자 네 명의 작은 단체다. 예장합동에 상대가 되겠나. 그들이 무슨 진단을 내리고 연구 결과를 내든 우리가 대응할 수 있을까. 총회장이 알고 했건 모르고 했건, 거대 교단이 "이단이다"고 판정했을 때, 우리가 "아니다"고 대응하는 게 유의미할까 생각해 보게 된다.

예장합동이라는 교단에 비해 복음주의 단체들은 재정으로든 규모로든 한 줌인데, 무엇을 두려워하는 걸까. 과연 예장합동 교단 교인들이나 신학부에 그들이 두려워하는 <복음과상황>이 몇 부나 배송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잡지를 연구하려고 수천만 원을 들이나. 1년에 6만 원(연간 구독료) 내면 다달이 충분히 연구하고도 남을 텐데.(웃음) 자기들이 자리 잡고 있는 기반이 흔들리고 있고, 이대로는 자신들의 자리가 유지되지 않을 것 같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옥명호 편집장은 "예장합동이 여섯 단체를 조사하는 배경에는 '위기감'이 있다"고 진단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양희송 / 사실 이 여섯 단체를 공통으로 묶을 수 있는 게 없다. '종북 좌파', '동성애'라는 프레임을 씌우려 해도, 단체마다 입장이 다 다르고 결정된 입장이 없는 곳도 있다.

오히려 이 여섯 단체를 하나로 꿸 수 있는 건 명성교회 문제다. 최근 명성교회 세습 반대 집회를 함께했다. 그것 외에 여섯 단체가 입장을 같이한 것이 없다. 그런데 또 세습 반대 집회에 함께한 기윤실과 기독법률가회(CLF)는 빠졌다.

명성교회 세습은 예장합동의 이슈가 아니다. 게다가 당사자인 예장통합은 세습을 바로잡기 위해 온 노력을 기울였는데, 예장합동은 문제 삼는다?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면 예장합동에서 화가 나는 건가? 상상하기는 어렵지만, 그만큼 달리 설명할 수 있는 길이 없다는 것이다.

배덕만 / 두 가지 생각이 든다. 먼저 우리를 조사하겠다는 곳이 이대위가 아니라 신학부다. 김용의(순회선교단)·정이철(<바른믿음>) 목사 문제는 이대위에서 논의하고, 우리는 신학부에 올라갔다. 이 사람들도 우리를 이단으로 접근하는 건 아니고, 설립 취지나 교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전수조사해 보겠다는 의미인 것 같다.

그런데 대상 선정 과정이 성실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이런 단체들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면, 명단을 공개하기 전에 이런 자리를 만들어 물어보면 될 것 아닌가. 선의의 기회로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도무지 이 사람들은 그런 의지나 생각이 없었는지 아쉽다. 브레이크 고장난 전차처럼 파국으로 가서 부딪치는 것 같다. 섣부르게 명단을 공개한 것에는 분명 책임을 물어야 한다.

왜 이 6개일까. 생각해 보면 오정호 목사가 했던 말 속에 뼈가 있는 것 같다. 최근 한국교회에 복음주의 진보 진영의 목소리가 점점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고 있다. 단체 규모와 상관없이 (조사 대상을) 이 영역에서 선정한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복음주의 운동 단체들이 지난 10년간 한국교회가 파행하는 것에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이런 단체들이 10년 전에는 듣보잡이었는데, 한국교회 파행 속도가 빨라지면서 여기에 다녀가는 교인이 점점 늘어난 것이다.

그런 교인들이 교회에서 질문하는 사람이 되고, 일탈하는 목회자를 비판하고, 가나안 교인이 되었다. 이 현상이 목회자에게 상당히 부담된 것이 아닌가 싶다. 교회가 개혁되는 긍정적인 모습이지만, 교회에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고 전혀 변화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부정적으로 보일 것이다. 이런 의견이 다양한 루트로 오정호 목사에게 전달되었을 거라 본다.

안성영 사무총장도 예장합동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떄문에 '낙인찍기'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봤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최근 몇 년간 교단들이 사상 검증을 많이 하는 추세다. 동성애는 말할 것도 없고, 여러 단체와 인물을 자꾸 조사하는데, 실제로는 별 논의도 없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양희송 / 개신교 내부에서는 대체로 건강한 토론이 진행되지 않는다. 여유 있게 토론이나 논쟁하기보다는, 상대를 쉽게 이단으로 낙인찍는다. 이런 현상은 사실 종교개혁 이전부터 있었다.

최근 교단에서 이단 연구가 많아지는 것은, 교단이 그만큼 인내심을 잃고 있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토론이나 연구 없이 적대적 관계로 쉽게 만들어 버린다. 상대에게 손쉽게 데미지를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방식이 언제나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교단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것이다.

안성영 / 구체적으로는 교인보다는 목회자들이 위기의식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더 이상 "교회란 이것이다"고 제시하지 못한다. 그러니 "저건 교회가 아니다", "우리가 진정한 교회다"는 방식으로 낙인을 찍는 것이다. 아무리 예전 프레임으로 강조해도 교인들이 설득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 벌어지니까, 혐오와 낙인의 방식을 사용하는 것 같다.

배덕만 / 이단을 남발하는 교회는, 정치범을 남발한 군부독재나 식민 통치와 비슷하다. 정상적으로 국가를 통치할 힘을 잃었을 때, 의식 있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면 때려서 감옥에 넣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예전 방식으로 더는 한국교회가 품을 수 없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내가 왜 교회에 남아 있어야 하는지 답을 찾으려 한다. 이런데도 교회는 전근대적 패러다임을 계속 유지하고 강요하니, 교회와 어긋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복음주의 운동 단체를 만나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다.

이 현상을 교회가 새로워지고 건강해지려는 계기로 삼지 않고, 시장의 점유나 상실로 이해하면 위기라고 느끼게 된다. 잘만 수용하면 자기 갱신의 기회일 수 있다. 그러나 이단 선고, 마녀사냥으로 족쇄를 채우면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최근 교단 총회는 늘 교회 역사에서 실패해 온 앙시앵레짐(Ancien Régime, 2%의 귀족층이 98%의 농민층을 지배하고 부와 재산을 독점했던 프랑스대혁명 이전의 구체제를 일컫는 말)의 모습을 보인다. 우리가 언제 진짜 한국교회 망하라는 소리를 했는가. 건강하게 하자는 건데, 이걸 도전과 경쟁으로 받아들이면 더 손쓸 기회가 없을 것이다. 이게 안타깝다.

옥명호 / 독재 전제정치를 얘기하니 <나니아 연대기>가 생각난다. 마지막 전투에 '진저'라는 원숭이가 등장한다. 진저는 당나귀에게 사자 가죽을 씌우고 "이분이 바로 아슬란이다"고 말하며 다른 동물들을 통치하기 시작한다.

진저가 나니아를 지배하고 통치하는 심리적 기제는 '공포'다. "아슬란에게 복종하지 않으면 그날로 밥이 될 거다"라면서 어수룩한 동물들의 공포심을 자극한다. 자기가 아슬란의 대언자 노릇을 하면서 실제로 지배자가 된다.

가짜가 이용하는 기제는 '공포'다. 교단 총회든 뭐든 자꾸만 이단이라 하고 검증하려 한다. '종북 좌파'나 '동성애'라는 낙인도 마찬가지다. 한국교회에는 동성애에 대한 공포감, 불안감을 이용해 "네 자녀가 그렇게 될 것이다"고 불안을 조성하는 패턴이 있다. 진짜를 보여 주면 되는데, 그러지 않는다.

양희송 대표 신간 <세속 성자>(북인더갭) 머릿말이 인상적이었다. '진격의 거인'이라는 애니매이션을 인용했더라. 거인의 공격을 받는 인류는 높은 세 개의 장벽을 쌓고 안에서만 버틴다. 세 번째 장벽이 뚫리니 두 번째 장벽 안으로 몰려든다. 한국교회 현주소를 보여 주는 우화처럼 보였다. 세상의 변화는 무시하고 자꾸 안으로만 파고들고 게토화하는 것이다.

김애희 사무국장은 외부 도전 없이도, 교회가 자성하고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교인들의 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한국교회가 좋은 상황은 아니다. 이번 예장합동의 조사 결의를 계기로, 오히려 복음주의 운동 단체들이 좀 더 역할을 해 주면 좋겠다는 여론도 있다. 서로 연대해 시너지를 내 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안성영 / 성서한국은 복음주의권에서 사회참여를 지향하는 교회와 단체 연합이다. 지금은 청년 대상으로 사회참여 운동, 하나님나라 운동을 일으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탈교회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성서한국 운동이 그동안 교회 내 운동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탈교회 청년들을 위한 사역까지 확장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옥명호 / 우리도 어떤 모양으로든 조금씩 연대해 왔다는 생각은 든다. 다만 우리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해 왔는지는 의문이다. <복음과상황>은 매체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오늘 모인 분들의 혜안을 들으러 왔다.

양희송 / 내 저작과 활동들이 탈교회를 부추기는 거 아니냐는 비판을 받지만, 정반대로 교회가 망하지 않게 자꾸 붙잡는다는 비판도 받는다. 교회가 빨리 망해야 대안도 빨리 나온다는 것이다. 교회사에서 교회가 제도 때문에 경직될 때, 교회 바깥에서는 '패러 처치 운동'과 같은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제도 교회가 시간이 지나면서 이 운동을 일부 흡수해 자양분으로 삼기도 한다. 현명한 사람은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빨리 읽어 내고 새 에너지를 자신의 동력으로 삼으려 할 것이다.

우리는 체제가 밀어내면 밀려날 수밖에 없다. 체제 바깥에서도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스스로 자본을 모으고 역량을 갖추는 일에 주력해야 하지 않나 싶다. 이번 사건을 보고 많은 분이 복음주의 단체에 후원을 결심했다는데, 더 많은 분이 새로운 운동이나 흐름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는 것 같다. 우리만 잘하면 될 것 같다.

김애희 / 개혁연대 활동은 철저히 교회 안 운동이었다. 제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견제하고 긴장하게 하는 일이었다. 그 결과 교회가 없어지거나 리더십이 교체되는 변화가 생기기도 했다. 우리는 그렇게 생기는 갈등이 긍정적인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교인들을 설득하고 상담했다.

앞으로 교회 안에서 변화를 만들려는 분들이 시도할 수 있는 대책과 실천이 무엇인지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외부 공격이나 도전 없이도, 교회가 자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강단 권력 앞에서 승복하지 않고 변화를 만들어 내는 교인이 나오면 좋겠다. 개혁연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 한 가지는 더 적극적으로 거리에 나와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명성교회 세습은 2013년 개혁연대가 처음 문제 삼았다. 그때 개혁연대.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만 명성교회 앞에서 시위하다가 두드려 맞았다. 지금은 신학생과 교수들, 단체들이 함께 이름 올리고 발맞추고 있고, 다른 복음주의 단체와 촛불 시위도 했다. 앞으로도 교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존재만으로도 불편하게 하면서 이름값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정태 대표는 오늘날 교회가 삶을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한, 다음 세대는 교회를 계속 떠날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김정태 / 초창기 좋은교사의 문제의식은 기성 교회가 삶에 대해서 답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기독 교사'라는 건 그냥 교회 다니는 교사, 학교에서 전도하는 것으로 인식됐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 문제는 정말 삶의 문제다. 최근에는 세월호가 큰 계기가 됐다. 세월호는 바로 우리 아이들의 문제인데, 교회는 이를 정치권력 문제로 이야기했다.

2014년 당시 우리 아이가 중3이었는데, 어느 날 주일예배 때 목사님이 세월호 관련 설교를 했다. 세월호 희생자 부모들이 하나님이 내린 정부 권위에 순종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아이들이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지금의 교회도 삶을 제대로 해석하고 설명해 주지 않는다. 어린 세대들은 계속 튕겨 나가게 될 것이다.

명성교회 세습도 그렇다. 이를 지켜보는 아이들에게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얘기해 줘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바른 목소리를 내는 다른 단체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번에 명성교회 세습 반대 집회에 함께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다. 우리가 아무리 교육 운동을 해도, 한국교회가 이렇게 공멸한다면 아이들에게 신앙적으로 무엇을 전수할 수 있을까. 명성교회 세습 반대 촛불 집회로 알을 깬 느낌이다. 앞으로도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부분은 연대할 것이다.

배덕만 / 예장합동 교세 통계를 보면 교인 수는 줄고 교회와 목사 수는 늘었다. 반면 10여 년간 우리를 찾는 교인들은 늘어났다. 교인들에게는 문제의식이 있다. 이게 교회 안에서 해결되지 않으니 밖으로 다니면서 잡지 읽고 대회에 참여하고 공부하러 다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우리가 서로 잘 연대해 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우리는 교회에 필요한 영역 중 채우지 못한 부분을 개발하고 다변화·세밀화해야 한다. 빈 퍼즐을 채우고, 있는 퍼즐들의 규모를 더 단단하고 규모 있게 하는 것이다. 각 단체가 자기 영역을 잘 맡으면서, 상황별로 연대할 수 있는 기동력을 키워 나가면 좋겠다.

젊은 세대를 이 운동에 동참시키는 것이 과제다. 우리가 30년 전 모시던 선생님이 아직도 강의하고, 그때 대학생들이던 우리는 중늙은이가 됐다. 나도 50이 넘었는데 느헤미야에서 막내다. 30~40대 후배가 보이지 않는다. 각 단체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배덕만 교수는 배움을 갈망하는 교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들을 이끌 차세대 복음주의 리더들도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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