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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미국장로교회(PCUSA)는 한국교회와 긴밀한 관계에 있다. 교단 총회가 열리는 9월이면, PCUSA 관계자들이 한국을 방문해 축하 덕담을 나눈다. 역사적으로 PCUSA가 한국교회에 미친 영향이 크지만, 최근 보수 성향의 한국교회가 PCUSA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동성애 이슈 때문이다.

PCUSA에는 한인교회전국총회가 있다. 사무총장 박성주 목사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김충섭 총회장) 103회 총회를 방문해 총대 100여 명을 대상으로 PCUSA 동성 결혼 허용 과정과 한국교회가 오해하고 있는 점 등을 설명했다. 박성주 사무총장은 총회 둘째 날 9월 18일 오전 'PCUSA 동성애 이슈의 논의 과정'이라는 제목으로 주제 강의를 맡았다.

미국 사회 변화 맞춰 지속적 논의
반대파 소신 보장 위해
교회·당회에 주례 자율권 보장

박성주 사무총장은 한국교회가 PCUSA의 동성 결혼 허용 과정을 오해하고 있다고 했다. PCUSA가 하루아침에 동성 결혼을 허용한 것도 아니고 40년 가까이 논의한 끝에 결의한 것이라고 했다. 박 사무총장은 "그동안 동성애 이슈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한인 교회에나 폭탄 하나 떨어진 이야기였지 미국 교회는 아니었다. 1970년대부터 이 논의를 이어 왔다"고 말했다.

박성주 사무총장은 PCUSA가 동성 결혼을 허용하기까지 논의 과정을 설명하며 "한국교회도 피해 갈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PCUSA는 2014년 총회에서, 헌법에 명시된 결혼의 정의를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에서 '두 사람의 결합'이라 변경하기로 결의했다. 박 사무총장은 "이 결의가 있기까지 10여 년 정도는 총회가 열리기만 하면 이 문제로 다퉜다. 다른 논의를 할 수 없을 정도여서 중요한 정책은 하나도 하지 못했다.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PCUSA가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데는 미국 사회 변화가 한몫했다. 헌법 수정 결의가 통과한 2014년에도 이미 여러 주에서 동성 결혼을 인정하고 있었다. 이어 2015년 6월에는 미국 전역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했다. 이에 교단은 특정인을 회원으로 받지 않을 수 없다는 '차별 금지 원칙'과 하나님의 사랑에서 배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포괄성 원칙'에 근거해 논의를 심화했다.

교단 안에서는 동성 결혼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갈라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북장로교회와 미국남장로교회로 분열됐던 교단이 연합해 PCUSA가 됐는데, 다시 갈라질 수 없다는 목소리도 컸다. 이에 교단은 헌법을 수정하지만 한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교회와 당회가 동성 결혼을 수용할 뿐만 아니라, 거부할 수 있는 자율권을 헌법에 명시했다. 박성주 사무총장은 많은 언론이 이 같은 내용을 잘 소개하지 않고 PCUSA 소속 목사·교회는 무조건 동성 결혼을 주례해야 하는 것처럼 왜곡 보도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동성애 문제는 하나님 앞에서 개인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며, 어느 누구도 특정 선택을 강요할 수 없다는 내용을 헌법에 넣었다. 목사와 당회가 자율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헌법에 보장했다. 반동성애 진영에서는 동성 결혼을 거부하면 처벌받는 것처럼 선동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최근 호주연합교회(UCA) 역시 PCUSA와 유사한 법안으로 통과했다. (저들은) 동성 결혼을 허용했다는 것만 강조하지, 자율권을 보장했다는 내용은 알려 하지 않는다."

헌법 수정 이후 떠난 한인 교회 15개 미만
"기장도 사회와 소통하며 변화 준비해야"

박성주 사무총장은 이 정책이 통과된 이후 PCUSA 한인 교회가 한동안 혼란을 겪었다고 했다. 박 사무총장은 "한인 사회에서 동성애 이슈는 한국 논의 수준과 비슷하다. '인권'을 이야기하면 자유주의에 물든 것처럼 표현한다. PCUSA의 행보를 보며 보수적인 한인 교회들이 PCUSA 목사·교인들을 공격했다. 그때도 '이단'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렇게 공격받는 게 때로는 교회 분열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성주 사무총장 강의는 기장 총대들의 높은 관심을 샀다. 총대 100여 명이 참석해 강의를 들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그렇기에 한인교회전국총회 차원에서 선언문을 발표했다. 교단이 동성 결혼 주례의 자율권을 개교회에 보장했고, 소속 한인 교회들은 신앙적 양심에 입각해 동성 결혼을 허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교단 헌법을 존중하며 교단과 공존하는 방법을 택했다. 지금도 PCUSA 총회에는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모임이 있고 교단 내에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박성주 사무총장은 이런 다양한 노력에 힘입어 헌법 수정 이후 교단을 떠난 교회는 15개 미만이라고 했다. 동성 결혼 이슈로 PCUSA가 어떤 교단인지 교단의 역사·정체성 강의를 듣고, 이것이 교인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고 봤다. 그동안 사회에서의 교회 역할에 깊게 생각해 보지 않은 교인들도, 기독교의 사회참여를 두고 고민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동성애 이슈는 피해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교단이 주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박성주 사무총장은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 트렌드를 보면 한국교회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금처럼 논의를 원천 봉쇄하면 나중에 더 큰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동성애 문제는 피해 갈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는 사회와 소통이 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미국 한인 교회의 젊은 세대는 한 번 한인 교회를 떠나면 잘 돌아오지 않는다. 윗세대가 사회와 단절된 채 무턱대고 동성애를 반대하는 모습을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다. 이민 교회, 한국교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현실이다. 교회 지도자들이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두고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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