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소속 개혁 단체들이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는 '이단성'이 높다"고 결의한 103회 총회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예장통합 일하는예수회·기독여민회·예장농목·호남신대교권회복대책위원회는 9월 17일 성명에서 총회는 임보라 목사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4개 단체는 "임 목사의 사역은 기장 교단에서도 인정하는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선교다. 이 사역을 이단적이라고 폄훼하는 판단은, 자매·형제 된 교단에도 섬돌향린교회 공동체에도 임 목사 개인에게도 크나 큰 상처를 안겨 주는 무례한 행동이다"고 했다.

퀴어신학에 대한 판단도 유보해야 한다고 했다. 4개 단체는 "총대들 대부분은 '퀴어신학'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다. 이단성 여부를 판단할 시기가 아니라 연구하고 논의할 때이다. 해방신학, 민중신학, 오순절신학 역시 초기에는 이단성 시비에 휘말렸던 역사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래는 성명 전문.

제103회 예장통합 총회의 동성애 관련 청원과 결정에 우려를 표명하며

아래의 내용은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제103회 총회에 올라온 동성애 관련 청원들이다.

"동성애자 및 동성애를 지지하는 자는 신학대학원 입학을 허락하지 말 것이며 목사 고시도 치를 수 없게 해야 한다. 전국 7개 신학교 교수, 직원, 학생을 전수 조사하여 동성애자 및 동성애를 지지하는 자를 걸러내 수업을 제한하고 교수 재임용을 거부해야 한다. 성소수자를 위한 목회 활동을 하고 있는 기장 교단의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의 사역에 대해 그리고 퀴어신학에 대해 이단성이 높다고 판단해 달라."

이번 103회 총회에 올라온 청원에 따르면 본 교단의 신학교에 학생으로 입학하거나 직원으로 또는 교수로 임용되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의 성적인 지향을 고백해야 한다. 교단 산하 신학교에서는 동성애와 관련된 가치중립적인 이성적, 학문적 연구도 불가능하게 된다. 103회 총회의 이 같은 청원과 가결은 앞으로 많은 법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혹독한 사회적 질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사회 속에서 교회의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물론 이 같은 청원을 내고 가결한 총대들도 동성애 관련 청원과 가결이 초래할 많은 문제점을 어느 정도는 예상하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103기 총대들이 더 시급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게 있었으리라. 그것은 기독교 신앙의 정체성을 보존하고자 하는 진심이요, 충정의 발로라고 본다. 하지만 동성애자나 동성애 지지자들을 신학교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고, 동성애에 대한 이성적, 학문적 연구의 자유마저 불허해야만 기독교 신앙의 정체성을 바르게 고수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총대들의 진정성과 별개로 냉정하게 질문해 보아야 한다.

기독교 신앙이 주장하는 진리의 내용은 20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이성에 기반을 둔 다양한 학문적 심판대 앞에서 그 진리의 진위 여부를 끊임없이 시험당했다. 때로는 기독교 신앙이 이성과 학문의 심판대 아래서 갈가리 해체되고 말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에 이르는 기독교의 역사는 이성과 신앙의 관계에 관한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이성의 심판대 앞에서 무너지고 해체되는 것은 신앙이 아니라 신앙의 외피를 두른 우상이요, 미신일 뿐이다."

이성은 신앙을 파괴하지 않는다. 이성이 파괴하는 것은 신앙의 허울을 두른 우상과 미신일 뿐이다. 따라서 건강한 기독교 신앙은 다른 모든 학문들과 다름없이 이성적, 학문적 척도 아래서 연구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어떤 이성적 질문도 억압하지 않는 전통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훌륭히 지켜 왔을 뿐만 아니라 그 지경을 광범위하게 넓혀 왔다.

이와 같은 이성과 신앙의 변증법적 긴장을 자산으로 삼아 교회와 신학의 지경을 시간적으로는 종말에 이르기까지 공간적으로는 땅끝까지 확장시켜 온 교회 역사에 근거하여 이번 103회 총회 총대들에게 다음과 같이 권면한다.

첫째, 예장통합 총회는 시대의 질문에 직면하라!

교회는 시대의 질문에 응답함으로써 기독교적 진리의 보편성을 세상 앞에서 변증해야 할 사명이 있다. 그러나 이번 103회 총회에서 동성애와 관련하여 청원하고 결의한 내용을 보면, 교계뿐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대단히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는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 금지와 관련한 이성적, 학문적 토론의 장으로부터 미리 겁을 먹고 꽁무니를 빼는 모양새다. 이는 비겁한 일일뿐 아니라 믿음 없는 태도이다. 시대의 질문에 응답할 의무를 회피하는 것은 "땅 끝까지 이르러 모든 민족을 제자 삼으라"는 교회의 머리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 명령으로부터 도망가는 일이다.

둘째, 총회는 동성애와 관련된 학문적 연구의 자유를 신학교에 허용하라!

동성애와 관련된 신학교의 자유로운 학문적 연구에 대한 억압은 2000년의 역사 속에서 교회가 맺어 온 이성과 신앙의 아름다운 동반자적 연합을 깨는 일이다. 학문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는 신학생들의 영적인 상상력을 빈곤하게 만들며 기독교 신앙의 지경을 교회 안에 축소시키는 퇴행적 결정이 될 수 있다. 또 이러한 결정은 기독교 신앙을 교회 밖에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비이성적인 주장으로 치부하도록 만드는 자해적인 결정이 될 위험이 있다.

셋째, 총회는 기장 교단, 섬돌향린교회 담임목사인 임보라 목사와 퀴어신학에 이단성이 있다는 판단에 대해 사과하고 판단을 유보하라!

기장 교단은 통합 교단과는 자매요 형제나 다름없는 교단이다. 그리고 임보라 목사의 사역은 기장 교단에서도 인정하는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선교다. 이런 임보라 목사의 사역을 이단적이라고 폄훼하는 판단은 자매요 형제된 교단에게도, 섬돌향린교회 공동체에게도, 온갖 모욕에도 불구하고 성적 지향으로 인해 소외된 이들을 위해 사역하는 임보라 목사 개인에게도 크나 큰 상처를 안겨 주는 무례한 행동이다.

아울러 퀴어신학에 이단성이 있다는 결의 역시 마땅히 유보해야 한다. 퀴어신학의 이단성 여부의 판단에 참여한 총대들 대부분은 '퀴어신학'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퀴어신학에 대한 이단성 여부를 판단할 시기가 아니라 연구하고 논의할 때이다. 이제는 당당하게 공교회의 신학으로 인정받는 해방신학, 민중신학 그리고 오순절신학 역시 초기에는 이단성 시비에 휘말렸던 역사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2018년 9월 17일 
연명 기관: 일하는예수회, 기독여민회, 예장농목, 호남신대교권회복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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