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총회는 명성교회 세습에 입장 차이를 보였다. 반면 동성애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반대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 103회 총회는 시작 전부터 끝날 때까지 신경전의 연속이었다. 총대들은 명성교회 세습 찬성과 반대로 나뉘었다. 반대가 더 많았지만, 둘째 날 헌법위원회 유권해석을 놓고 표결할 때 찬성이 511표나 나온 것은 예삿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반동성애'는 총대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반동성애는 103회 총회 단일 헌의안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안건이 나올 때마다 "허락이오"를 외치며 논의 한 번 없이 결의했다. 심지어 세습 문제로 날선 공방을 주고받는 중에도, 한 총대가 뜬금없이 동성애 반대 발언을 해 박수를 받는 일도 있었다.

동성애 안건은 총회 셋째 날 9월 12일 집중 논의됐다. 총회 임원회 자문위원회가 요청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반대'를 비롯해, 신학교육부가 요청한 '동성애자 및 동성애 지지자 목사 고시 제한', '동성애자 신학대학원 입학 제한' 등을 결의했다.

총회 분위기는 반동성애 광풍이 불었던 지난해 102회 총회와 비슷했다. 안건을 자세히 설명해 달라는 요청이나, 이런 문제는 심도 있는 연구와 토론이 필요하다는 유보적 입장도 나오지 않았다. 총대들은 족족 "허락이오"를 외쳤다.

'동성애자 신학대 입학 제한' 추진한 
고만호 목사, 이번에는 
신학대 총장들 동성애 사상 검증 시도 

그냥 넘어가는 듯했던 신학교육부 보고는 지난해 반동성애 광풍을 주도했던 고만호 목사(여수은파교회)의 등장과 함께 시끄러워졌다. 102회기 총회장 자문위원과 총회 사회문제대책위원장을 지낸 고 목사가 발언권을 요청했다. 각 신학교 총장들이 총대들에게 인사하고 자리로 돌아간 직후였다.

고 목사는 신학대 총장들에게 성소수자를 인정하는지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서 장신대 임성빈 총장에게 성소수자를 인정하느냐고 물었는데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들었다. 장신대는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신대를 제외한 다른 신학대 총장들 의견도 들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신학대 총장들의 '사상'을 검증해야 한다는 고 목사의 주장에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총대들은 일제히 "옳소", "(다시) 앞으로 나오라"고 외쳤다. 신학대 총장들은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표정을 지은 채 안절부절했다. 보고자로 나선 신학교육부장 박석진 목사가 "총장들에게 그런 요청을 하는 것은 결례"라며 수습에 나서자, 총대들은 외려 거세게 항의했다.

김병옥 목사(대구동노회)는 "어물대며 넘어가려 하면 안 된다. 총장들이 총회 앞에서 '명확하게 지도하겠다', '나는 이 일에 전혀 관계가 없다', '앞으로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학생들을 처벌하겠다'고 엄격히 말해야 한다. 왜 말을 하지 않나. 당장 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총회는 졸지에 신학대 총장들의 청문회장이 됐다. "앞으로 나오라"는 목소리가 계속되는 가운데, 서정오 목사(서울노회)가 발언권을 요청했다. 서 목사는 "유치원생도 아니고 (총장들을) 총회 앞에 내세워 한마디씩 하라는 건 망신 주는 것에 불과하다"며 반대했다. 일부 총대가 지지를 보내면서,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았다.

사회를 보던 림형석 총회장이 중재에 나서며 일단락됐다. 림 총회장은 고만호 목사의 발언 내용을 각 신학교에 공문으로 보내 성소수자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총대들은 림 총회장의 중재안을 박수로 받았다. 신학교육부 보고가 끝나자 신학대 총장들은 서둘러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조용히 진행 중이던 회의는 고만호 목사 등장과 함께 시끄러워졌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세습 물 타기 하려는 유치한 공격"
고만호 목사 "목사로서 할 말 했다"
명성교회 세습 묻힐까 봐
반박 안 한 총대들도 있어

103회 총회에 참석한 A 목사는 9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만호 목사가 너무 나갔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중하라'는 교단 지도자들의 요청에도 고 목사가 무시한 채 또 논란을 야기했다. 작년에는 (반동성애 안건으로) '히트'를 쳤을지 몰라도 이번에는 결례를 저질렀다. 민감한 문제로 신학대를 뒤흔들고, 군중심리를 이용해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동성애 반대에는 동의하지만, 신학대 총장들을 몰아세운 행동은 잘못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B 목사는 "동성애 문제에 있어서 우리 교단만큼 결의하고 적절히 대처한 곳이 있나. 그럼에도 (신학대) 총장들을 공격한 것은 큰 실수라고 본다. 세습 문제를 물 타기 하려는 유치한 공격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너무 나갔다'는 지적을 고만호 목사는 인정하지 않았다. 고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목사로서 할 말을 한 것뿐이다. (결례를 저질렀다는 평가에) 개의치 않는다. 마무리도 잘됐다. 퀴어신학을 이단으로 규정했고, 동성애 결의들도 모두 통과됐다"고 했다.

군중심리로 동성애 결의를 끌어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정했다. 고 목사는 "총대들 수준을 얕보면 안 된다. 노회에서 뽑히고 뽑혀 올라왔다. 신학 사상과 성경관이 확고한 분들로 다 소신이 있고 분별력이 있다. 뭐가 겁이 나서 가만히 있겠는가. 떳떳하게 발표도 할 수 있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 교단은 (동성애 문제에) 확고하다"고 주장했다.

고만호 목사 주장과 달리 동성애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보는 총대들도 있었다. C 목사는 "참 부끄럽게도 반박하기 위해 몇 번을 앉았다가 일어났지만 결국 발언하지 못했다. 비겁한 변명이지만, 자칫 이 문제로 명성교회 세습이 뒷전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나서지 못했다"고 했다.

임보라 목사에게 이단성이 있다고 결의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C 목사는 "'퀴어' 뜻도 모르면서 퀴어신학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사람을 사람으로 인정하고 대우해 주자는 임보라 목사를 매우 이단성이 높다고 결의했다. 이건 신학과 신앙을 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D 목사도 "명성교회 세습 문제가 총회 마지막 날까지 밀리면서 동성애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다음 총회에서는 한번 진지하게 논의해 보자고 제안하려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