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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는 마을 공동체

희년은행 단체조합원 김주선 덕풍동마을쟁이 대표 인터뷰

희년함께   기사승인 2018.09.14  16: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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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은행 단체조합원으로 가입한 덕풍동마을쟁이 김주선 대표. 사진 제공 희년함께

-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덕풍교회 부목사로 있고요. 마을 공동체 덕풍동마을쟁이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덕풍동마을쟁이는 환경과 관련한 여러 활동을 하는 공동체예요. 처음에는 덕풍교회 청소년들과 함께 시작했는데 지금은 다양한 사람이 참여하고 있어요. 지구와 함께 살자는 데 가치를 두고 출발해서 환경 관련 재활용 제품을 많이 만들고 있어요.

비가 오고 나면 비닐우산이 길에 깔려요. 비닐이 약해서 조금만 찢어지면 버려요. 버린 우산을 수거해 그 위에 현수막을 붙이면 3시간 정도는 비가 안 새더라고요. 폐현수막으로 만든 우산을 덕풍동 버스정류장에 비치하고 있어요. 폐현수막으로 만든 가방은, 비닐 사용이 금지된 케냐에 있는 선교사님들께 보내 드리기도 합니다. 지역 어르신들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유통기한이 지난 치약 등을 활용해 곰팡이 제거제, 방향제, 변기 청소제 등을 만들어 푸드뱅크를 통해 제공하기도 하고요.

또 한 가지 주요 사역은 캠페인 사역인데요. 덕풍동마을쟁이는 하남시에 있는 여러 유관 단체와 함께 자살 예방 생명 존중 캠페인을 1년에 2번 정도 해요. 하남시 같은 경우에 미사지구가 들어오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청소년 숫자가 많이 늘었어요. 미사지구는 왕따, 학교 폭력 등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려요. 위례지구 같은 경우, 위례가 송파·성남·하남 세 지역으로 나뉘어 있어요. 같은 학교에 다니는데 지역별로 우열이 나뉘어서 '너는 송파야?', '너는 하남이야?' 하면서 학교 안에 갈등이 있어요. 그게 너무 속상하죠.

하남시 청소년들과 학부모들을 끌어내서 자살 예방 교육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자원봉사 시간을 줄 테니 부모와 같이 나오라고 했어요. 처음에는 교회에서 150명으로 시작을 했죠. 1년에 2차례씩 자살 예방 캠페인을 하는데 3회 때부터는 하남시청 대회의실에서 500명씩 하고 있어요.

자살 예방 캠페인 사역이 중요한 게 교회와 지역이 연합하는 좋은 모델이기도 하고요. 지역 내 갈등을 해소하는 중요한 교육의 장이기도 해요. 하남시에 미사지구와 위례지구가 생기면서 기존 구시가지와 갈등이 생겼어요. 덕풍동은 옛날부터 있던 동네거든요. 구시가지에 그대로 남아 있는 아이들은 신도시에 가지 못한 열등감이 있고, 신도시 사는 아이들은 구시가지 사는 아이들과의 분리 의식이 강해요. 이런 갈등을 캠페인으로 묶어 낼 수 있는 거죠. 해 보니까 효과가 있더라고요.

덕풍동 벽화 작업도 했어요. 재개발 확정된 동네가 있는데, 진행이 안 되니 동네가 엉망진창이었어요. 집주인들은 부재지주라 동네에 살지 않아서 집을 안 고쳐요. 페인트가 벗겨지고 벽이 무너지는데도 거들떠보지를 않아요. 그래서 주인한테 허락을 받고 벽화를 그렸어요. 덕풍동마을쟁이에서 골목 2곳을 '시가 있는 골목', '아름다운 우리말 골목'을 만들어서 그림을 예쁘게 그렸어요. 그랬더니 그 골목이 우범 지역이었는데 사고가 안 생기더라고요.

덕풍동마을쟁이는 폐현수막으로 우산을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희년함께
아이스젤로 방습제를 만들고 있다. 사진 제공 희년함께

- 덕풍동마을쟁이 활동을 하면서 기억 남는 일이 있다면요.

덕풍동마을쟁이가 자살 예방 캠페인을 교회에서 150명, 200명으로 시작했어요. 신청 공지를 올리면 2일 만에 마감이 되고 해서 더 큰 장소를 얻어야겠다 싶어 시청에 가서 회의실을 빌려 달라고 했더니 코웃음 치시는 거예요. 하남시에서 청소년 200명 이상의 행사를 해 본 적이 없대요. 안 될 거라고 허가를 안 해 주는 거예요. 알고 있는 모든 지인을 다 동원해 허가를 받아 500명 규모 시청 강당을 빌렸어요. 500명 신청이 1주일도 안 돼서 마감됐어요. 그러니까 시청에서 완전 놀랐어요. 공무원들이 청소년 관련 행사를 진행해도 200명을 넘겨 본 적이 없는데, '듣보잡' 마을 활동가가 와서 500명 규모 행사를 하니까 놀란 거예요. 그 사건이 저희에게도 도전이 됐고요. 지역사회에 자살 예방의 필요성이 크구나, 아이들의 필요가 있었는데 우리가 몰랐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청소년들은 자원봉사 시간 때문에 자살 예방 캠페인에 많이 오잖아요. 그런데 청소년도 문제지만 40~50대 아빠들도 심각하거든요. 자살률 내려가지 않는 것은 40~50대 영향이 커요. 아이들과 노인들은 교육을 받았는데, 40~50대 남자들은 교육받을 곳이 없어요. 그래서 올해 봄에 모험을 한 번 했어요. 청소년만 오면 안 되고 어른을 데리고 와야 한다고. 3명 이상 오면 선물을 준다고 했어요. 작년 가을에 2명 이상 오라고 했더니 엄마와 오더라고요. 저희는 아빠가 목표니까, 3명 이상 오면 선물을 준다고 했더니, 아빠들이 엄마들 등쌀에 못 이겨 나오는 거죠.

500명 중 성인 비율이 20% 가까이 됐어요. 성인 중에서도 절반 정도가 40~50대 남자들이었어요. 남자 100명 모으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닌데 오시더라고요. 오셔서 저희가 딱지치기, 제기차기 등을 했거든요. 아빠들이 잘하니까 아들 앞에서 어깨가 서는 거예요. 기분 좋게 돌아가셨어요. 가시면서 언제 또 하느냐고, 우리를 바깥으로 끌어내 달라고, 그러면 못 이기는 척 나오겠다고 하세요. 이런 피드백을 받고 많은 보람을 느꼈어요.

벽화 그리고 우산·가방 등을 만들 때 항상 고정적으로 오시는 분이 있어요. 탈북하신 엄마가 아이 둘을 데리고 오세요. 처음에 전화로 참석해도 되냐고 물어보셔서 괜찮다고 했어요. 처음에는 말도 잘 안 하시고 조심하시더라고요. 친해진 다음에 말씀하시기를, 애들이 영향을 받을까 봐 다른 곳에서는 안 받아 준대요. 말투가 다르니까 안 받아 준다고. 그래서인지 여기서도 처음에는 애들이 말을 하지 않다가 지금은 너무 잘해요.

- 덕풍동마을쟁이 규모가 궁금해요. 몇 분이 활동을 하시는지.

덕풍교회 청소년과 외부 청소년 20여 명이 주 멤버예요. 덕풍교회 집사님 몇 분이 행사할 때 항상 등장하시고요. 교회 전도사님 두 분이 많이 도와주시고 교회 청년부에서 행사를 할 때 함께해요. 덕풍동마을쟁이 원식구 20명과 스태프 50여 명을 모집해서 교육하면 70명이 되잖아요. 그 정도면 500명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어요. 교회가 작아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많이 생각하시는데, 덕풍교회도 크지 않아요.

지난번에 '사회적 목회 컨퍼런스' 갔을 때도, 교회가 크니까 그런 활동 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이 계시더라고요. 최소한 500명이 넘고, 1년 예산이 5억은 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그렇지 않아요.

마음이 있으면 할 수 있어요. 500명 하는데, 예산도 몇백만 원이면 할 수 있죠. 저희가 300명 할 때, 예산으로 27만 원을 썼어요. 돈 주기 어려우니까 "현수막 하나만 인쇄해 주세요", "물 300개만 지원해 주세요" 하면서 발로 뛰는 거죠. 저희 교회에서 행사를 하라고 예비비에서 30만 원 떼어 주셨어요. 3만 원 남아서 김밥 사먹었다니까요.

마을에서 벽화를 그릴 때는 마을 분들이 음식을 다 못 먹고 집에 갈 만큼 해 주세요. 벽화 그리고 있으면 부침개, 음료수, 빵이 옆에 쌓여요. 다 못 먹으니까 교회에 가져다 놓았다가 일 3시간 하고, 밥 2시간 먹는 상황이 생겨요. 다 먹고 가야 하니까.

마음이 있고 구두가 닳을 자신이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최근 500명 할 때는 프로젝트로 후원을 받아 넉넉하게 썼어요. 200만 원을 받아 정말 넉넉하게 했죠. 돈 없어서, 사람 없어서 못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요. 마음과 아이디어가 문제인데, 아이디어는 이미 했던 사람들에게 받으면 되고요. '내가 이 일을 하고 싶다', '우리 교회가 이 일에 헌신하겠다'고 하는 내부 동력만 해결되면 될 거 같아요.

덕풍동마을쟁이에서 마을 벽화 그리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희년함께

- 대사회적 공신력과 이미지가 바닥을 치는 한국교회에 좋은 모델이 아닌가 합니다. '사회적 목회'를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을까요.

교회가 세상에 들어갔을 때 교회의 빛 됨이 드러나잖아요. 교회들끼리 모여 있으면 무슨 의미가 있어요. 예수님께서 세상의 빛이 되라고 하셨잖아요.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죠. 덕풍동마을쟁이 활동을 하면서 '사회적 목회'라는 걸 신학교에서 가르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활동을 하면서 공격을 받을 때가 있어요. 얼굴도 모르는 목사님이 페이스북으로 "성경이나 읽어라", "목사가 뭐 할 일이 없어서 애들하고 같이 벽에다 그림 그리고 있느냐". "기도나 열심히 해라. 기도하면 하나님이 다 하신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가 있어요. 60~70대가 그런 말씀을 하시면 이해할 수 있어요. 30대가 하면 심장이 뻐근해지는 거죠.

신학대학원 3년 다니면서 100학점 넘게 듣는데 1~2과목은 '사회적 목회'를 넣어 줘야 하지 않나 생각하면서 더 열심히 활동합니다. 덕풍교회 전도사들은 당연히 교회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알고 있어요. 배우고 싶다고, 교회에서 사역하고 싶다고 연락하는 분들도 있어요. 교회가 크지 않아 사역자를 많이 뽑을 수 없지만,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사회적 목회'를 고민하는 목회자가 많을 텐데, 조언을 해 주신다면.

'사회적 목회 컨퍼런스'에서 덕풍동마을쟁이 사례 발표를 했더니 페이스북으로 질문이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가장 많이 묻는 것이 그런 활동하려면 돈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 몇 명이서 시작할 수 있는지 등이에요. 사모님과 두 분이 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렸어요.

대전에는 폐현수막으로 가방을 만드는 마을 공동체 실마리가 있어요. 제가 컨설팅했는데, 처음에 목사님과 사모님 두 분이 하시다가 마을 사람들이 붙은 거예요. 이번에는 대전시 마을 만들기 사업 지원금도 받으셨다고 하더라고요. 덕풍동마을쟁이는 여러 가지를 하는데, 하나만이라도 맞다 싶은 것을 가져가시면 되거든요.

신촌감리교회에서도 자살 예방 캠페인을 와서 보고 가셨어요. 올해 11월에는 신촌감리교회에서도 자살 예방 캠페인 하신대요. 미팅하면서 자살 예방 캠페인 노하우를 전부 다 말씀드렸어요. 마음과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마음과 의지를 내면 도움의 손길은 곳곳에 있어요.

외부 기고는 <뉴스앤조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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