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신천지 유관 단체 사단법인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이만희 대표)이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대규모 행사를 예고하자, 신천지 피해자들과 지역 교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HWPL은 9월 17일부터 이틀간 '지구촌 전쟁 종식 평화 만국회의'(만국회의)를 연다. 만국회의는 2014년부터 시작한 행사다. HWPL이 전쟁을 종식하고 전 세계 평화를 이루는 데 공헌하고 있다고 자축하는 자리다. HWPL은 매년 회원 10여 만 명이 만국회의에 참석하고, 230개 나라가 생중계로 실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자랑해 왔다.

HWPL은 대표가 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인 신천지 유관 단체로 알려졌지만, 만국회의는 종교와 선을 긋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이만희 대표도 교주가 아닌 영향력 있는 평화 활동가인 것처럼 소개한다. 이단 전문가들은 신천지가 교세를 과시하고, 반사회적 이미지를 세탁하며, 이만희를 우상화하기 위해 만국회의를 연다고 보고 있다.

전피연, 지자체에 항의 공문
"위장 단체 이름으로 허위 대관"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는 지자체가 교회와 가정을 파괴하는 신천지에 공공시설을 빌려주면 안 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신천지가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대형 행사를 연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천 교계와 신천지 피해자 모임은 행정 당국에 대관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홍연호 대표)는 지난달 인천시에 항의 공문을 발송해, 신천지가 위장 단체 이름으로 허위 대관을 했다며 승인을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만국회의가 신청 내용에 나온 대로 단순한 문화·예술 공연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교주 신격화와 내부 결속을 위한 행사"라고 덧붙였다.

전피연 관계자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신천지가 기존에도 다른 이름으로 공공시설을 대관해 왔다. 지난해 '너나들이'라는 봉사 단체 이름으로 발대식을 열겠다며 화성국민체육센터를 빌렸는데, 실제로는 만국회의를 열었다"고 전했다. 그는 신천지가 과거 위장 단체 이름으로 대관을 신청했다가 불허된 사례가 여러 차례 있다면서, 인천시도 대관 승인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천지의 반사회적 활동은 직접 겪어 보지 않고서는 그 피해를 모른다. 신천지에 빠진 자녀들은 가정을 등지고 직장도 관둔 채 신천지 활동에만 몰두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생계를 마다하고 가족을 찾기 위해 전국을 헤매고 있다. 교회와 가정을 파괴하는 반사회적 단체의 활동을 교계가 함께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기독교총연합회(이동원 회장)도 지난달 23일 긴급회의를 열어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이들은 인천시와 인천시설관리공단에 항의 방문하고, 유선과 온라인으로 대관 취소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 청원 홈페이지에도 9월 10일, 신천지에 대관을 취소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신천지는 가출, 이혼, 학업 포기, 부모 고소를 조장해 수많은 가정을 파탄 내는 집단"이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세워지고 인천시민의 복지와 체육 증진을 위한 경기장이, 반사회적 단체인 신천지를 위해 사용되는 일에 절대 반대한다"고 했다. 현재 6500여 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신천지 "HWPL와 관련 없어
만국회의는 종교 행사 아냐"

신천지 총회장 이만희 씨는 HWPL에서 대표를 맡고 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만희 교주가 HWPL 대표로 있고 신천지 교인들이 만국회의에 대거 참석하는데도, 신천지는 HWPL과 관련 없다고 밝혔다. 신천지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인도 다르고 직원들도 다르다. 만국회의는 HWPL이 진행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여기에 물어보지 말라"고 했다.

만국회의 참석자는 대부분 신천지 신도다. 이들은 지파별로 단체 티를 맞춰 입고 행사에 참석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신천지 관계자는 "HWPL에 신천지 교인이 많이 가입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HWPL에는 신천지뿐만 아니라 유교·불교·도교 등 여러 종교인이 있다. 다시 말하지만 만국회의는 종교 행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HWPL 측도 만국회의가 신천지의 종교 행사라는 말은 주장일 뿐이라고 했다. HWPL 관계자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HWPL은 비영리단체로, 정식으로 등록되어 있는 단체다. 신천지와 조직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다. 대표자가 같다고 동일한 단체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만국회의가 다른 이들의 주장처럼 종교 행사라면, 기도나 설교 같은 종교 예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순서가 전혀 없다. 행사 성격 자체가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 "취소하려면 명확한 근거 필요
조만간 최종 결정 내릴 계획"

이단 전문가들은, 신천지가 만국회의를 통해 세를 과시하고 이만희 교주를 우상화한다고 보고 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인천시는 대관 취소 여론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시설관리공단 책임자는 9월 1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HWPL 이만희 대표가 신천지 교주라는 이유로 HWPL을 신천지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 HWPL은 외교부에 등록되어 있는 사단법인이다. 명확한 근거가 없다면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취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피연은 신천지가 2017년 서울시 광화문광장과 장충체육관에서 행사를 신청했다가 불허 통보를 받은 일이 있다며, 인천시가 대관을 취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공단 책임자는 "해당 사례는 신천지 소속 교회가 주최 단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허가 자체가 된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사용 목적과 신청 내용이 다르다면 조례에 따라 취소가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만국회의는 4년째 어떤 지자체에서도 취소된 사례가 없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천시설관리공단은 조만간 대관을 취소할지 말지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공단 책임자는 "대관을 취소하라는 민원이 폭주하고 있어 직원들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담당 직원들이 사용 목적과 신청 내용이 다른지 확인하기 위해 리허설을 참관하는 등 열심히 조사하고 있다. 조만간 임원들이 각종 여론 등을 종합해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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