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이번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서 음향, 무대, 행사 물품, 발전차 등 축제에 필요한 모든 시스템을 총괄 담당하여 함께 준비해 왔다. 사전 미팅, 회의에서 무대와 동선을 짜고 시스템들을 어떻게 배치할지 결정하고 행사만 잘 마치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업계는 지금이 하루에도 일이 여러 건씩 들어오는 성수기다. 전날에도 새벽 2시까지 바쁜 일정을 보내고 집에도 못 들어간 상태로 새벽 4시부터 전 직원이 출근해서 퀴어 문화 축제에 필요한 시스템들을 챙겨 동인천역 북광장으로 출발했다. 도착하니 오전 7시였다. 광장은 이미 혐오 세력 기독교인 수백 명이 점거하고 있었다. 이들은 큰 버스로 입구를 막아 장비 차량이 아예 들어갈 수 없게 해 놓았다.

우리를 발견한 기독교인들은 장비를 실은 차량들을 둘러쌌다. 앞뒤로 자신들 차량을 바싹 가져다 대서 아예 움직일 수 없게 막아 버렸고, 여러 사람이 차량 밑으로 기어 들어가 드러눕는 위험천만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시스템팀과 직원들에게 "행사 못 하니까 돌아가라", "왜 이런 행사를 하냐"며 조롱했다. 결국에는 욕설과 폭언을 쏟아 냈고, 급기야 장비가 들어 있는 차량들을 흔들고 시스템팀 스태프에게 몸싸움까지 걸어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혐오 세력이 더 몰려왔고, 우리는 오갈 수 없게 고립돼 갔다. 성수기인 탓에, 다음 현장 세팅 일정이 있는 무대팀·행사물품팀은 먼저 철수했다. 음향 담당인 우리 회사는 무대 없이 음향이라도 깔아 보자며 자리를 지켰으나, 현실적으로 광장에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게 됐다. 결국에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장비를 내려 보지도 못하고 전부 철수해야 했다.

기독교인들의 점거로 인천 퀴어 문화 축제 주최 측을 포함해, 우리 회사와 모든 시스템팀이 막대한 물리적·정신적·금전적 피해를 봤다. 우리는 이에 대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적극적으로 후속 대응할 예정이다.

드러눕거나 앉는 등 집회 장소를 점거하고 있는 기독교인들. 사진 제공 의철

인천 퀴어 문화 축제는 광장 사용 불허 통보를 받기 전에 이미 관할 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마친 합법적 집회였다. 인천 동구청은 '동성애를 지지하느냐' 등 지지율 떨어지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광장 사용을 불허했다. 광장 사용을 불허해도 집회 신고는 돼 있어서, 어차피 집회는 열릴 것이니 동구청은 한 발 뺀 것이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가장 큰 원인과 빌미를 동구청이 제공한 셈이다.

동구청에서 광장 사용을 허가해 주지 않은 것은 혐오 세력에게 인천 퀴어 문화 축제가 '불법 행사'라는 명분을 제공했다. 다시 말해, 불법 행사니까 광장을 점거해서 막아도 된다는 명분을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불법 집회는 인천 퀴어 문화 축제 주최 측이 아닌 혐오 세력이 한 것이다.

우리는 사전에 서울 퀴어 문화 축제처럼 혐오 세력을 대비해 반드시 펜스를 쳐야 한다고 인천 경찰 측에 강력하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들은 펜스를 준비하지 않았다. 주최 측에서 충분히 안전 문제를 어필했기에 경찰은 광장에서 벌어질 점거 등에 대비해야 했는데도, 당일 경찰의 적극적 대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집회 장소에서 '사랑하니깐 반대합니다'라는 피켓을 든 기독교인들. '사랑해서 반대한다'는 동성애에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이 주로 내세우는 구호다. 사진 제공 조수미

'사랑하니까 반대합니다.'

이번 인천 퀴어 문화 축제를 방해한 혐오 세력이 내건 문구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성소수자 및 집회 참가자들에게 욕설과 혐오와 저주의 언어를 내뱉고 물리적·신체적 폭력까지 가한 그들에게 정말 성소수자를 향한 사랑이 있었을까. '(성소수자를) 사랑하니까 반대합니다'가 아니라 '(하나님을) 사랑하니까 반대합니다'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날 동인천역 북광장에는 차별받고 소외되는 약자들을 억압하고 인간 존재를 부정하며 특정 조건에 부합해야만 예수님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기독교인들로 가득했다. 이 땅에 오셔서 차별받고 소외되고 연약한 자들과 함께하시다가 십자가에 죽기까지 아무 조건 없이 우리를 사랑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과는 달랐다.

기독교가 어떤 특정 대상을 혐오하거나 반대하는 힘으로 유지되고 지탱되며 힘을 얻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서글픈가. 성서의 가르침과도 상충되고 복음적이지 못한 양상이다. 신앙 실천 동기와 원천이 성서와 예수 그리스도에 있지 않고, 혐오 정서와 악마화·타자화한 대상들을 향한 공포 심리에 기반한다면 절대 기독교 신앙이라고 말할 수 없다. 다른 것을 신앙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7월 14일 열린 서울 퀴어 문화 축제 반대 '맞불 집회' 현장. 퀴어 축제 반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들은 대부분 기독교인이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더 많은 기독교인이 혐오와 차별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놓고 혐오 감정을 표출하는 사람들은 제쳐 두더라도, 아직 "동성애는 죄이지만 동성애자는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치고, 관련한 이슈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고상한 방관자인가.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어떻게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해야 한다"고 말만 할 것이 아니다. 실천과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기독교인들의 혐오 방식은 예수님의 가르침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동성애는 죄이지만 동성애자는 사랑해야 한다"는 입장에 있는 보수 복음주의 진영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성경책이나 신학 서적을 펴놓고 읊는 탁상공론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현재 한국교회 상황을 보면, 동성애자를 향한 사랑의 실천을 하는 기독교인들을 '동성애 옹호자', '배교자', 심지어 '이단'으로 몰고 가고 있다. 나도 '동성애를 옹호하느냐'는 사상 검증 질문을 많이 받는 편이다. 이에 나는 "차별에 반대한다"고 답한다. 성소수자이기에 사회생활이나 직장 생활, 신앙생활에서 차별을 받는다면, 이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공개적으로 꾸준히 LGBT 이슈에 입장을 밝혀 왔는데, 득보다 실이 훨씬 많았다. ①몇 년 전에는 모 반동성애 단체의 '친동성애 찬양 사역자 리스트'에 첫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②디제잉 워십으로 집회에 초청됐다가 '동성애를 옹호한다', '사상이 불건전하다', '청소년·청년 교육에 좋지 않다' 등의 이유로 집회가 취소된 경우도 많다. ③올해 강사로 참여했던 청소년 여름 캠프에서는 질의응답 시간에 청소년에게 "DJ진호는 동성애 지지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아 수련회 분위기가 갑자기 싸해지기도 했다. ④인간관계도 많이 끊기고, 전화로 "돈에 눈이 멀어 퀴어 문화 축제 행사를 하느냐", "네가 이러고도 기독교인이냐" 등 우려 섞인 말을 어른들과 선배들에게 듣기도 했다.

그런데도 리스크를 감수하고 계속해서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이유가 있다. 기독교 진영 내에서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차별과 혐오 목소리보다 더 크게 내는 전략이 지금으로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2018년이다.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목소리'와 '차별과 혐오 목소리'를 동등하게 냈을 때, 하나님과 사람 앞에 도태하는 집단은 '차별과 혐오 목소리를 내는 집단'일 것이라는 최소한의 희망을 부여잡는다.

2018년 7월 14일 열린 '서울 퀴어 문화 축제'에서 퍼레이드를 진행하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번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서 벌어진 일을 보더라도 차별금지법은 필요하다. 불법을 자행하고 폭력과 폭언, 물리력을 행사한 이들에게 아무 법적 제재가 없다면, 혐오 정서와 담론은 확대재생산한다. 이 맥락에서 동성 결혼 법제화도 마찬가지다. 동성 결혼 법제화는 저들의 주장처럼 '동성애 독재'의 발판이 아니라, 국민으로서 평등권·시민권·인권에 기초하여 성소수자도 동등하게 법적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성소수자를) 사랑한다면 그 존재를 반대해서는 안 된다. 이들이 동등한 삶을 영유할 수 있는 제도를 하루빨리 도입하도록 연대해야 한다. 혐오 세력이 '차별금지법 반대', '동성 결혼 반대',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만큼, '차별금지법 찬성', '동성 결혼 법제화'를 외쳐야 한다. 이 같은 목소리가 기독교 내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혐오 세력이 "사랑하니까 반대한다"고 말한다면, 나는 "사랑하니까 연대한다"고 말할 것이다. 차별금지법 제정, 동성 결혼 법제화가 이뤄지는 날까지, 기독교인으로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실천 방법을 고민하며 실행해 나갈 것이다. 그 첫 번째로 우리 회사는 내년 인천 퀴어 문화 축제도 후원, 동참하며 연대할 것이다.

DJ진호 / 학부와 대학원에서 조직신학과 생태신학을 공부했다. 20세부터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하다가 그만두고 사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현재 파티 기획 및 무대 기획을 서비스하는 파티·이벤트 대행사 'Stomp!:토탈파티솔루션' 대표를 맡고 있다. DJ 일을 비롯해 '디제잉 워십' 사역도 감당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