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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을 모르나이다

한 성소수자 기독교인의 '인천 퀴어 문화 축제' 후기

의철   기사승인 2018.09.11  12:2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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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에서 처음으로 퀴어 문화 축제가 열렸다. 동구청이 장소 대여 신청을 반려하고, 보수 기독교 단체에서 집회 신고 가처분 신청까지 하면서 막으려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겨우겨우 개최할 수 있게 되었다.

"마귀들과 싸울지라 죄악 벗은 형제여"

9월 8일 토요일 오전 7시. 동인천역 북광장은 축제 분위기는 아니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이웃을 향한 비난의 찬송과 함께 방언 기도가 울려 퍼졌다. 이른 아침부터 모여 있는 수많은 '기독교인'. 이들은 밤을 새워 장소를 점령했다. 경찰은 10시까지 저들을 "치워 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 약속은 이후 행사가 있었던 14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미 한 달 전 합법적으로 집회 신고가 완료된 퀴어 퍼레이드와 집회를, 기독교인들은 '불법'이라 규정했다. 인천기독교총연합회(이동원 회장)와 예수재단(임요한 목사) 등은 2주에 걸쳐 불법 시위, 불법 현수막 게시, 선전전을 진행했다. 축제 전날 밤에는 너무나 영리하게도 무지개로 도배한 차량을 여러 대 주차하고 대형 버스로 입구를 봉쇄한 뒤 밤새 무대를 점거했다.

당일 마주한 모습은 아비규환이었다. 기독교인들은 처절하게 축제 차량 진입을 방해하고, 물품을 도둑질하며, 차 밑에 드러누웠다. 부스 설치 업체 차량 앞뒤에 경차를 주차해, 오도 가도 못하게 가둬 놓기도 했다. 그것은 흔히 알던 중년의 어른들이 아닌, 교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실한' 청년들의 행동이었다.

퀴어 문화 축제 장소인 광장에 드러눕거나 앉아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기독교인들. 사진 제공 의철
퀴어 집회에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은 무지개색으로 채색한 문구가 걸린 '위장 버스'를 입구에 주차해 행사 진행 차량의 진입을 방해했다. 사진 제공 조수미

인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사전에 중부경찰서와 협의해, 반대 측의 불법 집회가 있을 때 경찰이 즉시 해산 조치할 것을 확답받았다. 하지만 경찰은 별 효력도 없는 안전 펜스와 폴리스 라인을 설치했을 뿐이었다. 기독교인들의 불법적인 위력 행사에 그 어떤 제지도 없었다. 그저 멀뚱히 쳐다만 봤다.

여전히 무아無我의 '대적 기도'가 쏟아져 나오고, 연좌하는 기독교인들의 행위는 멈출 수 없었다. 경찰이 다가오면 서로 손을 맞잡고 드러누웠다. 드러누운 채로 방언 기도를 쏟아 내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행위는 끔찍했다. 여경을 폭행하고, 휠체어를 넘어뜨리고, 성소수자에게 욕설을 퍼붓고, 부모를 모욕했다. "너희는 죽어야 한다"며 저주를 퍼부었다. 심지어 한 여성 참가자의 머리채를 잡아끌며 "너희 같은 것들은 강간당해야 정신 차린다"고 내뱉기도 했다. 웬 목사는 경찰을 두들겨 패 수갑이 채워진 채 연행되기도 했다. '음란 축제'이기에 반대한다던 그들은, 어린 자녀까지 대동해 자신의 자녀에게도 폭력을 행하게 했다.

성서 구절이 절로 떠올랐다.

"주여, 저들을 용서하옵소서. 저들은 저들이 하는 일을 모르나이다."

집회 장소에서 '사랑하니깐 반대합니다' 피켓을 들고 있는 기독교인들. 사진 제공 조수미
경찰은 퀴어 축제 반대 세력이 불법 집회를 열면 해산시키겠다고 했지만,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사진 제공 조수미

'사랑'의 이름으로 기독교인들은 성소수자 벗들을 갇힌 공간에 가두었다. 물도, 음식도, 화장실도 없는 공간이었다. 들어가면 나올 수 없고, 나가면 들어올 수 없었다. 갇힌 지 10시간이 지났을 때였을까. 경찰이 밖에 있는 벗들을 들여보내기 시작했다.

사람으로 둘린 여리고성에 콩알만큼 틈이 열렸을 때, 성소수자들은 그 틈으로 들어오는 벗들을 환영했다. 손바닥만 한 공간에 갇힌 채였지만, 가장 작은 자들은 유쾌했다. 그런 모습에서 세리와 창녀를 제자 삼았던 예수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들은 그렇게 여리고성을 무너뜨렸다.

"퀴어 사랑하심 성경에 써 있네" - 예수 사랑하심은
"나는 하나님의 사람, 아름다운 하나님의 사람" - 야곱의 축복
"싹트네 싹터요 내 마음에 사랑이" - 싹트네

고작 기타 하나밖에 없었지만 함께 연대하던 '퀴어'한 기독인들은 찬양으로 서로를 위로했다. 한 시간에 한 발짝밖에 나아갈 수 없었던 행진에서도, 그들은 무지개 십자가를 펄럭이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찢겨 나간 무지개예수의 만장을 보았을 때, 성체를 끌어안고 울부짖던 문정현 신부가 겹쳐 보였다면 과한 착각이었을까.

고작 400m 남짓한 거리를 5시간 동안 행진하고, 뒷정리를 위해 광장에 다시 도착했다. '동성애 반대', 'NAP 반대', '사랑하니까 반대합니다' 각종 플래카드가 갈기갈기 발겨진 채 잔뜩 버려져 있었다. 교조적이고 언어적인 기독교 신앙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법적 절차도, 윤리도 필요가 없어 보였다. 이게 '기독교'의 본모습인가.

행사를 온전히 상실했음에도, 뒷정리 일체를 인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에서 진행했다. 그들은 가해자였고 성소수자는 피해자였는데, 끔찍한 그 '주의 말'에 대한 뒷정리까지도 오롯이 해내야 했다.

깃발들을 들고 행진하는 퀴어 축제 참가자들. 사진 제공 의철

9월 8일, 성서 정과(교회력에 따라 작성된 성경 읽기표 -편집자 주)는 너무나도 유명한 구절이었다. 야고보서 2장 1절 말씀이다.

"나의 형제 자매 여러분, 여러분은 영광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있으니,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지 마십시오."

내가 믿는 예수의 말씀과 저들이 믿는 예수의 말씀은 다른 걸까. '사랑'의 이름으로 '핍박'이라는 단어가 아까울 정도의 폭력이 용인될 수 있는 것일까.

그 현장에 예수는 누구의 모습으로 오셨을까. 아마 매 맞는 레즈비언으로, 욕먹는 트랜스젠더로, 인천의 막달라로, 물 긷는 사마리아 여인의 모습으로 함께하지 않았을까.

예수는 빈부귀천과 차별을 넘어 모든 사람을 성찬에 초대했다. 하나님의 사랑에 비추었을 때 어떤 것이 하나님의 사랑과 가까운가. 무엇이 우리의 속사람을 동하게 하는가.

닷페이스 영상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 몰려온 수천 명의 반동성애 사람들'

의철 / 무지개예수 회원, 인천 퀴어 문화 축제 조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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