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담임목사 설교 표절로 촉발된 전주동부교회 내홍이 양측 합의로 1년 만에 일단락됐다. 올해 4월부터 예배당을 점거한 김중경 전 담임목사 측 교인들은 7월 8일부로 예배당 점거를 풀고 교회를 떠났다. 장로들은 김 목사에게 부과된 벌금 7억 7400만 원을 탕감하고, 양측 교인들은 쌍방이 제기했던 고소·고발 100여 건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전주동부교회는 지난해 9월 김 목사가 설교를 20여 차례 표절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분쟁을 겪기 시작했다. 문제를 제기한 14인 장로 측과 김 목사를 비호하는 측으로 교인들이 갈라졌다. 14인 장로는 김 목사에게 사과와 해명을 요구했지만, 김 목사는 표절 사실을 부인했다. 오히려 김 목사 측 교인들은 장로들이 표절을 구실로 담임목사를 내쫓으려 한다며 장로들을 비난했다.

설교 표절로 촉발된 전주동부교회 내홍이 양측 합의로 일단락됐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분쟁은 노회와 법원 판결 이후 더욱 심화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전계헌 총회장) 중전주노회 재판국(이병록 국장)은 1월 9일, 설교 표절 등 9개 죄과를 인정해 김중경 목사를 면직·출교했다. 전주지방법원도 1월 26일, 김 목사에 대해 담임목사직 직무 정지 및 예배당 출입 금지 가처분을 결정했다. 이를 1회 위반할 때마다 김 목사는 전주동부교회에 100만 원을 내야 했다.

김중경 목사 측 교인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1월 중순부터 예배당 앞에 천막 10여 동을 설치해, 매일 기도회를 열며 농성하기 시작했다. 양측 교인들은 여러 차례 충돌했다. 부상자가 생겨 경찰과 구급대원이 출동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올해 6월까지 전주 덕진경찰서에 접수된 전주동부교회 분쟁 관련 고소·고발(폭행, 명예훼손, 예배 방해 등)은 100여 건이었다.

4월부터는 김 목사 측과 14인 장로 측 교인들이 매주 일요일 같은 시간 한 예배당에서 따로 예배하기 시작했다. 김 목사 측 교인들은 녹색 조끼를 입고, 장로 측 교인들은 평상복을 입고 본당에 들어갔다. 본당 앞에는 강대상이 두 개가 놓였다. 양측 설교자는 각각 강단 앞에서 동시에 따로 설교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예배 순서도, 성가대도 따로였다. 예배가 시작하면 양측이 내는 소리가 뒤섞여, 옆 사람과 대화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김 목사 측 교인들은 교회 앞에 천막을 설치해 농성했다. 사진 제공 전주동부교회
양측은 올해 4월부터 매주 일요일 같은 시간 한 예배당에서 따로 예배했다. 녹색 조끼를 입은 이들이 김 목사 측 교인들이다. 사진 제공 전주동부교회

끝날 줄 몰랐던 분쟁은 총회 재판국(허은 국장)이 중재에 나서면서 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김중경 목사는 노회 재판 판결에 불복하고 총회에 항소했다. 총회 재판국은 4월부터 김 목사와 14인 장로를 수차례 소환 조사했다. 재판국은 잘잘못을 가리는 대신, 양측을 중재하는 방향을 택했다.

김중경 목사와 14인 장로는 7월 5일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 △김중경 목사는 상소를 취하하고 중전주노회에 사과한다 △중전주노회는 면직을 해벌하도록 하고, 14인 장로들도 해벌에 최대한 협조한다. △7월 8일부로 김 목사 측은 해교회 행위를 하지 않는다 △14인 장로는 김 목사에게 부과된 벌금 7억 7400만 원을 탕감한다 △양측은 분쟁으로 발생한 민·형사상 소를 취하한다 등이다.

김 목사 측 교인들은 7월 8일 예배당 점거를 풀고 교회를 떠났다. 이들은 시내에 새 예배당을 마련해 교회 개척을 준비하고 있다. 전주동부교회에서 이탈한 교인 400여 명이 이곳에 출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중경 목사 측 A 장로는 9월 6일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총회 재판국이 합의를 이끌어 내 양측이 합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분쟁이 오랫동안 지속됐다면 교인 중에 범죄자도 생기고 양쪽 모두 어려운 상황을 겪었을 것이다. 30~40년 동안 함께 신앙생활했던 형제 자매인데 누가 누구를 탓하랴. 이렇게 분립할 수 있는 것도 하나님의 섭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김중경 목사의 면직 철회 문제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A 장로는 "합의문에는 면직을 해벌한다고 나와 있지만, 아직 정식으로 처리된 게 아니다. 10월 정기노회에서 면직이 철회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14인 장로 측도 이번 합의가 기적과 같다고 했다. B 장로는 "합의가 몇 번이나 무산될 뻔했는데 무리한 조건 없이 극적 타결됐다. 다른 교회는 분쟁이 발생하면 몇 년씩 싸운다고 하던데, 1년 만에 끝나 다행이다. 하나님의 은혜다"고 말했다.

전주동부교회는 현재 청빙위원회를 구성해 새 담임목사를 데려올 준비를 하고 있다. 최형식 수석목사는 "분쟁이 일단락했지만 아직 남은 과제가 있다. 오랜 갈등으로 상처 때문에 힘들어하는 교인이 많다. 남은 이들이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공동체가 온전히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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