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김구원 교수(개신대학원대학교)가 쓴 <사무엘상> 표절 논란에, 출판사 홍성사가 "저자를 신뢰한다"는 결론을 내놨다. 홍성사 정애주 대표는 9월 5일 서울 합정동 양화진책방에서 기자와 만나, 이성하 목사(원주가현침례교회)가 제기한 표절 의혹에 대한 김구원 교수의 반박을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구원 교수 표절 논란은 지난해 5월 불거졌다. 페이스북 그룹 '신학 서적 표절 반대'에 <사무엘상>과 <성경, 어떻게 읽을 것인가>(복있는사람)가 해외 신학 서적을 표절했다는 자료가 올라오면서부터다. <사무엘상>은 키스 보드너(Keith Bodner)의 <1 Samuel: A narrative Commentary>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논란이 일자 홍성사는 당시 △이성하 목사의 지적 사항은 이유 있다 △전체 내용을 확인하되, 제3의 권위자에게 검토 의뢰한다 △제3의 권위자는 이성하 목사에게 추천받아 객관적인 검토를 받는다 △검토 결론이 나오면 그 내용으로 저자에게 재질문하고 확인 절차를 거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홍성사 결론은 입장을 표명한 지 1년 4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정애주 대표는 "이성하 목사에게 1년 말미를 달라고 했다. 이 기간 (표절을) 공부하고 (출판사의) 소신이 생겼을 때 김구원·이성하 목사 앞에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홍성사는 그동안 이 문제를 여러 방면으로 공부하고 논의를 거쳤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남형두 교수(연세대)를 불러 '표절에서 자유로운 정직한 글쓰기' 공개 특강을 열었고, 올해 들어서는 5월 18일과 6월 1일, 각각 민영진 교수(전 대한성서공회 총무)와 변종길 교수(고신대)를 강사로 불러 주석 쓰기에 대한 특강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초 계획처럼 <사무엘상>에 대한 외부 검토는 받지 못했다고 했다. 정애주 대표는 "이성하 목사가 추천한 신학자 두 명에게 부탁했지만 둘 다 사양했고, 이 목사에게도 직접 검토를 요청했으나 역시 사양했다"며 제삼자를 통한 검증은 하지 못했다고 했다.

대신 홍성사는 김구원 교수에게 연락해 제기된 의혹을 해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교수는 올해 4월, 20여 쪽 분량으로 표절 논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홍성사에 보냈다. <사무엘상>에 제기된 32건에 일일이 코멘트를 달고 왜 표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설명했다. 홍성사는 김구원 교수 입장을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김 교수의 항변이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홍성사는 이 결과를 놓고 김구원 교수와 이성하 목사가 함께하는 간담회를 열려 했으나, 김구원 교수가 참석을 사양했고 이성하 목사도 건강상 문제 등으로 표절 관련 활동을 중단했다는 의사를 밝혀 진행하지 못했다고 했다. 정애주 대표는 기자에게 그간의 과정을 설명하며 "표절 문제를 소홀히 하지 않았고, '신뢰받는 출판'이라는 홍성사의 목표를 지속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홍성사가 <사무엘상> 표절 논란에 "김구원 교수를 신뢰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정애주 대표는 신학자들이 모두 검토 의뢰를 거절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정 대표는 "(검토)해 주실 만한 분이 다 고사했다. 아무도 하지 않으려 했다. 문제는 거기에 있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만일 학자들이 문제가 있다는 결과를 내놨다면 절판했을 것"이라며, 처음부터 김구원 교수를 비호하기 위해 일을 진행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결국 김구원 교수 입장만 보고 판단을 내리게 된 셈이지만, 정애주 대표는 김 교수를 신뢰한다고 말했다. "표절이 아니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정 대표는 "저자 김구원 교수의 항변을 신뢰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외부에서) 표절이라고 얘기하면 그분들 기준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보드너가 직접 문제 제기하면 몰라도, 우리는 여기서 종결이다"고 말했다.

함께 표절 의혹이 제기된 김구원 교수의 <성경, 어떻게 읽을 것인가> 출판사 복있는사람은 지난해 5월 22일 절판 및 독자 보상 조치를 발표했다. 같은 저자에 서로 다른 입장을 내는 데 부담은 없는지 묻자, 정애주 대표는 전혀 부담이 없다고 했다.

정애주 대표는 1년 4개월간 표절과 주석에 대해 공부하고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외부 검증을 맡기지는 못했지만, 김구원 교수 입장을 검토하고 저자를 계속 신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기사 하단에 김구원 교수 입장 전문을 공개한다.

김구원 교수는 결론 부분에서 "<사무엘상>은 홍성사 주석 시리즈의 저술 목적에 충실하게 썼다"며 "이성하 목사는 표절을 판별하는 가이드라인을 '법칙'으로 이해하고 기계적으로 적용했다"고 썼다.

김 교수는 "필자의 전문성을 발휘하여 성경 개역개정 본문을 학계의 대체적 견해와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한국 평신도들도 이해하기 쉽게 나름대로 해설했고, 나름의 판단에 따라 인용의 여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원문에서 유추 가능한 관찰, 그 관찰로부터 내려질 수 있는 합리적인 추론, 학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내용 등은 필자가 참조한 책에 수록되어 있다 해도 굳이 인용하지 않았다. 그것은 저자의 양심과 사무엘상 주석 시리즈의 편집 방향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김구원 교수는 성경 해설서를 포함한 참고서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무엘상>은 보드너의 책과는 사용된 언어, 책의 구성, 내용 등에서 전혀 다른 책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참고서에서 '인용 없이 사용 가능한 지식'은 각 분야 전문가들 판단에 따라야 하는데, 학자들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각주의 유무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자신과 다른 판단을 했다고 '도적질'이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홍성사는 김구원 교수와의 협의를 통해 향후 개정판 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김구원 교수 입장이 공개되면 반론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정애주 대표는 "대책 회의는 일단 해산했다. 우리는 종결했고, 책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됐다. 개정한다면 그 범위는 저자에게 일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김구원 교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표절 의혹에 대한 김구원 교수의 입장(PDF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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